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구라 삼만리

by 한지홍 posted Mar 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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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의 글을 여기서 읽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문굽니다.  "구라 삼만리"
좁디 좁은 방안에서 구부정하게 허릴구부리고  답뱃재를 기판 위에 떨어뜨려가며
"부지직 부지직"  인주질에 날새는 줄 모르는
대붕의 모디파이로 !!!!
딱 한번 음악듣다 열받은 적이 선배님 소릴 듣고서인데
포기했슴다.  
곰탕끓이랴 , 내장 수습하랴
이게 음악듣는 행윈지 원~~~
그러면서도 "나도 한 번 승압트랜스를 삶아봐" 하는 발상까지 하게 만드는군요
전 그런 상상도 합니다.
뭐시기냐

뭐 고승이 죽기전에 한 마디 남기시죠
열반송인지 뭔지

전 그것을 "허위"에서 찾습니다.
찾고자 했던 것 , 찾았다고 믿었던 것
그 모든 것의 가치 ....
숨넘어가는 마당에 무신 ....무식에서 발생한 상황이니 이해하시길....

중략하고 전 그 가치를 더 음악을 듣느 행위에 쏟기로 했습니다.
다른 길을 가고자 마음먹은지 오래됐지만 여기 저길
기웃거리는 것은 또다른 행장을 위해 채비겠지만....

판들어오면 연락하세요
"쿠란"들고 색인이나 만들자고요...
인두 드라이버 걷어치우구요....
선달






>3일간 시스템 어느 곳에도 손을 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은 채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
>재즈건, 클래식이건 장르에 따른 편식도 별로 없고, 각각 다른 특성의 악기들 모두가 특별히 좋게 들리지도, 특별히 나쁘게 들리지도 않습니다.
>사람의 목소리도 그냥 앞에서 육성으로 들리듯 편하게 들립니다.
>전에는 광적으로 들으려고 애썼던 입술에서 침방울 붙었다 떨어지는 노이즈도 잘 들리기는 하는데, 그걸 왜 전에 그리도 명확하게 듣겠다고 애를 썼는지 우습게 느껴집니다. 그게 음악 듣는 데 뭔 소용이라고....
>
>당연히 계남 형님의 시스템이나 박성준님의 시스템에서 나오는 대단한 음은 전혀 아닙니다.
>그냥 장점이나 화려함은 없는 대신 별 무리 없이 편하게 들리는 음입니다.
>
>전에는 수 많은 문제점이 귀에 들어오고, 그 원인이 대충 어느 기기의 어느 부분, 어느 부품 등에서 야기되는지 추측이 되어 늘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귀차니즘으로 시간을 끌기도 하고, 어느 때 마음 먹고 손을 대기도 해 보지만, 늘 몇 가지 불만은 따라다녔습니다.
>꿈 속에서 누군가를 따라 잡으려 하는데, 끝내 한 발 앞에서 잡히지 않아 애를 태우다가 깨듯이...
>
>그런데 처음으로 시스템이 신경 쓰이지 않고 편하게 음악을 듣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
>물론 지금까지 손을 본 범주에 소스기기들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오래된 허접 CDP와 DAC를 엎그레이드 해 줘야 하는 것을 알고, LP플레이어도 그 대상입니다.
>그러나 이 숙제들도 전 같으면, 조급증으로 늘 안절부절하며 추궁을 했을텐데, 지금 별로 조급증이 들지 않습니다.
>CDP야 매칭만 신경써서 잘 골라서 그냥 연결하면 될 것을 알고, LP플레이어는 한 두달 예정으로 엎그레이드가 진행중이기 때문입니다.
>
>시스템을 튜닝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공간의 제약이었습니다. 2평 정도의 도저히 15인치 우퍼와 혼을 구동하기 불가능한 좁고 음향적으로 열악한 공간에서 지금처럼 오케스트라의 투티를 부밍기 없이 저역을 바닥까지 울리고, 뒤로 음장감을 충분히 뺀다는 것이 지옥처럼 어려웠습니다.
>오늘 낮에는 발퀴레를 12시 이상 볼륨으로 마음껏 들어봤습니다. 출입문이 드르륵 공진하는 것 외에는 음에서나 밸런스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허탈하기도 합니다. 공간과의 미련한 다툼에서 이겼다는 승리감보다는 스스로를 경멸하게 만드는 자괴심이 더 큽니다. 바보 짓을 했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입니다.
>조건이 훨씬 좋은 애들 방을 뺏어서 썼거나, 이사를 가서 쉽게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스스로를 바보로 만듭니다.
>그냥 8인치 풀레인지를 쓰면 훨씬 쉽게 좋은 음을 낼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무리한 다툼을 의지 없는 공간과 벌였는지...
>
>물론 시스템의 구성 기기들을 하나하나 엎그레이드 해 나가면 더 좋은 고급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다 보면 또 몇 년을 시스템 튜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인지 두렵습니다. 지금 시스템 라인엎만으로도 지금까지 튜닝하는데 약 5년이 걸렸습니다. 그 전부터 따지자면 약 20년.... 서너번 쯤 시스템 튜닝을 일정 수준까지 이룬 뒤, 다 허물어 버리고 다시 시작하곤 했습니다.
>전에 상대적으로 넓고 좋은 공간에서는 6개월에서 1년이면 튜닝이 되었는데, 이번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
>언제 지금 시스템을 허물지는 잘 모릅니다. 아마 이사를 가서 좋은 공간을 갖게 되면 그것이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억지로 맞춰 놓은 튜닝은 넓고 좋은 공간으로 가면 여지없이 부조화를 드러낼 것 같습니다.
>
>비싼 기기로 조합을 하건 허접 기기로 조합을 하건, TR위주로 하건, 진공관 위주로 하건 신품 위주로 하건 빈티지 위주로 하건, 패시브 네트워크로 하건 멀티앰핑으로 하건....
>필요한 모든 기기들이 모여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여서 원하는 소리를 내게끔 하는 과정은 비슷합니다. 어느 쪽이나 다 힘듭니다.
>그런데 그 결과를 얻고 나면 또 모두가 비슷합니다.
>각각의 기기들에게 책임을 전가해서 자꾸 바꿈질을 해서는 평생 원하는 소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일단 오디오 기기로 태어난 것들은 모두가 충분한 잠재적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 잠재적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 내서 조화를 맞추면 "기기값"과는 관계 없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련하고 재주 없는 저는 그 과정이 참 힘듭니다.
>
>물론 아직도 욕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다시 새로운 5년을 몸과 마음을 괴롭히겠다는 결심이 언제 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
>몇 번에 나뉘어 재즈 LP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
>이제 웬만하면 게시판에서 오디오 기기에 대한 서툰 글들은 줄이거나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음반을 조금 계보적으로 정리해서 들어가며 재즈 음반과 아티스트, 그리고 곡에 대한 소개나 설명 등을 위주로 글을 올리고 싶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도 하나 장만하려고 합니다. 음반 소개를 하며 재킷 사진을 올리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 입니다.
>
>기계 갖고 골머리 썩히는 일보다 음반과 씨름하는 것이 훨씬 가치있는 일이라고 느낍니다.
>
>혹시 허접 기계로 내는 그저 그런 빈티지 소리를 듣고 타산지석으로 참고하실 분은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 낮에 들러 주셔도 좋습니다. 다만 공간이 비좁아서 여러분은 안 되고......
>메일이나 쪽지로, 전화번호는 쪽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
>차보다는 술 한잔 정도는 대접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