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by 김명기 posted Sep 10,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2년 동안...

정확히 2년이 걸렸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 태스크포스 팀을 만나 역설했다. 현재의 승마장 시스템은 안된다고.

"농협이 몇몇 승마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실건가요? 비용대 효과를 고려해야 합니다. 승마는 반드시 대중화 되어야 합니다. 체험 승마장을 만들고, 안전하게 운영해서 전국의 초중고, 유치원생들이 두루 거쳐가는 학습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나중에 이 시스템이 성공해서 각 지방마다 체험, 실습 승마장이 생기게 해야할 것입니다. F.T.A. 시대의 농촌에 실질적인 새 산업을 주어야죠.""

그리고 1년. 나는 내 돈으로 설립하고 운영하던 곳에서 원고를 도용당했고, 모함을 당했고, 그간 승마대중화와 마필산업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왕래하던 곳으로 김명기가 잘렸다는 Fax가 날라갔다. 적반하장이라는 단어가 지닌 날카로운 아픔을 현실에서 맛보았다.

상대방에서는 얼마든지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몇 번이나 법적 대처를 고려했으나, 시간이 아까웠다. 갈길은 아직 먼데, 무지랭이, 사기꾼들과 실랑이를 벌일 시간이 없었다. 농협에서 전화가 온 것은 7월이었다.

"국장님 오랜만입니다.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추진 하던 일 계속해야지요."

이윽고 일은 깊은 잠에서 깨어 제 갈길을 잡기 시작했다.

"그후로 여러사람을 만났지요. 그래도 처음부터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실제로 일이 성사되도록 노력해주신 분은 국장님 밖에 없더군요. 또 한가지, 다들 일보다는 돈이야기를 먼저하더군요. 국장님은 제대로 된 자료를 제시하며 일이야기만 하셨죠. 이 공사는 반드시 국장님이 컨설팅 해주셔야겠습니다."

아마도 이쪽은 상당히 보수적이긴 해도, 한 번 인연을 맺은 부분은 그리 쉽게 잊혀지지 않는 조직인가보다. 곧이어 14년 동안 농협의 축사시설 설계를 담당했던 두예건축사무소와 만났다. 함께 늦은 밤까지 토론하고 제안하고, 그래서 지금의 결과가 나왔다. 드디어 '농협안성목장체험슴마장조성공사'의 공지가 뜬 것이다. 두예의 직원들은 사무실에 침낭을 펴고 일했다.

이제 남은 기일은 80여일. 올 해 안으로  승마장이 완공되면, 그간 학교 운동장에서 열심히 승마를 배운 우리 찾아가는승마교실 학생들의 좋은 실습승마목장 겸, 팜랜드가 생기는 것이다. 곧 전국 초등학교의 승마교실 학생들을 가득 실은 버스가 기우뚱기우뚱 안성목장의 숲길로 들어서는 모습. 방목장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의 모습.

'야, 말이다.' 를 외치며 푸른 초원을 내 달리는 우리의 꿈, 우리의 미래-어린이들의 나비같은 발걸음과 흩날리는 미소를 그려본다. 더 나아가 승마를 배운 초등학생들이 전국의 들판과 농가형 승마장에서  말달리는 환상까지.

딱 2년이 걸린 일이다. 긴지 짧은 지 그런 것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교훈은 있다.

첫 째, 승마가 정식으로 전국 초등학교의 방과후 학교수업이 되었다.
둘 째, 대기업인 농협이 승마산업에 눈길을 돌렸고, 승마 대중화는 그 만큼 빨라질 것이다.
셋 째, 시련은 인간을 보다 강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