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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된 미이라 부활시키기

by 이규영 posted May 2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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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이라는 다름 아닌 RCA 콘솔을 의미합니다.^^
윗사진은 부활전 내부모습이고 아랫 사진은 부활후 내부 모습입니다.
언뜻 보기엔 별 차이 없는것 같아도 윗것은 미이라이고 아랫것은 살아있는 생명체입니다.ㅋㅋ
(사진 날짜 조정은 평생 안될모양입니다. 2066년이라....그럼 백년이 넘은건데...)

이 콘솔을 가져온날이 지난 2월 5일이었으니까 근 4개월을 주무른 셈이 됩니다.
내 능력으로는 구할수 없을것 같은 트랜스 프리 모듈 한조를 얻을수 있다는 기쁨에 괴물같은 놈을 선뜻 가져다 놨지만
그놈 내장을 들여다 볼때마다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하지만 어떻겠습니까? 약속한 것이니 만큼 만져 봐야줘.

빈티지 엠프를 본격적으로 만져보는것은 처음인지라 기대반 걱정반 작업에 임했으나 결론적으로 성공한것 같습니다.
험도 일체 없고 소리도 미끈미끈하고 쥔장 이성규님도 크게 만족하시니 더할나위 없이 기쁩니다.
또 영화에서나 본 수천년된 미이라에 생명을 불어 넣어 되살린것처럼 큰 보람?도 느꼈습니다.
청주에 가져가자 말자 동호인 두분을 모셔놓고 '죽이신' 모양입니다.
어찌 되었든 그 부활 과정을 몇자 적어볼려 합니다.

1.콘솔의 구성
모노시절 방송용 RCA콘솔입니다. 당초 프리는 6채널(스테레오3조), 싱글1채널(송신기까지 전송용 하이레벨 프리),
PP한채널(모니터용)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여기다 프리 두조를 아웃시키고 싱글과 PP 한개씩을 구해서 최종적으로 프리한조, 싱글과 PP 각 한조씩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별도로 구성된 전원부 한개로 싱글과 PP를 절환해서 사용할수 있게 구성하는게 숙제입니다.

2.검진및 해부
우선 각 모듈을 해체해 뜯어 내고 저항,콘덴서, 트랜스의 측정에 들어 갔습니다.
저항류는 모두 살아 있었지만 커플링(스프라그 색동)은 용량은 건재하나 모두 리케이지가 넘나들어 재기 불능이었고
전해 또한 반정도가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트랜스류는 프리모듈과 입력트랜스는 모두 싱싱한 상태이었지만 싱글과 PP트랜스는 한개씩 단선되고 또하나는 골병이
들어 있었습니다.

3.부품수배
색동 신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우선 급한대로 젠센오일과 스프라그 비타민큐로 부착 하였으며 전해또한 빈티지 멀티전해를
같은 용량,크기로 구한다는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보여서 스프라그 아톰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얼마전 색동신품을 구하여 비타민 큐는 아웃시켰음)
트랜스류는 싱글하나가 DCR과 헨리값이 뚝 떨어져 중병이 들어 있었고 또 하이레벨(600옴출력)로 구성되어 어차피 재권선이
불가피 하였으며, PP측도 한쪽트랜스가 단선되어 안산에 계신 오디오 중증 환자이자 트랜스 왕고수님이신 권선생님께
모두 다시 감았습니다.

4.동작테스트
부품을 수배하고 교체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교체후 우선 한개씩 테스트에 들어 갔습니다.
프리엠프는 내 시스템에서 이미 테스트를 완료한 상태였고 싱글과 PP공히 바이어스 전압은 아주 잘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따로 떼내서 그런지 험이 무지 나왔고 파형도 지 멋대로였습니다.
샤시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는지라 크게 실망하지 않고 콘솔내부에 장착준비를 하였습니다.

5.콘솔에 장착
우선 수십가닥의 내부배선재는 한털도 남기지 않고 모두 걷어 냈습니다.
내장을 다 비워내고 가벼워진 미이라를 베란다 밖으로 안고 나가 각종 단자류 부착용 구멍도 뚫고 내장 세척도 하였습니다.
가장 문제는 전원의 적정 배분입니다.
막강 PP엠프가 한대(90mA) 추가되는 바람에 B전원의 전압강하를 조절해야 했고 히터전압이 약간 빠듯해서 고심끝에
PP초단관은 프리엠프용 히터에서 빌려 왔습니다.
히터전원,B전원 절환은 기존에 붙어 있는 릴레이를 활용하였고 스피커 절환 릴레이는 별도로 설치 하였습니다.
한조뿐인 마스터 볼륨도 싱글과 PP가 공유할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유저의 요청으로 WE197A 프리를 쓸수 있게 프리 인풋단자도 설치하였고 IN,EX 절환 스위치도 앞에서 조작할수 있게 하였습니다.
판넬앞쪽 스위치 4개로 이 모든 절환이 가능하게 설계하였습니다.
프리와 파워간 구성은 오리지날 회로를 살려서 배선하였습니다.

