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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준비 여름용 앰프 설치

by 윤영진 posted Apr 1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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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 앰프는 뭐니뭐니해도 겨울용으로 적격입니다.
일단 난로 대신 사용이 되고, 어슴푸레 보이는 진공관 불빛이 마음에도 따스한 온기를 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겨울에는 콘덴서 등의 온도가 문제가 되어 다른 계절보다 앰프의 예열이 늦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데 지난 주말 기온이 여름을 방불케하다 보니, 서둘러 여름용 앰프의 세팅을 했습니다.
이것저것 캐비넷을 뒤져 찾아보다가 고물 TR파워앰프(메리디안 초기형 40W)를 골랐습니다.
아마 TR앰프로서는 '빈티지'라고 불러도 될 만큼 만든 지 오래되고 써금써금한 앰프입니다.
캔TR을 간략하게 PP로 구성하고 저항도 전부 AB탄소체 저항을 사용한 구식입니다.
물론 소리도 구식입니다.
AB급 40W라 하루 종일 켜 놔도 별로 열도 안 나고, 크기도 조그만해서 아무데나 궁둥이 밀고 앉히면 되고....  아주 편리한 앰프입니다.

그런데 이게 진공관 프리엠프와 물려 놓으니 아주 소리가 잘 납니다.
평소 너무 부드럽고 무르다는 느낌을 주던 C4타잎 진공관프리와 구형 캔TR의 음이 잘 궁합이 맞아서, 전혀 TR앰프의 단점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맑고 청량하면서 부드러움도 나오고....
전에는 이정도로 좋지 않았는데, 그 때는 TR형 프리와 매칭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시험삼아 전처럼 TR프리와 물려 보니 역시 조금 거칠고 해시한 맛이 강합니다.

이런 말 하면 안 믿으실 분이 많겠지만, 빈티지 고효율 스피커임에도 불구하고 진공관 프리와 매칭된 40W짜리 TR앰프에서 3극관 앰프 비스한 소리가 납니다.
아마 파워앰프가 '음색'을 너무 드러내지 않아서, 프리앰프의 음색이 오히려 잘 들어난 결과로 추측됩니다.

그래서 가끔 날 더워서 진공관 파워앰프 키기 싫을 때만 잠시잠시 쓰려고 물려 놓은 여름용 앰프가 앞으로 주전의 자리를 꿰 찰 가능성도 느꼈습니다.


혹시 저처럼 "여름용 앰프"를 필요로 하는 분들은 빈티지 스피커에 TR앰프는 안 맞는다는 편견을 버리시고, 함 싸고 좋은 구식 TR앰프를 가져다 물려 보시길 권합니다.

물론 MARK LEVINSON ML2 같은 것이 소리가 진공관파워 뺨을 치지만, 이것 역시 겨울용 난로 겸용 파워앰프라 논외로 치고....
패스의 못생긴 알레프 앰프들이나, 제프로렌드 1, 베디니의 20W 짜리 앰프(이것도 A급이라 열이 많이 나서 그렇지 소리는 짱입니다), 일제 구형 파워(온쿄, 야마하, 파이오니어 등등)들도 잘 고르면 괜찮습니다.
특히 저는 베디니 초기형 앰프를 좋아합니다.
출력은 10-40W 정도가 가장 좋고, 스피커에 따라서는 80W 내외를 필요한 것도 있습니다.

이런 여름용 TR앰프를 고를 때는 몇 가지 요건이 있습니다.
- 출력은 40W 전후가 가장 좋습니다. 출력석의 패러럴 수가 많아지면 빈티지 고효율 스피커에서는 너무 소리가 탁하고 거칠게 드러납니다.
- A급이 좋지만, 여름용으로는 너무 더워서..... 잘 설계된 AB급이 맞습니다.
- 프리는 꼭 진공관식을 사용하십시오. 프리까지 TR로 하면 고효율 스피커에서 음이 너무 강격하게 됩니다.
- 출력소자는 IC, OP타잎은 피하고, FET나 캔TR을 사용한 구식(탄소저항 등으로 구성된)이 빈티지 스피커에 잘 맞습니다.
- 지나치게 NFB를 많이 건 고댐핑 타잎은 피하시고, NFB 적게 걸고 음이 약간 풀어지는듯한 앰프가 잘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