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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Heal 음악청취의 계절

by 이경일 posted Sep 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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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매칭 디자이너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사람향기] 아날로그 오디오 예찬론자 <상>
아파트 관리소장 이경일 씨, 평생 완벽한 사운드에 매료
진공관부터 마란츠까지 명품 오디오 앰프 스피커 등 보유
2016년 08월 17일(수) 10:48 [경산신문]
 

↑↑ 아파트 관리사무소 사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오디오 기기들에서 이경일 소장이 진공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경산신문


다들 그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고약하다는 말도 보탰다. 일껏 찾아간 사람에게 질문도 허락하지 않더라고, 별나다 했다. 은둔의 고수처럼 몸을 숨기고 있다는 그는 웬걸, 아파트 관리소장이라는 속세의 직함을 갖고 있었다. 그 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벌써 한 번씩 다녀갔다는 그의 사무소를 찾았다.


이경일(63) 소장은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분주하게 아파트 단지 현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기자를 맞았다. 차림새가 일견 소탈해 보였지만 품에 감춘 검이 바람결에 번뜩이듯 고수의 면모가 풍겼다. 선입견이 부른 지레 짐작일까? 가늠하기도 전에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 건 그쪽이었다. 소리에 대한 그의 철학과 자부심은 대단했다.


끝없이 추구해가는 ‘오디오 사운드 매칭 디자이너’. 이경일 소장은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나름 모르는 단어는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데,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건 우리가 음악에 문외한이거나 직업의 세계가 세분화된 탓이라고 치자. 오디오 기기로 꽉꽉 채워진 방에서 4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는 그의 인생이야기와 음악, 그리고 정확하게는 사운드 감상으로 채워졌다. (부디 주인공의 독특한 말투와 어법이 그대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나?
물론.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과 관련한 오디오 쪽과 소스 쪽으로 관심이 흘러간 거지. 제가 시가문학의 정서, 영천이씨 농암 이현보님의 후손이오. 고향은 안동. 아버님께서 6.25전란으로 생계가 너무도 어려워 당시 돈이 되는 오징어잡이 고장인 묵호로 가셨지. 강원도 첩첩산중 탄광촌과 어촌, 흉악하기 말할 수 없는 곳이지만, 제 나이 15살 때 양희은씨에 ‘아름다운 것들’을 들었어. 오리지날은 ‘존바에즈’가 불렀던, 한 됫박만한 스피커 요만한 거 하나를 정부에서 가가호호 하나씩 공동으로 무상설치를 해 줬었는데 그 것으로 드라마 ‘섬마을 선생님,을 스피커로 들었지. 이미자씨의 노래, ‘섬마을 선생님,이 그 주제가야.


늘 접하던 노래가 삶에 애환과 우울한 사랑, 그리고 희망보다는 염세적 한이 맺힌 트로트 음악, 나는 그게 정말 싫었어, 이젠 늙어가며 연륜에 따라 수용 폭이 좀 늘었지만. 당시에는 우리나라 국민성들을 죽이는 문화라고 생각했어. 중학생 때 단체관람으로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니까 당시 우리나라 영화 및 노래와는 확연한 비교가 되였지. 너무 없이 살다가 선진 외국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면서 아! 저것이 예술이구나. 그래서 더더욱 트로트 가요를 경멸했었지.


1세대 음악이 김민기, 양희은, 송창식 정도. 순수 기독교적 반전, 박애, 희생정신의 포크송 가사처럼 인류애 적 사고로 세상을 보게 됐어. 베트남전쟁이 터졌을 때 미국 히피족 출현과더불어 인간애 중심인 포크음악들이 너무 좋았고. 어느 날 캔사스의 ’Dust In The Wind‘를 듣는데 철학적 가사 또한 심오했지만 후반부 바이올린의 처절토록 아름다운 소리가 쫙 끌어주는 음악이 어느 오디오점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데, 그때 등골을 타고 오는 전율을 느낀 거야. 제대로 된 시스템에서 터져 나오니까 와! 그때부터 저런 걸 꼭 사야겠다고 생각했었지.