6.조정및 측정
프리와 싱글엠프이 특성은 아주 좋았습니다. 싱글의 경우엔 험이나 파형에 있어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다만 원전원부 설계에 오류가 있어 현실적으로 조정하다 보니 프리B전압이 상승하여 감쇄필터를 부착하였고
싱글 피드백 콘덴서 용량이 지나치게 커서 이를 조정하여 주파수 특성곡선을 플랫하게 조정하였습니다.
문제는 PP에서 험발생인데 결국 전원부 콘덴서의 열화와 PP의 소요전류 증가로 콘덴서 용량 부족으로 판명되어
교체및 증강을 하여 험을 완존히 잡어 냈습니다.
각 부 바이어스 전압은 메뉴얼과 딱딱 맞아 떨어지는것을 보고 그 완성도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 엠프를 프리로 사용하고 인티엠프급을 파워로 사용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크게 증가한 이득조정에
애를 먹었지만 쥔장의 숨은 노하우를 빌려 무난히 해결 되었습니다.

7.시청및 후기
나만의 엠프가 아닌지라 내부 배선 정돈에 신경을 썼으며 무엇보다 칭칭 감아서 납땜한 단자류의 해체에 가장 큰 인내심이
요구 되었습니다.
또한 콘솔을 세워놓고 몸을 구부려 작업하다 보니 막판에는 허리통증까지 시달릴만큼...ㅋㅋㅋ
각 절환스위치 설계는 머리에 쥐가날 지경이었습니다.(하마터면 끊은 담배를 다시 필뻔....ㅎㅎ)
상세 오리지날 메뉴얼에 큰 도움을 받았기에 이번엔 각부의 새로운 도면도 생성해서 차후 다른사람이 쉽게
보수할수 있게 해 뒀습니다.

그러나 고진감래라 했던가??? 귀신잡는 알텍 A5에서도 일체의 험을 들을수 없으며 찰랑거리는 그 음 또한
올 트랜스 엠프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화이트노이즈는 거의 들리지 않으면서도 고역이 무지 쏟아져 나오는것은 감탄할만한 부분이었습니다.
적막속에 연주가 시작되다 보니 대음량 음악 초입부에선 깜짝깜짝 놀래기 일쑤였습니다.
싱글엠프는 4w가 넘게 나왔는데 A5를 흔들어 대는것을 보고 듣는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PP엠프는 10W밖에 나오지 않은게 좀 서운했지만 빈티지 스피커를 가지고 노는데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눈이빠지게 기다리고 계시는 쥔장과 다른 동호인 한분을 모셔놓고 시청에 들어갔습니다.
방송장비답게 정확하고 중립적인 표현력과 부드러운 음색은 빈티지 엠프의 종지부를 찍을수 있을만큼 만족스런 결과를
가져다 준것 같습니다.
허접 6V6진공관 대신 이성규님이 미리 준비해 온 WE349A를 싱글에 꼽으니 바이얼린 배음이 확 살아나며
귀족스럽고 품위있는 소리가 나옵니다.
허접 초단관류를 다 뽑아내고 고품위 진공관으로 바꿔준다면 한층 업그레이드된 음을 낼수 있을것 같고
콘덴서류가 에이징 되는 수개월 후면 보다 더 아름다운 음을 선사할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음엔 가져오신 197A프리로 연결해 봤습니다.
한마디로 귀를 완전 버려놨습니다. 말그대로천상의 소리가 납니다.
실크처럼 매끄러운 소리가 고역과 저역 전대역에 걸쳐 하나도 부족함이 없이 걸쳐 쫙 펼쳐집니다.
(일반적으로 고역이 좋으면 저역이 서운하련만.....)
지구상에서 가장좋다는 프리용 트랜스명성을 여실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전에 이성규님댁에서 들어 봤던 알텍 127A와의 부조화로 우수성을 확인할수 없어 평생 가질수 없는 나로서는
큰 위안^^이 됐었는데 이번엔 그 진가을 확인하곤 침만 꿀꺽 꿀꺽 삼키며 부러워만 해야 했습니다.
탄노이와 심각한 부조화를 보인 127A는 이번 콘솔완성으로 벌써 방출약속이 끝났다고 합니다.
알텍 127A도 몇 안되는 우수한 파워라 생각하는데 매칭이란게 이렇게 중요하구나 생각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간 미운정 고운정들었던 콘솔이 나가버리고 남은 횡한 자리를 메꿔보고자 어제는 모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음악을 들을려 엠프를 예열해 놨다가 10분만에 스위치를 내려 버렸습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것 같은 부자연스런 음색은 도저히 용서할수가 없어서였습지요.
대신 밤깊도록 조만간 착수할 트랜스 프리 회로와 부품을 들여다 보는것으로 마음을 달랬습니다.
아~ 나의 희망 트랜스 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