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차라리 원망스럽네요^^

by 이영희 posted Mar 0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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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를 시작한지 2년쯤 됐습니다.
처음부터 시행착오를 줄이고자 꼼꼼히 공부해서 기기를 들여 놓았죠.
빈티지가 제 취향에 맞는거 같아
스피커를 클립쉬 라 스칼라로 하고 프리는 맥킨토쉬 c28에서 얼마전에 c20으로 업그레이드(맞죠?)했습니다.  그리고 파워앰프는 국내 메이커에서 잘 만든 기기라면 외제 어떤 고가기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듯 해서 국산 진공관 앰프를 계속 사용해 왔습니다.
뻔한 월급쟁이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줄이고 최상의 코스트 포퍼먼스를 얻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되도록이면 고가의 기기는 피해 성능위주의 기기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별 불만 없이 써왔다고 할 수도 있죠.
그러다 이번에 박성준님댁에 들려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고 거기에 덧붙여서 럭스만 프리파워 앰프까지 빌려서 듣게 되었습니다.
럭스만 프리,파워 생긴것도 멋있었지만 무겁기는 오지게도 무거워서 저희집 3층까지(상가주택인지라 승강기도 없습니다) 낑낑 거리며 박성준님이 도와주셔서 간신히 옮겨가지고는 들었습니다.
처음 마음은 다른 소리도 한번 들어보자 그런 마음이었고 내 시스템과 비교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죠.
그런데 듣고 나자 괜히 들었다, 아니 들음만 못하단 생각입니다.
차라리 앰프를 빌려주신 박성준님이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아니 어쩌면 이리도 소리가 다를수 있단 말입니까?
기존의 제 기기들의 소리와 비교해보면 단순히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아주 다른소리, 전혀 다른 차원의 소리였습니다.
그동안 잘 들어오던 제 기기들의 소리는 왜이리 답답하고 천박하며 알맹이 없는 텅빈 소리만 내었던 걸까요?   억울한 마음에 몇번을 앰프를 바꾸어 가며 듣고 또 들어보았고 억지로 제 기기의 좋은점을 찾으려고 노력도 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제 앰프들만 초라해지더군요.
솔직히 제 기기로 다시 음악을 들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또 한가지 기분 좋았던 것이 제 스피커들에서도 그렇게 감동적인 사운드를 느낄수 있었단 거지요.  얼마전까진 공간만 허락하면 스피커를 알텍 a7으로 들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지금으로도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애초에 미련을 끉고자  럭스만 셋트 가격을 물어보니 제 스피커 두조랑 앰프, 소스 기기까지 모두 내다 팔아도 구입할 수 없는 가격이라 그만한 값차이만큼 소리차이가 날까 싶었는데 지금은 정말 큰일입니다.
박성준님께서는 c20은 명기지만 워낙 오래된 기기이니 오버홀이나 약간의 개조를 하고 파워는 클립쉬에는 6L6 PP나 5998 싱글보다는 EL34 PP의 매칭이 더 좋을듯 하다고 그렇게만 하면 지금보다 훨씬 소리가 좋아질거라고 친절하게 조언을 해주셨습니다만 자꾸만 눈앞에는 신선지경의 도락을 느끼게 해주었던 럭스만 셋트가 아른아른 거리기만 합니다.
오디오만 좋아했지 집에 납땜기 하나 없을 정도로 기기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니 프리앰프는 어떤수로 개조하고 박성준님이 말씀하신 잘 만든 EL34 PP앰프는 어디서 구한답니까.  그렇다고 쌩빚을 내서 기기를 들여 놓을수도 없고  아!!  럭스만이 원망스럽고, 빌려주신 박성준님이 원망스럽고 저의 아득한 현실이 원망스럽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나름대로 생각해왔던 오디오관....굳이 비싼거 쓰지 않아도 된다.  비싼건 다 이름값일 뿐이다.  라는 저의 생각도 다 부질없이 흩어진것만 같아서 제가 원망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