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이승민님께, 그리고 비슷한 고민하시는 분들께

by 윤영진 posted Mar 2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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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정을 갖고 계신 것이 멋져 보이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제가 권하는 방향은 지금 현재 논의되고 있는 쪽과는 아주 다릅니다.
저는 지금 보다 좋은 스피커와 보다 좋은 앰프로 바꿈질을 하시는 것은 반대입니다.

예를 들어서 영설형님이 사용하고 계시는 시스템에 있는 소스기, 앰프, 스피커 등등을 다른 사람들에게 주고 소리를 내라고 하면 죽었다 깨나도 그만큼 나오지 않습니다.
자동차경주나 승마나 좋은 자동차, 좋은 말이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드라이버이듯이, 오디오 기기도 어떤 기기냐 보다는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지금 사용하신다는 A7만 해도, 실제로 고수분들(김영택 고수 등)은 A5보다 더 윗길로 치는 스피커입니다. 만약 동등한 실력자에게 10평 안쪽의 공간에서 동일한 구동시스템 가격으로 소리 잘내기 경쟁을 시키면 A7이 A5를 이긴다고 봅니다.

제가 권하는 방향은, 일단 현재 갖고 있는 시스템에서 "최선의 소리"를 1년 정도 다듬어 보는 것입니다. 빈티지게시판이나 오프라인 모임 등에서 "다듬는 방법"을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저도 지난 6개월 동안 그동안 몇 년에 고생했던 것 보다 큰 폭으로 소리를 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시스템에 새롭게 고급 기종이 투입되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을 참고하고, 요령을 취득하고, 직접 해보고, 다시 듣고 평가해 보고, 남의 소리 들으며 참고하고....

어릴 때 태권도 배우면서, 하급 품세인 태극품세를 빨리 끝내고 멋지고 고급품세인 금강품세를 빨리 배우려고 겻눈질로 해보곤 했지만, 그게 다 부질 없는 짓이더군요.
중국의 전설적인 권법가 한분은, 어려서 사부가 "너는 자질이 부족하니 쉬운 8가지 기본 동작만 꾸준히 연습하라!"고 시켰는데, 그 쉬운 8가지 동작을 수십년 정성껏 연습해서 나중에 중국 최고의 권법가로 칭송받았다고 합니다.

조금 그레이드가 낮은 시스템에서 할만큼 다 해보는 것은 또 하나 좋은 점이 있습니다.
빈티지건 신품이건 하이 그레이드 기기들은 유저들이 손 대기 어려운 문제가 따릅니다. 워낙 가격이 비싸다 보니, 가격 유지나 재판매 등을 고민해야 하고, 손을 댄다는 문제가 중급 기기하고는 다른 치명적 가격 저하를 낳습니다.
그러나 중저급 기기로 볼짱 다 본 숙련도를 얻게 되면, 하이 그레이드 기기에서도 "크게 손 대지 않고도" 튜닝을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얻게 됩니다.

값싸고 흔한 기기로 좋은 소리를 내는 사람이 "고수"지, 비싸고 유명한 기기를 이어 붙여서 좋은 소리 내는 사람은 그냥 "부자"일 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새롭게 기기를 구입하는 것은 조금 뒤로 미루시고, 영설형님을 좀더 귀찮게 해서 지금 있는 시스템의 성능을 보다 추궁해 보는 일은 먼저 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