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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식 에이징용 음반테스트 겸용

by 윤영진 posted Feb 2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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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빈티지 좋아하는 분들은 Helloween과 같은 스피드 메탈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분이 극소수일 겁니다. 물론 저도 이런 빠르고 시끄러운 음악은 20대 초반 이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몇 년전부터 필수품으로 꼭 끼고 살고 있는 음반이 하나 있습니다.

Nightwish라는 핀란드의 Melodic Speed Metal 그룹의 Oceanborn이라는 앨범입니다.

이들의 음악을 설명하는 수식어도 복잡하기 그지 없습니다.
Melodic Speed Metal 이라는 기본 성격 외에 Black, Gothic, Death, Opera Rock, Classic.....

어쨌든 쉽게 말해서 기관총 쏘듯이 무지 비트가 빠르고, 다이내믹하면서도 클래시컬한 화성의 아름다움까지 보탠, 일종의 퓨전의 극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음반은 오디오기기 에이징용으로 최강입니다.

거의 모든 주파수 대역의 음 신호가 동시에 무지 강력하게 약 1시간 동안 오디오 시스템에 이근안식 전기고문을 가합니다. 특히 1/32박자 정도의 콩 볶듯한 빠른 비트가 연속되다가 보니 평소 거만하거나 게으르거나 건방지게 말을 잘 안 듣던 우퍼들도 "주인님 다시는 안 그럴께요!"라고 꿇어버립니다.
연약한 에지가 붙은 우퍼는 "아- 저러다 에지 파열되는 것 아니야?"라는 불안감마저 줍니다.

부품을 새로 갈은 경우, 무언가 시스템에 "신병"이 들어와서 아직 부대 분위기 파악 못하고 뻣뻣하게 놀 경우 이 음반 1회 구동만으로 수경사 헌병 정도로 군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화합적 조직문화 구축에 일조를 합니다.

또 하나 용도가 있습니다. 음질 테스트용입니다.

이 음반의 곡들은 매우 극한의 상반성을 갖고 있습니다. 매우 빠르고 시끄러운 것 같은데, 실제로는 상당히 아름다운 화성과 음악성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보컬 Tarja의 음성은 클래식과 락의 장점을 공유한 매력 덩어리입니다.

즉, 빈티지 시스템으로 이 음반을 틀고 다음의 채점을 합니다.

1) 오케스트라 연주를 최대한 듣는 수준의 음량으로 음반을 끝까지 참고 들을 수 있는가?
   - 잘못 튜닝된 알택으로는 채 3분을 못 듣습니다.
   - 만약 이 음반을 큰 음량으로도 한판 다 기분 좋게 들었다면 그 시스템은 아주 훌륭하게 튜닝
     된 겁니다.

2) 고역과 저역까지 밸런스가 잘 맞는가?
   - 무지 시끄럽기만 해서 밸런스고 뭐고 없을 것 같은데 기이하게도 아주 밸런스 좋게 연주와
     녹음이 되어 있습니다.

3) 콩뽁듯이 연속되는 빠른 비트에서 우퍼가 정확한 해상력을 보여 주는가?
   - 부밍되는 넘, 대충 넘어가는 넘, 퍼져 버리는 넘, 뭉게버리는 넘 등등은 실격

4) 매혹적인 Tarja의 보컬이 명확하고 아름답게 들리는가?
   - 중역대의 해상력과 음색 평가

5) 한판 다 듣고 이비인후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느낌은 없는가?
   - 날카롭게 쏘는 음 때문에 고문당한 느낌이 있다면 고역을 손 봐야 합니다.

6) 한판 듣고 나서, 이상하게 내 취향도 아닌데 가끔 자주 듣고 싶다는 매력을 느꼈나?
   - 합격입니다.

저도 네트워크 새로만들어 넣고 얼추 튜닝이 끝난 후, "에이징"을 위해서 이걸 두세번 틀었습니다. 신품 필름 콘덴서 때문에 째그렁 거리던 중고역대가 소금 먹은 배추처럼 나늣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1달 이상 기다리기 지루한 저처럼 성질 급한 사람들은 쓸만 합니다.

이미 유행이 아니라 판가게에서 구하기는 어렵겠지만, 구입이 가능하신 분들은 속는 셈치고,
제가 말씀드린 두 가지 용도중 한가지 용도만으로도 판값은 충분히 하니 들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