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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일과 철심으로 스피커 밸런스를

by 윤영진 posted Apr 1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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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리 저리 시스템에 손을 대는 재미로 살면서도, 스피커 네트워크에 있어서는 최근에서야 손도 대고 관심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전부터 책이나 귀동냥, 남의 코치 등등을 통해 스피커 네트워크의 중요성이나 특성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지금 사용하는 스피커(트라이플렉스 구버전 E-타잎)의 오리지널 네트워크의 콘덴서가 상해서 이를 손보다 보니 제대로 소리가 안 잡혀서 오랜 동안 고생을 했습니다.

물론 같은 것을 구해서 교체하거나 비슷한 것을 써도 되었지만, 문제는 제가 우퍼나 드라이버나 트위터나 오리지널의 소리가 마음에 안 들면 제조국이나 제조사나 임피던스나 자석의 종류나 가리지 않고, 귀에 좋은 걸로 마구 짬뽕으로 조합을 하는 성향이라, 기성품은 임피던스의 조합이 안 맞아서 제대로 맞추기 힘들었던 겁니다.
젠센, EV, 유니버시티 등등을 붙여 보기도 하다가 마지막으로 와피데일의 아주 오래된 네트워크를 구해서 대충 맞춰서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한상현님의 코치를 받아 손을 보고 나니 한층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역시 문제가 남았습니다.
족보 없이 유닛을 조합하다가 보니 우퍼는 16옴, 드라이버와 트위터는 8옴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유닛 임피던스에 맞춰서 코일의 헨리수나 콘덴서의 용량은 조정을 했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우퍼의 임피던스가 높을 경우 저역이 풀어지는 경향이 생깁니다.
그동안 이걸 어떻게 해서든 앰프 등으로 잡아 보려고 별 짓을 다했지만 성과가 미진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박준후님이 집에 들렀다가, "네트워크의 공심코일을 철심 코일로 함 바꿔 보라!"는 코치를 했습니다. 초짜의 알량한 귀동냥 서푼 지식에 "공심코일이 철심보다 더 좋다"는 선입견만 갖고 무조건 공심 코일만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별 어려운 일이 아니라 캐비넷을 뒤져서 철심 코일을 찾아 바꿨습니다.
아! 그랬더니 지금까지 별 짓을 다해도 풀리지 않던 저역의 문제점이 한방에 해결되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
- 중고역과 저역 간의 스피드와 위상이 안 맞는 문제
- 우퍼가 화사한 맛은 있지만 힘 없이 풀리며 중역을 덮는 문제
등이 있었습니다.

우퍼에 철심코일을 걸자 스피드감과 위상이 일치하게 되고, 음의 일체감이 살며, 번지는 느낌도 사라졌습니다. 특히 피아노의 저역이 정확하게 중역과 이어졌습니다.

원인을 생각해 보니 두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첫째, 철심코일은 당연히 코일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음의 맑고 조여주게 되고 스피드감도 높아진다는 것.

둘째, 그동안 사용하던 "영국제 알미늄 공심코일"의 특별한 성격과 대비된다는 것

이었습니다.

알미늄 코일은 주로 영국제 빈티지 스피커에 많이 사용됩니다. 빈티지 타노이 스피커는 대부분 알미늄 코일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알미늄 코일은 중고역대에 사용되면 부드럽고, 화사하고 아름다운 뉘앙스를 내 주지만, 우퍼에 직결되면 너무 저역을 풀어지게 만드는 경향이 강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지적하는 타노이 스피커의 저역이 풀어지는 경향은 단지 인클로져만의 책임은 아닌 것입니다.

만약 타노이 스피커의 풀어지는 저역이 싫은 분이라면 네트워크에서 우퍼에 직결된 공심코일만 동선 공심코일, 더 나아가 철심 코일로 바꿔서 실험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만약 베이스 리플렉스 콩이라면 동선 공심코일이 맞을 것이고, 백로디드 타잎이라면 철심 코일이 더 잘 맞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정반대 성향을 가진 알택 스피커의 경우 철심코일은 매우 안 좋은 결과를 내는 것 같습니다.
알택은 중고역 드라이버에 "알미늄 공심코일"을 사용하면 가장 좋은 밸런스를 보입니다. 쏘는 맛도 덜해지고, 부드러움과 화사함이 삽니다.

이처럼 저역과 중고역 사이의 밸런스가 잘 맞지 않을 경우,

* 너무 뻣뻣하고 강한 쪽은 알미늄 공심코일로
* 너무 풀어지고 화사한 쪽은 철심 코일로
* 위 두 가지 경향이 약간 있는 경우는 동선 코일로

등으로 변경을 해서 맞춰주면 좋은 밸런스를 잡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선재의 굵기, 함께 사용되는 콘덴서의 종류 등 다른 변수들도 잘 조화가 되는 것은 당연한 전제입니다.

그런데, 중고역의 경우는 철심 코일을 사용하면 너무 음이 조여지고 공격적으로 되는 것 같아서 권장하기 어렵습니다.

제 짧은 경험과 판단이 부실할 수도 있으니, 이 글을 읽은 고수들께서 교정이나 보완을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