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프리앰프 고민

by 윤영진 posted Jun 1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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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캐스코드형 진공관프리앰프를 메인 프리앰프로 사용중이고, 랑지벵 5116 모듈로
트랜스 아웃형 프리앰프를 제작중입니다.
그런데 메인 프리의 왼쪽 채널이 잡음이 생기고 음이 찌그러지는 것이 아마 콘덴서 하나가 맛이 간 모양인데 찾을 수가 없어서 전문가에게 부탁을 하려고 하지만 귀차니즘 때문에 차일피일 하고 있습니다.
트랜스 아웃 프리는 완성까지 한 일주일 쯤 기다려야 할 것 같고, 할 수 없이 안 쓰고 처박아 놨던 구닥다리 마크 ML-1을 물려서 1주일 쯤 듣고 있습니다.

진공관 프리앰프의 곱고 부드러운 음에 귀가 익어 있다가 이걸 들으니 처음에 적응이 안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원부를 처절하게 오버홀 했습니다. 주로 노화된 콘덴서들이 거의 다 뜯겨 나왔습니다.
전원 필터 콘덴서도 작은 용량의 것을 12개씩 달고 필름 콘덴서도 병렬로 붙였습니다.
특히 음질에 영향을 많이 주는 68uF짜리 건식 탄탈은 군용 습식 탄탈로 교체했고....
증폭부의 2uF짜리 콘덴서들도 고급으로 다 바꿨습니다.

오버홀 끝내서 들어보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우선 대역은 더 넓어 졌고, 소리가 너무 크고 자세히 강하게, 빠르게, 지나치게 많이 나왔습니다. 음악을 듣는데 차분해지지는 않고 자꾸 불안해 집니다.
특히 고역이 진공관 프리에 비해 상당히 안 좋았습니다. 거칠고 껄끄럽고.....
그러나 저역은 진공관 프리가 상대가 안 됩니다.
매우 깊고 해상력 좋으면서 부밍기도 없는 속도 빠른 양질의 저역이 북북 나옵니다.

다행히 1주일 쯤 지나면서 콘덴서들이 에이징 되는지 점점 소리가 부드러워지고 윤기도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역의 맛은 진공관에 못 미칩니다.

그러다 보니 TR의 저역과 진공관의 고역을 조합한 프리앰프면 참 좋겠다고 혼자 상상을 해 봅니다.

진공관 프리 수리하고, 트랜스 아웃 프리도 되면 서로 비교해가면서 메인을 골라야 할텐데,
그러자면 앞으로도 1주일 이상 시간이 필요한데, 갈등 생기게 허접 TR프리가 매일 조금씩 소리가 좋아집니다.

서로 다른 성향의 프리앰프 3개 중에는 내가 원하는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것이 없습니다.
중고역이 좋으면 저역이 풀리고, 저역이 좋고 다이내믹스가 좋으면 고역이 거칠고,
고역과 저역의 밸런스가 좋으면 대역이 좁고....
물론 하나만 귀에 익게 계속 들으면 잘 못 느끼는 데, 함께 놓고 A-B 테스트를 하면 불만이 생깁니다.

아마 이런 고민 때문에 과거에 여러 분들이 하이브리드 방식의 프리앰프를 만들었던 것 같은데
아쉽게도 그런 시도가 성공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자꾸 하이브리드형 프리가 머리에 맴 돕니다.

3개 중에서 답을 못 찾으면 다시 트랜스 프리 2호기로 추궁을 해 봐야 하겠습니다.

다른 기기는 대충 마음에 드는 걸 정해 놓고 튜닝을 해 나가면 어느 정도 선에서 만족되는 결과에 도달하는데, 아직까지도 프리앰프만은 그게 안 됩니다.
아무리 지지고 볶고 이것저것 바꿔봐도 프리앰프만은 미끈덩거리면서 불만을 달고 살게 합니다.
전에 하도 갑갑해서 남의 2,000만원 넘는 고급 프리를 잠깐 빌려다 들어봐도 역시 불만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정말 프리앰프란 것이 오디오 중에서 애물 중의 애물입니다.
겨울나그네님이 개당 수십만원짜리 순은 콘덴서를 아낌 없이 프리에 다는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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