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풀레인지에 대해(상)

by 박일남 posted Mar 09,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주 허접한 글이지만 모 매거진에 풀레인지에 대해 제가 지금까지 약 40 여종이 넘게 만든 평판중에 몇가지를 추려내어 게재한 글입니다. 대략 A-4 용지로 8 매 정도 되는 분량인데 상하로 나누어 올려 볼까합니다. 글중에 많은 부분은 이곳 게시판에 올라온 소중한 님들의 식견(識見)을 참조하였고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 적어 놓은 것이니 오자와 틀려진 견해가 있으면 언제고 지적해 주시면 아직도 배우는 중인 저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풀레인지 스피커하면 6.5인치 타원형이나 원형스피커를 이야기하지 않을수 없다. 필자와 가까이에 있는 한 지인(知人)은 6.5인치 스피커 하나만 가지고 그리 크지는 않지만 한 쪽 벽면을 무한배플로 만들어 직렬3극관 모노럴 시스템으로 음악을 즐기고 있다. 허나 그 소리는 묘한 매력으로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게 만든다. 아시아권에서는 유독 일본의 오디오파일들이 로쿠한( 6과 2/1인치를 표현하는 일본말)이라면 눈에 불을 켠다. 스피커에 대해서는 아직은 유럽이나 미국의 노하우에 몇 발자국 뒤에 있는 일본이지만 다이아톤에서는 창립 50주년으로 꽤 많은 연구비를 투자하여 P610M 이라는 6.5인치 스피커를 시판하여 적지않은 성공을 거두며 그들 나름대로 현대스피커의 정점에 근접할 수 있는 하이엔드 스피커의 초석을 만들게된다.  

필자는 얼마전에 독일 소극장용으로 로렌츠라는 높이가 약 1미터 60센티 정도되는 3 웨이 평판스피커를 운용하다 멀리 대구에 시집을 보내고 필드형 유닛을 기다리며 다시금 텔레풍겐 12인치 풀레인지 스피커를 구해 자작으로 무배플 후면개방형 평판스피커를 만들었다. 그럼 왜? 다시 풀레인지 스피커로 회귀(回歸)인가? 흔히 말하는 음악성 때문인가?

풀레인지스피커는 어찌보면 가장 초보적인 지식(인크로져 제작)만 가지고도 전대역에 걸친 소리를 찾을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우선 소리구동에 있어 필요악인 디바이딩 네트웍이 없는 것이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한다. 디바이딩 네트웍을 사용하는 멀티웨이 스피커는 저역과 중역 고역등으로 주파수의 범위를 나누는데 여기에 수 미리헨리(mH)의 코일이 직렬로 들어간다고 볼 때 이 코일의 길이는 평균적으로 100여 미터를 갖게되고 이 코일에서 나타나는 저항값과, 중고역을 나눌 때 들어가는 콘덴서등과 저역에 직렬로 삽입되어 있는 직류저항을 포함한 모든 임피던스 성분들은 전체 시스템의 능률을 저하시키고, 혼변조로 인한 찌그러짐까지도 유발할 수 있기에 스피커의 댐핑능력을 간접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저하시키는 피치못할 단점을 지니고있다.

허나 풀레인지 스피커는 이러한 단점을 배제(排擠)하였기 때문에 스피커끼리의 간섭이 없어 동일콘에서 나오는 가청주파수의 정위감이 좋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어느 특정주파수에 대한 골(Deep)이 없기에 파워단에서 내주는 음색이 변하는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디 장점만 있는 완벽한 스피커가 있겠는가? 진동판은 규격, 형상 및 재질에 따라서 저음용과 고음용이 서로 다르므로 단일 진동판으로 된 콘형의 풀레인지스피커로는 가청주파수내의 전대역을 고르게 재생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위에 언급한 6.5인치 풀레인지스피커로 양감있는 저역을 재생시키기에는 많은무리가 따르는 것은 스피커를 자작을 해본 오디오 파일들은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필자가 풀레인지 스피커의 매력을 알게 된 것은 대략 20여년 전 소위 빈티지의 무리에 속해 있는 독일제 브라운 장전축을 구하고 난 뒤 분해하는 과정에서 텔레풍겐 타원형 6.5인치 풀레인지스피커를 크기가 1미터정도 되는 평판을 만들어 듣고부터이다. 그전에는 집안에 들여온 대부분 스피커중 멀티웨이 방식의 AR3a가 가장 오래도록 자리를차지하고 있었고 또 JBL의 올림포스를 가지고 멀티앰프 구동으로 한참 씨름하고 있을 때였기에 이 작은 스피커에서 울려주는 맛깔스런 소리에 반해 근 20 여년을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대부분 여러종류의 풀레인지스피커를 접하면서 그들과 동거동락을 하게 되었다.