# 오디오라는 게 그때도 비싼 물건이었을 텐데 경제적 여유가 있었나보다
개뿔. 지금 말하면 빌딩 한 채 값이다, 오디오가. ’마란츠 2285b‘라는 리시버앰프가 있는데, 그걸 사기 위해 당시 우리형님들이 사우디, 저 열사의 나라에 가서 1년 치 봉급을 모아서 사왔던 게 그 오디오다. 지금의 연봉으로 따져보자. 3,000만원을 기본으로, 기자님은 3,000만원 주고 사겠어? 그것도 스피커 제외한 앰프하나. 그러나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거지. 꿈이라는 건 항상 있잖아. 우리세대는 좋은 차를 타겠다든지. 목표한 것을 꼭 이루기 위해 그저 앞만 보고 노력하며 마침내 이루었었지. 그것이 우리 세대의 시대정신이라고 봐요.


저기 보면 ’산수이 7070‘ 리시버앰프. 당시 음악취향은 클래식보다 팝 쪽으로 갔었고, 그때는 클래식을 좋게 들을 수 없는 게 조악한 앰프에서 소리가 뭉쳐나오며 시끄럽기만 시끄럽고 그걸 음악이라고 들려주시는 음악선생님이 이상한 거야. 선생님은 지성인이 되려면 반드시 청음 해야 할 베토벤의 운명이야 며, ’빠바바 밤‘~ 하고 들려주는 것, 그러나 마음에 와 닿지 않았었지. 피 끓는 청춘 70년대 ’불루진‘에다 장발, 호프집 맥주를 마시며 학우들과 어울려 끝도 없는 토론문화로 밤을 지새웠지. 그때도 역시 꿈은 좋은 오디오를 장만하는 거였어. 어렵게 보내주시는 하숙비 제외하면 돈도 없어 벌벌 매면서도 오디오와 음악에 빠져서......

# 오디오의 변천사를 설명해줄 수 있나?
약 1920년대부터 ‘에디슨’이 라디오를 발명하고 난 이후에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이런 세계각처 오디오 메이커들이 내 게 최고야 하고 무수한 기술, 인력, 장비 다 투입해가 오로지 최고의 오디오를 만드는 게 전부였던 시대였지. 거기서 탄생한 브랜드 대표들을 열거하자면 미국의 ‘웨스턴 일렉트릭’과 ‘알택, 독일의 ’텔레푼겐, ‘지멘스, 영국 ’로저스, ‘탄노이’ 등 유수한 메이커들이 존재했었고 주로 진공관 앰프와 스피커를 만드는 회사들이지. 또 L.P를 올려서 돌리는 턴테이블을 잘 만드는 ‘가라드, ’듀알, ‘EMT’ 회사 등...... 그땐 시디가 없었으니까.


스피커에 얼마만한 노력이 들어가야 되느냐. 저게 진공관 앰픕니다. 전원 및 아웃트랜스가소리를 만드는데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지금은 돈이 있어도 못 사요. 생산되지 않으니까. 저 앰프가 2A3방식으로 출력이 3와트예요. 보잘 것 없는 그 파워로 저 큰 대형 ‘하크네스’ 스피커를 울리려면 스피커 ’옴,과 ‘데시벨, 성능이 얼마나 좋아야 했겠어.

 

그 당시에는 미국’라이프‘지가 극찬했던 ’JBL 하츠필드‘란 스피커가 있어. 우리나라 명동 음악감상실에 있었지. 최근 셋팅을 잘해 들어 봤는데 소리가 아니고 향기였어. 극장운영시스템은 당시 ’알텍‘이 주류 였는데 나중에 ’JBL‘이 들어왔지. 지금은 ’알택‘이라는 메이커는 사라지고 ’JBL‘이 많지만, 안타까운 것은 따뜻하고 섬세함보다는 극장에 강한 비트로 힘만 센 PA스피커들로 채워진다는 거지.


