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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분들께 꼭 드리는 전원부 콘덴서 관한 말씀

by 윤영진 posted Mar 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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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초보면서 남들보고 초보라고 부르니까 참 어색합니다.^^
질문 게시판이나 자작게시판 등을 보다 보면 시간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전원부 콘덴서에 대한 질문들이 올라옵니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고수분들이 역시 계속 답을 두고 계시지만, 질문이 그치지 않는 것을 보고, 중언부언이 되겠지만 한 번 더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정류관 다음 단의 콘덴서 용량

   정류관 다음단에 위치하는 필터용 콘덴서는 충전되었던 전류를 전원을 내리는 순간 뒷차기로 정류관으로 역류시키게 됩니다. 따라서 여기에 너무 많은 전류가 충전되어 있을 경우 정류관에 심각한 전기고문을 가하는 상황이 됩니다. 따라서 진공관 제작회사에서는 자신들이 만든 각각의 정류관마다 다음 단에 붙는 콘덴서의 "상한 용량"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자상한 메이커는 진공관 포장지에 다 적어놓습니다.

  제 머리로는 정확한 회사별, 모델별 상한 용량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대개 5U4G라면 20uF 정도이고 다른 정류관들도 많아야 30-40uF가 한계일 겁니다. 빈티지 메이커 앰프들은 그런 기초를 아주 잘 지키고 있기에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주위에 돌아다니는 "개조된 빈티지 앰프"나 "자작 앰프" 중에는 상한 용량의 2-3배까지 콘덴서를 달아 놓은 것이 가끔 있습니다. 아마 험을 잡지 못해서 우격다짐으로 콘덴서 용량을 키워 임시방편으로 험을 잡아 놓았다고 판단됩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당장 정류관이 끊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정류관의 수명이 급격히 낮아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류관은 앰프에 꼽히는 진공관 중에서 가장 중노동을 하기에 가장 수명이 짧습니다. 가정에서도 2년 정도면 수명을 다합니다. 그런데 "뒷차기"까지 매번 먹는다면 수명은 더 짧아집니다.

  혹자는 아니라고도 하지만 정류관도 음질에 영향을 상당히 주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고가의 274B나 영제 U52, 유럽제 GZ34 더 나아가 독일계 빈티지 벌룬 정류관까지 사용하는데, 이런 귀하고 고가인 정류관이 억울하게 콘덴서의 기습적인 뒷차기로 건강을 해치면 얼마나 아깝습니까?
  
  꼭 정해진 용량 범위 내에서 콘덴서를 사용하시길!

2. 필터 콘덴서의 총 용량

  가끔 초보 자작인들에게 선배들이 별 생각 없이 코치하는 것중에 "험이 잘 안 잡히면 필터 콘덴서의 용량을 늘려봐!"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코치가 자주 통용되다가 보니까 각각의 앰프 형편이나 사정은 도외시한 채 "험은 필터 콘덴서의 용량으로 잡는다."는 식이 상용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심한 경우는 메이커제 앰프에서 작은 용량을 사용한 것을 "대용량 콘덴서의 값이 비례해서 비싸서 되도록 낮은 걸 쓴 모양이다. 나는 돈이 좀 있으니 비싸고 용량 큰 걸로 개선을 해야 하겠다."까지 생각하는 분이 있을 정도입니다.

  험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영향이 큰 것이 그라운드 어스 설계와 루프 험입니다. 이 두 가지가 잘 되었다면 쵸크를 사용해서 필터 총용량 50uF만 써도 험은 모두 잡힙니다.

  물론 전원 필터 콘덴서의 총용량을 50uF 이하로 줄이는 것은 조금 기술과 노하우가 있는 사람들의 일종의 "잘난 척"에 해당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기에, 음질적 이로움과는 별개로 굳이 권할 사항은 아닙니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말해, 진공관 파워앰프의 필터 콘덴서 총용량은 100uF을 넘지 않는다고 기준을 정해 놓고 오버홀이나 자작을 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진공관 앰프도 잘 만들거나 리스토어링을 하면 하이엔드 TR앰프보다 훨씬 투명하고 깔끔한 해상력을 보일 수 있는데, 콘덴서를 너무 용량을 키워서 전원 임피던스가 높아지면 두텁고 둔하고 흐리한 음이 나오니, 이런 특성이 진공관 앰프가 도매금으로 "고유 특성"이라고 매도당하는 원인이 됩니다.

3. 콘덴서의 재질

  아직도 진공관 앰프에는 빈티지 미제 전해 콘덴서를 써야 제 맛이 난다고 하시는 분들이 다수기 때문에 자칫 무용한 논쟁이 될 수 있어서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물론 미제 빈티지 전해콘덴서들의 품질은 훌륭합니다. 내구성도 좋아서 30-40년이 된 것들이 아직도 사용 가능한 것을 봅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만 이것들이 만들어진 시기, 즉 그 때의 부품 생산 기술력에 비교해 우수했던 부품입니다. 물론 오일 콘덴서는 다릅니다. 빈티지 오일 콘덴서는 지금도 "제조비" 문제로 그 당시 것만큼 좋은 것을 못 만듭니다.

  빈티지 전해 콘덴서보다는 요즘 나오는 오디오용 전해 콘덴서나 필름 콘덴서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콘덴서는 "소모부품"입니다.

  특히 필름 콘덴서는 과거에는 워낙 고가의 부품이었으나, 요즘은 제조기술의 발달로 높은 용량의 고품질 제품도 낮은 가격에 공급이 됩니다. 사용을 피할 이유가 없습니다.

1)과 2)는 객관적 주장이고, 3)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입니다. 가려서 판단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