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평촌 항아리님 댁 에 다녀오며^^

by 박일남 posted Mar 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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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귀동냥 한 20년을 다녀보니 나름대로 공식 비슷한 것이 생긴다..그 집 주인의 성격에 따라 소리의 색깔도 닮아가는 느낌말이다.
글쎄 이제는 전화에서 나오는 목소리만 들어도 아! 이분은 어떤 소릴 좋아하겠다하고 대충 그림을 그려보기도 한다...

태양인들은 대부분 성격이 직선적이고 드시는 음식도 그렇지만 음을 추구하는 색깔도 느끼한 소리는 대부분들 싫어하시는 것을 음양오행을 공부하면서 나름대로 이렇게 저렇게 비교하면서 얻어진 결론이기 보다는 그렇게 생각이 들고는 한다... 글쎄..그냥 내 생각에....^^

겸손도 있으면서 주관이 뚜렷한 마치 6L6 항아리 먹관에서 나오는 듯한 정감이 있는 목소리에 따라 간곳은 나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평촌의 소붓한 아파트였다...

아파트라는 공간은 오디오 매니아들에게는 대부분 취약점을 많이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나 또한 분당의 작은 아파트에서 실상 음악을 좀 더 리얼하게 듣기 위해 경기도 광주로 이사를 했으니... 항아리님의 혜택받은 리스닝 룸은 클랑필름 L 405 가 그 호방하고 개성있는 소리를 내주기에는 구조상으로 어려웠겠지만 항아리님은 특유의 걸직한 웃음으로 감내하고 계신 듯 시종 편안한 웃음과 레퍼런스 CD 와 LP를 들려주셨다...

정돈 되지 않았지만 마치 외삼촌 댁 사랑방에 모여 앉아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편하게 느껴진 것은 45 가지관의 선비같은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예전부터 나에게 있어 가지관이 갖고 있는 품위는 그 모양새가 갖고 있는 귀족적이며 흔들림 없이 보이는 중용의 미덕이다.

45 싱글 파워의 만듬새의 모양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가 않았고 6 L6 항아리 먹관으로 구성된 프리에서 밀어주는 소리결은 근자에 들었던 소리중 가장 인상에 남을 정도로 음의 입자가 또 가닥추림이 어느 곳 빈자리 없이 들려 주었다..

김민기의 봉우리는 마치 칠부능선에서 오랜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듯 마음 한 구석에 회색 그림자를 만들어 주고 EV T350 트위터와 밸런스를 맞춘 바이올린의 질감은 도이치 사운드와 어울려 특유의 맛깔스런 질감이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 이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낸다.. 참으로 매칭이 좋은 색감과 음결이구나 하고 속으로 부러운 마음이 솟구쳐 올라 만드신 분과 총 제작된 비용을 물어 보기도 했다...

예전에 클랑필름 L 405를 갖고 몇 가지 장난하며 시험해 본 결과 이 유닛은 중역대의 색감이 아주 민감하게 느껴졌고 저역대의 질감은 도이치 사운드 특유의 두터운 입자가 자작나무 합판에서는 조금은 딱딱하게 각이 진 소리를 들려 주었고 나의 귀에는 미송 집성목이 가장 품위있고 해상력 좋은 중저역을 들려 주어 클래식에는 최고의 궁합이라 생각하였고 강성 MDF 는 저역대에서 가장 편하게 들려 왔었고, 글쎄 추측해 보면 아마 미송 피아노 향판이 여러 장르에서 가장 최상의 소리를 들려 줄 것이라 생각을 하며 지멘스 씨어터에서 나오는 L405의 질감을 따라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하였다.  

항아리님이 갖고 계신 자작나무 합판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리를 찾고저 하는 방향성에 대해 많은 담론을 나누기도 하였고 언제고 돈 많이 안들고 자기의 색감에 알맞은 소리를 찾아 자주 만나 뵐 것을 약속하며 같이 계신 분들과 광주로 향한 발걸음에서 아! 오늘도 많은 공부를 하고 다니는 아직 나는 소리방 학생(學生)이구나 하며 태양인 체질을 갖고 계신 항아리님의 호방한 L 405 소리를 가슴 저켠에 담아 두는 그런 크린하고 쿨한 토요일 오후가 지나갔다...    


 * 사진은 빌려 왔습니다..^^   


김민기-봉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