사운드로 구분하자면, 미국오디오가 우리나라국민들 취향에 음악정서와 잘 맞으며, 일본인은 음악문화가 비슷한 것 같지만 달라.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악하고 한국인, 일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이 조금씩 다르지. 영국은 주로 현이라든가 ’브리티시사운드‘라 해서 정적으로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현의 질감이 고급스러운 소리 쪽으로 발전해 왔으며, 미국은 동적이잖아. 포크, 가스펠, 재즈, 팝, 록, 헤비메탈까지 나오고 지금도 새로운 장르별로 끊임없이 변신해 가는 쪽으로 말이야.


일본은 당시 명함도 못 내미는 상태였지. 원자폭탄위력에 항복하였으나 잿더미와 다를 바 없음에, 일본도 먹고 살아야 되니까 오디오산업을 미국이 측은지심으로 차츰 이전을 해줍니다. T.R시대 미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던 기기들, ’파이오니아, ‘마란츠’ 등 일본사람들이 OBM으로 만들다가 인수하여 저렴하고 성능 좋은 쪽으로 발전을 거듭하여, 종국에는 세계적인 미국 및 유럽 오디오회사를 다 쓰러뜨린 후, 중국이 지금 세계에 공장이 되듯이 이후 일제오디오는 전자산업의 발전과 함께 계속하여 원가절감형 오디오로 가버렸던 거야.


그래서 좋은 음질, 음색, 음악성을 내어 주던 오디오는 1960년대를 정점으로 종결되었고, 진공관시대의 종말 때 이미 끝났다고 보면 돼,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다 속은 거야. 전자의 오디오가 작품이고 그 뒤 생산한건 제품이지, TR시대부터는 제품이에요.

 

진공관앰프소리에 정감과 질감이 흐르던 잃어버린 시대에 대한 향수였던 진공관앰프는 스위치를 올리고 조금 있어야 열이 나면서 따뜻한 소리가 흘러나오는데, TR앰프는 바로 누르면 철퍼덕 쏟아지는 거야. L.P 바늘 얹어 들으면 음반이 플라스틱이니까 돌아가면서 직직 소리 나고 관리하기가 어려운데, 이후 출현한 시대적인 총아 티지탈 시디플레이어에 시디를 넣으면 이건 뭐 잡음조차 없어. 끝났다. L.P 몽땅 다 버렸지. 아날로그는 고물상으로 사라졌었고 지금은 어때, 시디조차 안 들어. 대용량 하드디스크에 담아 그냥 PC파일로 다 가고 있는 거야.

# 여기 있는 오디오가 전부 소리를 낸다고?
제가 한때 대구에서 음악실을 경영했어요. 현재 보유한 오디오들은 보기에는 이래도 거의 명품들이지. 구하기가 힘든 외산들과 우리가 버려 컨테이더에 실려 아프리카로 중고로 수출되어 사라진 비운에 국산명기들도 있지. 강릉에 가시면 모 오디오 박물관이 있어요. 죽은 오디오 박물관. 기기도 사람이면 말도하고 행동하고 표현을 해 줘야 되잖아. 그곳 오디오는 마네킹하고 똑 같은 거야. 그런데 제가 갖고 있는 것들은 수리비 아끼지 않고 최초 출시 지 목소리를 내게끔 복원, 수리하여 청취할 분들 오시면 즉각 들려줄 수 있는 상태로 되어있지.


