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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와 RF 간의 영향

by 윤영진 posted May 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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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RF대역이 AF대역에 민감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다른 토론이 있다가 AF와 RF에 관한 얘기가 잠깐 있었습니다.
AF(Audio frequency)와 RF(Radio Frequency) 간에는 서로 연관이 있는지 없는지 궁금해서 아는 분들께 여쭤도 보고 자료도 찾아 읽어봤습니다.

모두 잘 아시다시피 AF는 보통 (20Hz-20KHz/또는 1Hz-20KHz)의 귀로 감지할 수 있는 주파수대를 말하고 RF는 무선통신 등에 사용되는 보다 높은 주파수대를 말합니다. RF에서 구분되는 저주파대는 약 30KHz-500KHz대를, 중파대는 약 1,000KHz대를 사용하고 FM이나 TV, 무선통신, 무선전화 등은 100MHz 이상 되는 매우 높은 주파수대를 사용합니다.
정확한 용어 구사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주파 대역"이란 일반적으로 "가청대역 이상의 주파수 대역"을 통칭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AF대를 넘어선 고주파대(약 30KHz 이상 대역)는 오디오 기기의 음역 재생에 관계가 없거나 적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과거 대부분의 오디오 기기는 그런 관점에서 설계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오디오 이론에서는 AF 이상의 대역의 간섭을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오디오 설계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CD로 대표되는 디지털 소스의 발전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디지털 녹음과 재생 과정에서는 AF대역 이상에서 많은 고주파노이즈가 발생합니다. 이를 적절한 필터로 셰이핑해서 깨끗한 AF 대역만을 녹음-재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노이즈 셰이핑 과정에서 이상적인 필터링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늘 문제가 됩니다. 엔지니어들은 브릭 월 필터(Brick Wall Filter/크로스오버 포인트에서 수직-직각으로 잘라지는 이론상의 필터)를 이상형으로 추구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이상적인 필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20KHz 바로 위 이상을 로패스 필터로 끊었다고 하면, 20KHz 이하의 주파수가 "건강하게 재생"되지 못합니다. 필터의 영향으로 20KHz 인근의 위상이 흔들리고, 주파수 특성도 딮과 피크를 만듭니다. 불완전하게 잘려진 노이즈가 약간은 혼입되기도 합니다. 물론 조금 복잡한 "교정회로"를 사용해서 이런 부작용을 줄일 수는 있지만, 잘 아시다시피 이런 "교정회로"는 또 다른 부작용(음을 혼탁하게 만드는)을 가져옵니다.

불완전한 필터는 필연적으로 인접 주파수 대에 "위상 왜곡"과 "배음 전이", "디스토션"이라는 중대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문제를 줄이는 방법은 샘플링 주파수를 늘리고 지터를 줄이는 등의 원인 치료의 방법이 필요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하이비트 녹음 표준(DVD오디오, SACD 등)의 도입이 그런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 문제는 여러분들도 실제로 겪으셨을 겁니다.
앰프 회로에서 NFB를 걸 때 저항과 병렬로 '발진방지용' 콘덴서를 부착합니다. 이 콘덴서의 용량은 대개 수백 KHz 이상 더 나아가 수MHz 이상을 필터링 하도록 계산해서 부착합니다. 아무리 낮게 필터링을 해도 가청 대역보다는 훨씬 높은 대역에서 고주파를 잘라주도록 설정을 합니다.
그런데 이 콘덴서의 "품질"이나 "약간의 용량 차이"로 앰프의 고역 특성이 뚜렷하게 변화되는 걸 느끼셨을 겁니다.

이상하다는 걸 못 느끼셨습니까? 왜 가청 대역을 훨씬 벗어난 고주파 대역을 필터링 하는데도 이처럼 음질이 확연히 변화되는지?
바로 필터링 하는 주파수의 1/10 이하 주파수 대역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음으로는 증폭기(프리앰프, 파워앰프 등)에서의 문제입니다.

최신의 하이엔드 기기들 중 제프 로렌드, 스펙트럴, MBL 등등의 초고가 앰프류들을 보면 성능 스펙의 재생 주파수 대역에 0Hz-1MHz 등으로 AF대역을 훨씬 벗어난 초광대역 재생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을 자주 봅니다.
왜 이처럼 귀로 듣지도 못하는 대역을 크게 벗어난 주파수 대역까지 재생하기 위해 많은 돈과 노력을 들이는 것일까요?

바로 "위상 왜곡"과 "배음 전이", "디스토션", "노이즈" 등을 줄이기 위한 방법입니다.

적당한 예인지는 모르겠으나, 10M 정도 길이의 반듯한 기둥을 얻으려면 아마 3-5배의 높이 즉 30-50M 정도의 나무를 잘라야 할겁니다. 나무를 보면 뿌리에 가까운 밑둥과 가지가 갈라지는 윗 부분은 원하는 반듯한 기둥의 조건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20Hz- 20KHz 사이에서 위상특성과 주파수 특성이 반듯하고, 인접 대역의 노이즈가 혼입되지 않게 하려면 기본적으로 1Hz-200KHz 정도의 깨끗한 재생능력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어떤 주파수대역은 그 주파수의 위아래 10배, 1/10배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위에 잠깐 말했듯이 20KHz 까지 깨끗하게 재생하기 위해서는 약 10배인 200KHz까지 반듯한 재생특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제프로렌드의 코히어런스 프리앰프는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프리앰프"는 아니겠지만 가장 좋은 재생능력을 가진 프리앰프 몇 종 중의 하나입니다.
이 프리앰프의 설계 컨셒은 당연한 측면도 있지만 조금 살펴 볼만합니다.

- 1Hz-200KHz 수준의 리니어한 주파수 재생능력
- 인풋트랜스(아웃트랜스는 옵션)를 채용, 고주파 노이즈 격리 그라운드 분리
- 알미늄 덩어리를 파내고 부품을 넣은 외래 고주파 노이즈 차폐용 섀시
- 다층기판을 통한 최대한의 짧은 실장 배선
- 완전 밸런스 설계
- 배터리 전원을 통한 노이즈 저감

등등입니다.

설계자인 제프로랜드가 설명한 바와 같이 이 프리앰프의 제작비용의 대부분은 "고주파노이즈를 차단"하는 데 투입되었습니다. 제프로랜드는 그 이유로 우리의 전파환경이 날로 "고주파 노이즈 공해"가 심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적절히 차단하지 않으면 좋은 음질을 얻기 어려우며, 단순히 AF대역만을 '밴드패스'시키는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앞서 지적한 "위상특성 열화", "주파수 특성 열화", "음질의 투명성 저하" 등등의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고주파 노이즈가 오디오 전반에서 문제를 일으킬 요소는 매우 많습니다.
차폐가 불완전한 섀시, 그라운드 설계의 미숙, 신호선 쉴드나 배선의 잘못 등등....

부족한 글이지만 AF와 RF 간의 문제에 대한 짧은 소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