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빈티지 방에서 버티기

by 정재선 posted Mar 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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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용하는 스피커와 앰프는 빈티지와는 거리가 멉니다.어거지로 빈티지라고
우기자면 피셔 튜너가 한대 있고 암펙스 6V6 모노블럭이 한대 있긴 합니다.그리
고 가장 중요한 빈티지 부품! 출력 트랜스가 바로 빈티지 되겠습니다.(우기기 입
니다!) 몇 종류의 출력 트랜스를 사용해 봤으나 제 취향에는 구닥다리 출력트랜
스가 가장 좋았습니다.협대역이든 광대역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그저 제가 좋
으면 그만 입니다.

누구에게 들려줄 것도 아니고 팔아먹을 것은 더더욱 아니며 단지 음악이나 시가
듣고 싶을때 .. 옛 생각이 날때 한번씩 들어볼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기 때문 입
니다.그렇다고 하여 제 기준으로 팍 풀어진 저음이나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앰프
를 좋다고 사용할수 없으니 앰프를 만들어 놓고 뒤집어 엎기를 밥먹듯 하긴 했습
니다.물론 지금도 맘에 안들면 앰프를 뒤집어 엎습니다.그러나 예전에 비하여 빈
도가 많이 줄었지요.

음악도 클래식은 어쩌다 생각나면 시디 몇개 꺼내 드는 수준이고 그것두 성악 아
니면 대편성곡만 골라서 듣습니다.기기가 따라 주든 안따라 주든 상관을 안합니
다.제 기기가 아무리 허접한 소리를 들려줄지라도 제 마음속에선 몇배 웅장한 저
음이 몰아치고 청아한 고음이 메아리 치기 때문 입니다.물론 실제 그런 소리를 가
진 기기를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 제 자신을 다스릴 자신이 없습니다.끝없는 욕심에 말려 들까 겁이 나기
때문 입니다.가지지 못할 바에야 있는 것으로 만족 하자는게 제 신조(너무 거창하
지요?? ) 입니다.뒤돌아 생각해 보면 가졌다고 느꼈던 때가 한번도 없었습니다.손
에 쥐었다 싶으면  또다시 두리번 거리다 결국 다 놓치고 나선 차라리 그때가 좋았
었다는 후회감이 들때가 더 많았던듯 합니다.그것이 어떤것이 되었든.....

마음이 심란할땐 그렇게 좋던 소리도 흐트러지게 들립니다.마음이 평온하면 싸구
려 시스템에서 나오는 소리도 아름답게 들립니다.저에게 있어 음악은 마음이 심란
할때 나를 이해해줄수 있는 친구로.. 마음이 평안할땐 들판에 누워 쳐다보는 뭉개
구름 같은 그런 존재이기를 바랍니다.친구가 거친 목소리를 가졌든.. 갸날픈 목소
리를 가졌든..  그래서 그저 마음이 편안한 빈티지 방에서 버팁니다. 뒷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