사람의 귀라는 것이 체질에서 오는 감성(感性) 때문인지 또는 다른 요인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마다 각기 듣는 취향(趣向)과 추구하는 소리의 경향이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닐것이다. 밀폐형이나 베이스리플렉스 타입의 스피커를 들으며 나름대로 불만을 갖게 된 것은 피할수 없는 인크로져에서 나오는 통울림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적으로
평판스피커와 가까운 사이가 되어 지금껏 약 40여종의 풀레인지 유닛으로 자작을 해보게 되었다. 물론 모든 풀레인지 유닛이 무한배플용으로 제작된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스피커이론에 의하면 무한배플로 제작해보면 그 스피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 볼 수가 있다고 하기에 맘에 드는 유닛만 보면 먼저 생각하는 것이 무한배플의 사이즈가 머릿속을 맴돈다.

우리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내 귀에 담아지는 소리에 꽤 많은 수식어를 형용한다. 흔한것이음악성에 대한 비논리적인 어휘와 나아가서는 바이올린의 울림통에서 떨어지는 송진가루소리까지 들린다는 허무맹랑한 끔직한 소리도 오디오파일들은 모조리 수용하여 자기의 시스템과 비교분석하며 언제고 정해진 레퍼런스 레코드나 CD로 날밤을 새우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선곡을 하고 듣는 취향에 따라 제 아무리 난다긴다 하는 명기라도 몇날을 버티지 못하고퇴출을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게 많다. 현존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풀레인지 작은 유닛들은 고음과 저음에 있어서 평탄한 주파수 대역을 소화하고 있지만 예전에 만들어진 6과 2/1인치 소구경의 유닛들은 대부분 저역은 낮게 7~80 hz 고역은 13Khz 정도에서 재생되기에 아무래도 스케일이 큰 음악에 있어선 한계가 있다. 그러다보니 필자처럼 실내악이나 성악을 주로 듣는 귀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겠지만, 많은 장르를 선택하는 오디오 파일들에게는 소박 맞기 십상일 것이다. 하지만 사이즈가 꽤 큰 무한배플 스피커를 만들면서부터 언제고 마음에 모자람을 느끼던 관현악의 투티나 타악기군의 양감있고 탄력있는 저역을 인크로져에서 나오는 소리에 어느정도 접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느낄수 있었기에 그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소리 때문에 아직도 풀레인지스피커를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필자는 스피커를 연구한 엔지니어도 아니고 더욱이 오디오 전문가도 아니다. 다만 나름대로 내 귀에 아니 내 감성에 맞는 소리를 찾고저 이리저리 귀동냥과 방황을 하면서 큰 기술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자작할 수 있는 평판스피커와 몇 가지 인크로져를 스스로 만들어보면서 풀레인지 유닛들의 개성과 그들만이 갖고 있는 소리를 작게나마 기억 할 수 있기에, 여러 오디오 파일들이 풀레인지 유닛을 가지고 자작을 하면서 본인이 추구하는 소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는 취지에 초보의 수준을 간신히 넘긴 반딧불만큼도 안되는 지식이지만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몇 가지 유닛을 선택하여 이글을 남겨 볼까 한다.

