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어제 박일남님댁을 다녀와서

by 김화영 posted Mar 08,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우선 음악을  사랑하시는   빈티지 동회회  여러분들에게  인사드립니다.
또한  저와 김준석님을 위해  귀중한  일요일낮부터  밤중까지  시간을  할애 해주시고
융숭한 대접까지  해주신  "花山 박일남"님께   거듭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저는 70년대 후반부터  혼자서  주먹구구식으로  오디오 장난을  좀 해오다가 (물론 지금도
주먹구구식이지만...)  훗날  한국오디오애호가회 회원들을  알게되어 쫒아다니면서 귀동냥 좀
하고 다녔을 당시에는  독일제 프로장비들은  워낙 귀해서 감히 범접해보지  못하였다가 80년대
후반부터 "지멘스 오이로다인"스피커와   "텔레풍겐085"스피커등등의  소리를 들어봤지만
그당시 탄노이 소리에 젖어있던 저의  막귀에서는  음색이 좀 독특하고 바이올린도 까랑까랑한
소리에  강하다고 느껴왔었는데 (텔레풍겐085소리는 좀 화려하고  맑은소리로 느꼈슴)
어제 박일남님댁을  방문하여  장시간  들어 보고서는  독일제소리의  고정관념이 흔들리기 시작 하였습니다.
우선 12인치 우퍼는  전후로  움직이지도 않고  고강도 MDF평판만  진동하면서 밀려오는 장대한 스케일의  펀치력있는 저음,   자연스러운  현악기소리,   "응답속도가  빠르고 정확한 피아노의  타격음과  챔발로  드럼소리"등등을  아주 장시간  들었어도  별로  저의 막귀에 부담스러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오디오기기간에  매칭이 잘되어있고  음의배런스가  잡혀있고  살이 약간 붙어있는
온도감이  느껴지는  자연스런음을  접하고  집에 돌아오니  온통 머릿속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더군요. ( 누가  오디오는  왜 만들어나 가지고  이렇게  골치아프게 하는지....오디오가  웬수덩어리여)


1. 도대체 왜   12인치 우퍼는  전후로 진동도 아니하고  고강도MDF평판만 진동하면서  과장되 지않은 장대한 스케일의  펀치력있는  저음이 나올까? ( 여기에 박일남님의  오랜경험에서  얻어진  축적된 노하우가  있는것 같습니다)

2, 지금까지 내가 들어본  독일제 스피커들은  같은  독일제파워와  프리앰프로  매칭 시켜서
   소리가  강하게  느껴졌을까?

3, 지멘스오이로다인과  같은 대형스피커를  10평도 못되는 청취공간에서 들으니  강한 소리라
    고  생각해 왔었는데.......

  
나는  현악기 소리때문에  탄노이 실버, 레드, 골드를  영국에서  공수해와서  인클로저를 특
   주하여   내부에  피치를  녹여 바르고  별짓을  다해봤지만  역시  끙끙되는  통소리 때문에
   포기하고   지금은  레드1조만 가지고  실내악을 듣고,  올드팝과  관악기소리와  성악은 알텍
   A-5로 듣고,    대편성은  파트리션으로  듣지만........

박일남님은  스피커1조만  가지고도  모든음악을  다 소화시키시니,  그렇다면  과연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여기서부터   나는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하여   지금회사의  내방에 있는  상쾌한 잎이 그려내는  우아한  난초의  곡선만  멍하니  바라보면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고  있으니,  이노릇을
어찌 해야 하는가?

나는  다시 어제  박일남님댁에서  들었던  음악들을  다시 되뇌여본다.

"나의  오장육부를  모두  뒤흔들어   땅속 깊은곳으로,
아니   저 물속  깊은 곳으로   빠뜨렸다가    다시 올라오게  하더니

숨쉬는것조차   거추장스럽다
이대로  숨을  멈추고   영혼만을   건져내어  훨훨  날아가거나

세상의  소리와  빛을 모두  차단하고  나만의  세계로  침잠하고  싶었었다
내가  뉘라서   감히  눈을 뜨고  음악을  들을수  있었단  말인가"


도이치  사운드여!
어찌   이평범한  오디오맨의   마음을   이리도   뒤흔들어  놓는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