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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좋은 저역을 위한 접근법

by 윤영진 posted Mar 0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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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저역을 만들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가 얼마 전에 재즈클럽에서 사용하기 위해 망상에 가까운 기획을 했던 울트라 빅혼에 의한 저역입니다.
이런 빅혼에 의해 나오는 저역은 "쥐어 짜서 짜부러져 터져 나오는 저역"과 달리 "가벼운 해일"처럼 쑤-욱 몸을 관통하는 듯이 들립니다. 몸에는 전혀 압력을 주지 않고 "투명하게 관통당하는 느낌"입니다.
또한 이런 저역은 바닥에 안개처럼 깔리며, 유연하게 공간 전체를 하나의 인클로져로 만들듯이 공진시키는데 비해, 쥐어 짜서 나오는 저역은 특정한 조준 범위 내에서 에너지가 집중되어 일종의 얼룩처럼 공기를 흔듭니다.

질 나쁜 저역은 중역대를 오염시킵니다. 우퍼 유닛에서 발생시키는 음은 기음의 약 3배 위의 주파수까지 배음 성분을 방출해서 중역 드라이버에서 나는 소리에 음을 섞어 버립니다. 500Hz의 음이라면 1.5Khz 정도까지입니다.
이것도 이론적으로 24db/Oct 정도의 날카로운 슬로프로 우퍼의 크로스오버 포인트 이상을 말끔히 잘랐다고 했을 때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이론치만큼 깔끔하게 중역이 잘리지 않습니다.
우퍼의 고주파 배음은 의외로 트위터 영역까지 발생됩니다.

아포지와 같은 정전형 스피커의 저음도 좋지만, 위에서 말한 투명한 해일에 의해 배가 관통당하는 듯한 느낌은 얻을 수 없고, 상쾌한 미풍이 가슴을 스며 지나가는 느낌을 얻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저음을 얻기 위해서 개구부가 적어도 2.5*2.5m는 넘는 커다란 혼이 필요한데, 말 그대로 꿈일 뿐입니다.

박성준님 말마따나, 취향은 중고역에서 찾고, 저역은 "순수한 질"로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빈티지 스피커에서 저역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상식적인 접근"이 다음 몇 가지로 얘기될 수 있습니다.

* 유닛 : 쌀이 좋아야 밥맛이 좋듯, 좋은 우퍼 유닛은 절대적입니다. 그러나 빈티지 스피커의 경우 멋대로 바꿔 달 수는 없으니 오리지널을 전제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 인클로져 : 공진 없이, 위상특성 변화 없이 저역을 부스트해 줄 수 있는 구조와 형태. 그리고 바닥 사이의 공진 제어를 위한 스파이크 처리 등... 흡음재는 오리지널에 사용된 양에서 약 20-30% 정도 늘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빈티지 업무용 스피커들은 "중역대"의 대음량 장거리 재생을 위해 의도적으로 중음대를 덜 죽여 놓았습니다. 이게 우퍼에 뒤섞여 나오기 때문에 중역대를 조금 더 죽이는 것이 밸런스가 맞습니다.

* 유닛 장착 : 의외로 빈티지 스피커들의 유닛들은 장착용 나사들이 헐거워진 것이 많습니다. 나사를 가끔 잘 조여 주고, 인클로져 뒷판 조임 나사도 가끔 조여주어야 합니다. 유닛과 인클로져 사이에 진동을 막는다고 물렁한 고무 같은 재질을 사용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탄성이 되도록 낮은 펠트나 딱딱한 펄프, 코르크 ..."같은 재질이 좋습니다.

* 네트워크 : 2차 필터를 사용하는 네크워크의 예를 들어 우퍼에 병렬로 연결되는 "중고역 감쇄용 콘덴서"는 빈티지 스피커의 경우 대부분 오일타잎이나 전해가 붙어 있습니다. 여기서 충분히 중역대를 빠르게 잘라내 주지 못해서 우퍼의 중역대를 느리게 뻗어올리게 만듭니다. 질 좋은 필름 콘덴서로 바꿔주어야 합니다. 중고역에 걸리는 콘덴서의 재질은 각자의 취향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 앰프 : 프리앰프까지 말하자면 너무 길고 산만해지니, 파워앰프만 말하자면.....

목이 쉬도록 자주 얘기하는 것이지만 전원 임피던스를 최대한 내려주어야 합니다.
전원 임피던스를 내리기 위해서는 질 좋은 쵸크, 플레이트 쵸크를 사용하고, 충방전 속도가 높고 임피던스가 낮은 필름콘덴서를 "험이 없는 한 최소용량"까지 내려서 사용해야 합니다. 제 선배 자작고수 한분은 한 채널당 4uF짜리 두 개 이상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물론 험 없고 저역 단단합니다.
전원필터용 콘덴서의 용량을 키워서 저역의 양을 늘리겠다는 시도처럼 잘못된 시도는 없습니다. 저역의 증감은 "부피가 아니고 재생 주파수의 하한을 내리는 것"입니다. 이 목표는 회로 설계와 시정수 조정 등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하지, 전원 필터의 용량으로 하는 것은 안 좋은 방법입니다.

