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엉터리 네트워크의 주범들! 열 받았음

by 윤영진 posted Feb 26,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네트워크 제작을 할 경우 가장 먼저 들여다 보는 것이 "LC네트워크의 코일과 콘덴서 계산표'입니다. 몇 hz에서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정할 때 몇 옴 짜리 유닛은 얼마 짜리 콘덴서와 코일을 사용해라고 나와 있는 표입니다. 물론 이 표는 특정 경우만 되어 있고, 계산하는 공식도 있어서 여기에 대입하면 됩니다.
문제는 이 표가 엉터리 네트워크를 만들게 하는 주범이라는 겁니다.

이 표가 틀렸나구요?
아닙니다. 표는 정확합니다.
문제는 이 표를 참고해서 실제로 어떻게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확한 지침이 어디에도 잘 나와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가 네트워크 만들면서 찾은 자료 중에서 그나마 도움이 되는 것은 ......

  "중역대가 부푼다고 느껴지면 조벨 필터로 중역대를 더 짤라라!"

  "우퍼는 중역대 임피던스가 높아지기 때문에 네트워크 구성 소자의 용량을 적절히 가감해야 한다."

  "표계산 공식으로 기준을 잡되, 실제로는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으니, 청감상 조정을 해서 조정해야 한다."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대부분, 실제로 청감상 또는 측정해가면서 조정해야 한다는 두리뭉실한 얘기 뿐입니다. 무슨 청기와 장수 비법 강의도 아니고....
그래서 과연 이처럼 쌀장사 됫박 다루듯 대강 맞추는 것이 정도인지 추궁해 봤습니다.

결론은 절대 아닙니다.

알택이나 JBL의 유닛으로 네트워크 제작하면서, 사람마다 그토록 편차가 많고 엉터리 네트워크가 많은 이유를 겨우 알았습니다.

아마 측정치로 보면 주파수 대역 특성이 어느 정도 평탄하다고 해도 임피던스 특성은 그것과는 별개로 유닛마다 매우 기복이 심하다는 정도는 다 아실 겁니다.

몇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 JBL의 LE15A는 공칭 임피던스가 8옴인데, 500hz 지점의 임피던스는 약 14옴이 나옵니다.

* 알택 802-8G는 공칭 8옴인데 500hz에서 약 18옴, 802-16G는 500hz에서 약 28옴이 나옵니다.

* 우퍼만 그러냐? 아닙니다. 중고역 혼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칭 임피던스 8옴을 기준으로 500-800hz부근에서 유닛별로 약 12옴에서 20옴 정도로 제각각입니다.

* 특히 500hz지점 보다는 700-800지점에서 기복이 훨씬 더 심합니다.

그런데 이런 뒤죽박죽 천차만별의 유닛으로 조합할 경우, 표계산 공식대로 코일 용량과 콘덴서 용량을 정해서 네트워크를 만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무지막지하게 크로스오버 포인트에서 주파수 중첩이 생겨 버리기 일쑤입니다.
보컬은 두껍고 멍청하게 앞으로 튀어 나오고, 군데군데 쏘는 소리 나고, 임장감은 엉망이고....

8옴에 기준해서 정한 코일이나 콘덴서 값이 실제로 두 배나 되는 임피던스값을 가진 유닛에 붙어 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잘 만든 스피커나 풀레인지와 비교해 들어보면 도저히 같은 음반을 재생한다고 믿기 어려운 기괴한 소리가 나옵니다.

대부분 다른 스피커의 경우 오리지널 네트워크를 그냥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네트워크를 새로 제작하는 대상이, 중고역 과잉의 문제 때문에 알택 스피커들입니다.

그러다보니 알텍 스피커의 네트워크는 크게 4가지 종류가 서로 무식한 다툼을 계속 벌이면서 사용자를 골탕먹여 왔습니다.

(1) 중고역이 너무 음압이 강하게 설정되어 있는 오리지널 네트워크

(2) 무식하게 공식대로 용량을 정한 코일과 콘덴서로 만든 네트워크

(3) 훈련된 귀로 미조정해 가며 얼추 맞춰서 만든 네트워크

(4) 정확히 사용 유닛의 임피던스 특성에 맞춰서 계산하여 만들고 청감 튜닝을 한 네트워크


(1)과 (2)는 가장 불량한 네트워크인데, 우습게도 가장 광신도가 많은 인기 네트워크입니다.

  "알택회사가 바보냐? 다 알아서 최고로 연구해서 만든 네트워크인데, 무식한 사용자들이 자꾸 안 좋다고 그런다!"
  라고 거품을 물고 대들면 당할 수가 없습니다.

  (2)의 경우,

  "여기 책을 봐라 미국의 교수님들이 컴퓨터로 계산해서 이렇게 계산 공식을 만들어 놨다. 이대로 만든 것이 진짜다."라고 늠름하게 목에 힘주고 윽박지릅니다.

  "아! 미국 교수님? 깨갱....."


(3)은 그나마 소리를 내 주는데, 무슨 비방값을 보탠 것인지 바가지 가격도 가장 많은 네트워크입니다. 어떻게 만들었냐고 하면, "그건 수십년의 노하우라 자세히 설명해도 알기 어렵다. 알면 다친다. 그냥 써라. 일단 다른 네트워크보다 소리가 좋지 않느냐? 그럼 되었지 말이 많냐?"로 역시 기를 죽입니다. 들여다 보면 그나마 외제 콘덴서 콜라 깡통만한 것을 잔뜩 붙여놔서 재료비는 조금 들였을 것 같은데.... 그래봐야 판매 가격의 1/20 정도나 될려나?

(4)는 몇 사람, 위의 3가지 네트워크에 절망해서 열 받아서 혼자 고생해서 만들어 쓰는 네트워크인데, 경험상 국내에서 몇 사람 제대로 만들어 보급을 하는 걸 봤습니다. 저에게 도움을 많이 주신 H씨도 이 경우입니다.

이 판에 누군가 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이 정확한 설명과 해설을 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네트워크 제작하면서 열 많이 받았습니다.
알면 한두시간 안에 정확한 제작이 가능한 것을, 수 년 동안 고생을 하게 만듭니다.

우-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