풀레인지 유닛은 적어도 구경이 8인치 정도는 되어야 그리 모자람이 없는 주파수 특성을 지니고 있다. 8인치 정도의 유닛의 저역은 대략 평균적으로 50hz 정도 내려가고 고역은 15~16Khz 정도 내줄수있다고 본다. 흔히 화자되기를  6.5 인치를 풀레인지의 꽃이라 이야기하고 8인치 유닛을 풀레인지의 왕이라한다. 크기가 더 커지면 고역 재생에 문제가 생길수 있기에 예외적인 유닛이 아니라면 대부분 풀레인지의 특성의 최대치는 여기까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면 필자 나름대로 선정한 8인치 풀레인지와 10인치 유닛들의 개성을 살펴보면서 각기의 취향에 맞는 음색을 생각해보며 마음 속으로 구도를 그리며 자작을 해보자.

[이소폰 8인치 풀레인지]

대부분의 초기 독일제 유닛들은 도르트문트에서 OEM 방식으로 제작하여 납품을 하였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많이 유통되고 있고 많은 자작파들에게 인기있는 유닛이다. 예전에는 원형 유닛은 구하기 힘들었고 장전축이나 라디오에서 추출한 타원형이 대부분이었다. 독일제 유닛들은 음압이 거의 100db 근처에 가까이 형성되기에 6BQ5 싱글같은 소출력 암프로 구동시켜도 좋은 음질을 찾아 낼수 있다. 하지만 타원형은 저역을 중시한 만듬새 때문에 특정 주파수대에 분활공진이 생긴다. 즉 콘지(진동판)가 피스톤 운동하고 있는 대역이상이 될 때  타원콘지의 중앙부와 외주부가 각각으로 움직이기에 직경방향으로 마디가 생겨 좌우 각각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주파수가 높아질 수록 커지는 단점을 갖게된다. 이소폰유닛은 콘지의 두께가 아주 얇고 탄력이 있기에 부드러우면서도 약간은 가벼운 느낌 때문에 현의 질감은 깔깔한 맛을 내주고 피아노의 가벼운 터치에서 퍼지는 공명도 매력이 있다. 공통적으로 독일 유닛들은 피아노 소리만큼은 여느 스피커에 뒤지지 않는다고 보고싶다. 그러나 목관악기의 색감은 약간 뻑뻑한 느낌을 주고 성악에서는 선이 가늘지 않은가 하고 가끔은 고개짓을 하게 만든다.

라디오나 장전축에서 추출한 유닛들은 프레임 자체가 아주 약한 양철 같은 것으로 만들어져 있다. 유닛의 생명을 이야기 하자면 콘지와 마그넷이 80% 정도라면 프레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정도 된다고 봐야한다. 그만큼 음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더욱이 무배플후면 개방형으로 만들려면 댐퍼와 프레임에 걸리는 부하를 무시 못한다. 배플에 전달되는 저역의 에너지는 프레임 자체에서 연소를 완전히 시켜야 찌그러짐이 없고 저역의 부밍 현상도
소화시킬수 있다. 또 무배플 스피커는 앞면의 배플자체가 떨면서 저역의 양감이 형성되는데 프레임이 약하면 내입력의 허용치를 수용할 수 없게된다. 즉 심한 부하가 걸리면 콘지가 찢어지거나 보이스코일이 단선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소폰이나 텔레풍겐 유닛을 구할 때에는 언제고 이중샷시 구조를 가진 프레임을 권하고 싶다.

대부분 독일제 유닛중 알니코 말굽자석은 가정용으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고 프로용으로 제작된 것들은 뒤에 마그넷캡이 씌워져있다. 독일제 10인치로는 지멘스 VAC 시리즈가 구조적으로 잘 만들어진 유닛이라고 보고싶다. 유명한 극장용스피커 지멘스 씨어터에는 이 10인치 지멘스 VAC를 중음대역에 4개를 채용하여 질감있는 중역을 재생시키고 있다. 뒤에 마그넷캡이 씌여진 8인치 유닛들도 이제는 제법 많이 유통되어 자작파들에게는 헌팅의 대상이다. 무배플 후면개방형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특성을 얻을 수있고 대략 이소폰 8인치나 지멘스 8인치는 높이 1미터에 넓이는 90센티 정도의 18mm의 미송합판이 가장 좋고 그 대역으로 강성 MDF도 질감이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사랑이라는 가슴앓이 시절에 알프레도 코르토가 들려주던 쇼팽의 마즈르카가 가장 아름답게 들려주었던 작은 담쟁이의 넝쿨같던 소리.....