캐소드 바이패스 콘덴서에 의존하는 저역 부풀리기도 좋지 않은 접근법입니다. 일본의 자작가들이 일반화시킨 "안이한 대책"입니다. 캐소드 바이패스 콘덴서로는 신호전류가 흐르는데, 질 나쁜 전해 콘덴서로 100uF 이상씩 마구 달아서 저역의 부피를 늘려 놓으면 결국 질 낮은 저음만 만듭니다.
자작을 할 경우, 테스트해 보고 저역이 부족하면 제일 먼저 캐소드 바이패스 콘덴서의 용량부터 늘리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보다 회로 설계를 근원적으로 재점검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원 임피던스를 내리기 위해 필터 콘덴서를 다병렬로 사용하는 방법에는 이견이 존재합니다. 일장일단이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중요한 점은 용량이 다른, 서로 다른 재질의 콘덴서를 여러 개 병렬로 붙이는 것은 경험상 단점이 많아집니다. 예를 들어 대용량의 전해 콘덴서와 소용량의 필름 콘덴서를 병렬로 여러개 붙이면 각각의 콘덴서를 흐르는 다른 주파수 대역에 위상차가 생겨버립니다.
권장할 방법은 같은 재질의 "동일한 용량의 콘덴서"를 여러개 병렬로 연결하는 겁니다.

전원트랜스를 좋은 것으로 충분한 용량의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전원 임피던스의 1차 책임은 전원 트랜스에 있습니다. 의외로 상당한 고수 분들도 전원트랜스는 떨지만 않고 약간의 여유만 있으면 된다는 판단을 하는 걸 봅니다. 전원 트랜스를 잘 감는 데 드는 비용은 몇 만원 차이 뿐입니다. 절대로 아껴서 안 될 돈입니다.

전후단 임피던스 매칭과 회로 설계의 차이에 의해서 각 증폭단 간의 커플링 콘덴서의 용량이 정해집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 없이 그냥 입수된 회로도에 지정된 커플링 콘덴서의 용량을 맞춰 달고, 저역이 부족하다고 그냥 커플링의 용량만 올리는 것이 상례입니다.
최대한 커플링 용량을 작게 쓸 수 있도록 설계된 회로를 우선 구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도 전문가들과 상의해서 커플링의 용량을 더 줄일 수 있도록 임피던스 정합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커플링 콘덴서의 용량이 크면 클수록 저역의 질은 낮아집니다. 대개 커플링 콘덴서에 의해서 바이패스된 저역은 수십hz부터 수백hz 사이에서 위상 반동이 생기고, 이 위상 변동의 정도는 콘덴서의 용량에 비례합니다.

* 댐핑팩터에 대한 오해

   진공관 파워앰프는 출력 임피던스가 높기 때문에, 댐핑팩터가 TR앰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고, 그로 인해 우퍼에 대한 제동력이 부족해서 당연히 저역이 풀리게 된다는 "확신"이 의외로 공고합니다.
많은 자료를 찾아 일일이 검증해 봐도, 댐핑팩터는 2를 넘으면 무한대 댐핑팩터에 비해 "청감 한계 내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측정 결과"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측정실에서의 "정특성"과 앰프를 실제로 구동하는 "동특성"의 차이도 인식해야 합니다만....

또한 TR앰프는 매우 낮은 출력 임피던스 때문에 스피커를 정전압 구동을 하기 때문에 우퍼 제동력이 큰 점도 인정됩니다.
댐핑팩터가 낮게 되면 점점 "정전류 구동"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순간 필요 전류를 공급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정전류 구동은 댐핑 팩터가 1 이하 0에 가까울 경우이고, 댐핑팩터가 6만 넘으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진공관 앰프의 우퍼 제동력은 낮은 댐핑팩터도 원인이지만 그보다 앰프의 전원 임피던스를 내리지 못해서 발생하는 "순간 전류 공급능력의 부족"이 더 책임이 있고, 그 책임의 대부분은 질 낮은, 높은 용량의 전해 콘덴서에 있습니다.

만약 위에 설명한 주요 보완책들이 충분히 반영이 될 경우 스피커에서는 매우 다른 저역이 나옵니다.
TR앰프로 구동한 것과는 다른, 그처럼 딱딱하지도 않으면서 탄력있고 맑고 투명한 저역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