역설적으로 명기라는 건 존재치 않습니다만 명기는 많이 써보고 세월들이 지난 후 아! 그게 좋았었어. 지금 구할 수가 없을까? 제가 오토바이 ‘할리 로드 스텐다드 킹’을 탔잖아. 1450cc, 요즘의 인잭션이 아니고 캬브레타 방식이기에 배기음이 벌렁 벌렁, 죽이지. 도로에 진입하여 푸두둥 둥 소리를 내면 자동으로 모두 비켜줘. 그래서 소위 명품들은 사람을 매니아 길을 가게 하는 것 같아. 오디오도 똑 같아요. 3와트짜리 앰프로 큰소리로 울리려면 스피커는 살짝만 건드려도 ‘악’소리 나게끔 만들어야 되는 거라. 요즘의 앰프성능들은 엄청나게 발전했잖아. 이제는 1,000와트 시대야. 그러니까 스피커에 투자할 필요가 없잖아. 그래서 제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스피커를 둔감해도 4‘옴’짜리 등과 ‘데시벨’ 낮은 스피커로 생산했던 거야.


사람들은 보았던 영상들은 잊어버리지만 귀로들은 좋았던 소리들은 절대 잃어버리지 않고 평생을 그 기준치를 갖고 있지. 언제 어디서 들었는데 소리 좋은 그런 데가 없을까? 매니아님들 여기 오셨다가 가시면 자기 집 오디오 소리 부족으로 만족치 못해 한 일주일 오디오를 가동치 않았다는 후일담을 고백하기도 해요. 빈티지, 세월이 흘러도 가치가 있다는 뜻. 저 ‘하크네스’ 스피커 위에 있는 것이 ‘JBL 075’ 고역 트위터고 옆에 시커먼스 쇠뭉티기는 ‘375’ 혼으로서 알루미늄으로 통 주물로 만든 거지.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그게 당시 물량을 아끼지 않고 투자, 제작한 훌륭한 미국사람들 장인정신에 있었다는 거지.

# 아날로그 사운드는 가슴을 울린다
우린 당시 공부도 음악을 들으면서 하고, 아침부터 음악을 틀어 귀와 마음까지 즐겁게 하며 움직였고 그것도 모자라 ‘소니 테입 데크, ’워크맨’까지 챙겨서 들으며 등교했는데. 제 아들 딸, 손자손녀들은 이 아날로그 음악을 몰라. 요새는 스마트폰에 꽂으면 되지. 뭔가를 듣긴 듣는데 한쪽이 허전하지. 그러다가 제대로 된 오디오에서 L.P를 듣고 그 양감을 느꼈을 때 아! 속았구나. T.R엠프로 대 편성곡을 들으면, 볼륨을 높혀도 제 소리가 나와 주지를 않아. 뭉쳐서 나오거나.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진짜 공연장같이 그런 음악은 재현 못해요. 풍윤한 소리를 뿜어주는 저 우퍼는 15인치에요, 요즘 듣는 조금 작은 12인치 구경 유명스피커도 처음에는 별 차이를 못 느끼지만 자꾸 들으면 뭔가 아쉬움이 남지요.


중요한 건, 좋은 아날로그 음악을 우리 자녀들한테 많이 들려주라는 거죠. 대신 스마트폰 음악, MP3음악 들려주면 안 돼. 스마트폰으로 영상과 음악은 숱하게 보고 들으면서 성장한 지금 젊은이들, 우선 인내심이 이상하게 부족하고 성격들이 급해지면서 사람들 마음이 거칠어지는 거. 운전하면서, 버스 속에서도, 걸어가면서 까지 보고, 또 듣고. 위험한 현실에 있어요. 우리나라가. 도대체 이카다 어찌 될까. 정보만 넘쳐가지고, 사고하는 것이 전부 똑 같아. 소셜네트워크에서 나오는 것들로 전부 통일돼 버렸어. 감성이 없는 거야. 인류가치에 대해 다양성들이 존재해야 되잖아. 그 옛날소리지만 좋았던 것들을 잃어버린 그게 참으로 슬픈 거지.

* 다음 호에 <하>편이 이어집니다.

ⓒ 경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