[텔레풍겐 ELa L-6 10인치 속칭 빨간배꼽 풀레인지)

다시 프레임 이야기를 해보자 예전에는 스피커드라이브 유닛을 만들때 대부분 샌드캐스트 방식으로 뜨거운 쇳물을 모래 거푸집에 부어서 장인(匠人) 정신으로 하나하나 정성들여 만들었다. 이 텔레풍겐 10인치 유닛은 프레임을 주물로 만든것과 빼크라이트 재질로 만든 두가지의 종류가 있다. 가끔 보이는 주물로 만든 프레임의 유닛을 두 개 사용하여 깊이가 약 13센티 정도 되는 프론트혼의 구조를 갖는 후면개방형이나 작센 타입으로 인크로져를 만들면 생각보다 내입력을 크게 잡을수 있고 긴장감과 탄력감, 지향성이 좋고 스케일이 큰 음향구조를 찾을 수 있다. 텔레풍겐 유닛들이 청감상 아래쪽의 대역폭이 조금은 모자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콘지의 탄력감이 뛰어나고 원형캡의 마그넷이 갖고 있는 에너지의 양감있는 중역대는 다른 유닛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발군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장점은 극대화 시키고 단점을 최소화 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유닛이 이 텔레풍겐 ELa L-6 10인치였다. 그만큼 투자가치가 있었던 절대명품이였다.

지멘스 코엑시얼처럼 작센타입으로 만들면 양감과 그리 깊은 저역이 나와주지 않았고 관현악이나 오페라의 웅장한 스케일을 재현하고 싶어 두 개의 유닛을 장착한 후면개방형 무배플평판 스피커는 오래 들으면 생각보다 밸런스가 무너져 있고 시끄럽게 들려왔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많은 시행착오 끝에  높이 150cm 에 넓이 130cm 두께 22mm 미송합판으로 위와 같이 높이 80cm 넓이 60cm 깊이13cm 정도 프론트혼 타입을 만들어 탱고 아우트로 구성된 2A3 PP 로 구동을 시켜보았다. 비엔나콘첼토하우스와 레오폴드 블라하가 연주하는 브람스 클라리넷 5중주 작품115는 거의 죽음이었다. 비인 특유의 결이 살아있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깊은 배음사이로 피어오르는 클라리넷의 비장미(悲壯美)는 이 곡을 워낙 좋아하던 나에게 극치의 오르가즘을 느끼게 하였다. 저역의 깊이도 30hz 정도 내려가는 풍부한  질감과 양감이 이른 여름 백사장의 따스한 모래결처럼 해상력이 뛰어난 저음을 구사해 주고 바로크 음악의 백미인 통주저음의 합주에서 펼쳐지는 총주나 고음악에서는 추종을 불허하고, 이소폰이나 지멘스 유닛들과는 다르게 목관악기의 리드에서 나는 떨림과 대금산조의 공간을 쭉 찢어 놓는듯한 서늘한 울림이 새벽에 나래 칠때는 그저 입안에는 마른침이 고이고 베르디의 오페라 오델로 도입부에 공간을 가로 지르는 관악기군의 화려한 뻗침은 머릿결이 쭈볏서게 만든다.  피셔 디스카우나 케르스텐 플라그스타트의 깊이있는 성악의 내지름도 흐트러짐 없이 소화하며 대단한 위력으로 약 8 평정도 되는 공간을 꽉 채워 주었다. 아마 독일 유닛들 중에 가장 목관악기와 금관악기군의 소리를 잘내주는 슐츠 12인치를 쉽게 뛰어넘는 손꼽히는 풀레인지의 명기중에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겨울날 먼지먹은 별들을 가슴에 담아두고 늦은밤 요셉 시게티의 독특한 보잉으로 울려 퍼지는 부조니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들을 때 왠지 보고 싶은 얼굴이 바로 텔레풍겐 ELa L-6 10인치가 갖고있는 빨간 입술의 유혹적인 색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