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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대한 새로운 경험

by 안효상 posted Jun 1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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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봄에 곤지암에 전원주택을 임대했다. 도시에서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고 텃밭을 가꾸면서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느껴보기 위함이었다. 집은 2층 구조인데 1층은 주방과 거실로 이루어져 있고 2층은 방 두개와 거실이 있다. 여기에도 제대로 구성된 오디오 시스템을 들여놓고 싶었으나 문제가 몇 가지 있었다. 주말에만 쓰는 집인 관계로 보안상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이웃집에 알아보니 역시나 과거 손을 탄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집사람이 여기서는 단순한 삶을 살고 싶어 했다. 서울 집의 거대한 오디오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는데 곤지암까지 그런 부담을 줄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안방에서 집사람이 쓰던 야마하 콤포넌트를 전원주택으로 가져갔다. 

  이집의 골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손으로 두드려 보고 눈으로  확인해 본 결과로는 콘크리트, 벽돌, 나무가 적절히 혼합되어 사용된 것 같다. 벽이나 천장을 나무로 마감하고 페인트를 칠한 곳이 많다. 이 집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공중에 떠 있는 철골위에 나무로 마감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집은 음향적으로 울림이 많다. 아래 위 층간 음이 차단되지 않는다. 아래층에서 하는 얘기가 위층에서 다 들릴 정도다. 

  이제 이 집을 스피커 인클로저라고 생각하고 야마하에서 나오는 소리를 상상해 보시라. 어떤 울림이 펼쳐질지. 아래층이나 위층 자체는 거대한 인클로저가 되었고 야마하는 스피커 유닛으로 작동한다. 위층에 야마하를 틀어 놓고 아래층에서 들어보면 소리의 변화가 놀라울 정도다. 야마하에서 나온 소리가 위층의 인클로저 속에서 다시 진동을 하고 이 소리가 계단을 통하여 아래로 전달된다. 거대한 풀레인지 혼형 스피커처럼 작동한다. 저역은 풍성해지고 전체적인 울림이 자연스럽고 풍만해졌다. 공간이 소리의 울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는 오디오계의 명제에 수긍하게 된다. 소리는 오디오의 문외한들에게도 좋게 들리는 모양이다. 소리가 좋다고들 한마디씩 한다. 집사람은 대 놓고 비아냥거린다. “어때?, 여기 소리가 당신의 거대한 오디오 시스템보다도 낫지?”


  제대로 된 JBL 시스템을 위층에 세팅해 놓고 들어보면 어떤 소리가 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