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SSFAT

by 최명수 posted Jul 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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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이 넘었다. 적당히 젊었고, 좋아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경제적 문제 따위는

안중에도 없던 시절이었다. 물론, 시간도 충분했다.

그 당시에는 턴테이블의 하울링 제거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는데,

늘, 천상의 소리를 듣고자 고군분투하였으니..

"아예 시스템 자체를 공중에 띄워버리면.."하는 생각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름하여 SSFAT, 서스펜션 시스템 포 안티 트렘블 !  

문제는 내 생각을 현실화시켜줄 수 있는 기술자-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나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제대로 금속을 다룰 줄 아는 사람-를 찾는 일이었다.

마침 인연이 닿아, 조금은 무모하고 또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일을 저지를 수 있었다.



수차에 걸친 설계 변경과 재료의 교체. 다양한 상황에서의 주행 테스트..따위는

내 열정과, 철공소 사장의 경제적 이익에 대한 기대로 극복되었다.

(..이익에 대한 기대? 이 부분은 상상력 확장 훈련용으로 생략해 둔다.)



그리하여 마침내, 하울링의 원인인 진동을 완벽히 차단시키는 나의 안티트렘블 시스템이

완성 되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3단의 놋쇠기둥을 세우고 그 놋쇠 기둥에 고강력 스프링을 달아

널빤지를 메달았다. 그 현수된 널빤지 위에 턴테이블과 톤암을 올려 놓았으니..

하울링을 완벽하게 잡아낸 것은 당연지사.

곡괭이로 방바닥을 팟더라도 턴테이블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시스템을 완성한 후, 천상의 소리를 즐기셨는가?

특허를 함 내 볼까..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흠 잡을 데 없는 작품이였으나,

일상은 열정과 친하지 않는 법. 무릉도원에서 천상의 소리를 즐기기에는 아무래도

내 일상이 스산하였다.


그 후, 50킬로그람에 육박하는 그 놋쇠뭉치들은 거처를 옮길 때 마다

천덕꾸러기가 되었고,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분해되어 묶인 채 창고에 쳐 박혀 있다가,

마침내는고철 수집상에 넘겨졌다.

지금은,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으로 그 때의 열정을 추억할 수 있을 뿐,

'그 때 그 소리가 어떠했는 지'조차  기억에 없다. ㅡ,.ㅡ


......... 취미생활의 즐거움은 본질적으로 그 과정에  있음이니,

              이제는 한 때의 정열을 추억함으로서만 만족하여라. .........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마침내
                                평안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