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도 울고, 과부도 울고, 머슴도 울고,세월도 울고

by 조정래 posted Jun 1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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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어주자(본명: 조정래)

 

우리 아라리 가사이 이런 귀절이 있다

\"춘절이 중하거던 니멋되로 사시요-오오\"

현충일을 포함 2박3일 동안 내가 돈독이 가득한 서울도시에  처박혀 살 일이 무엇이겠는가?

서둘러 노숙 짐을 챙겨서

 


북으로 북으로 차를 몰았다.




참 그리운 곳이다.

머리 빡빡 밀고 논산으로 출발하는   입영열차에 매달려 울고불고 이별했던

말자,춘자,영옥이...

그런 순수한 시골처녀들이 반년을 꼬박 기다려 떡을 해들고 그 머-언 길 면회를 왔지만
 
정작

박일병,김상병,최일병은  유격훈련이나 gp수색조로 나가고 부대에 없어

여관도 없은 곳이니 묵을 곳도 마땅치 아니하여  

선임하사 집이나

아니면

점방 집 뒷방에 하룻밤 더 머물러서야...비로소 그립던 애인들을 만나고 돌아 갔던 시절이였다.

 


 

젊은 시절 혹독한 군생활로 살아생전 다시 와보고 싶지 않은 곳...

그러나 안 좋은 추억도 세월이 흘러 곰삭으면 다시 그리운 법인가보다


 

 

나는 이런 비포장도로를 좋아한다.

깊은 산속 이런 길은

도끼도 화들 짝 놀라서 지나가고
다람쥐도 지나가고

운이 좋으면

독사도 만나기 마련이다.




부산 꼴통 하사(소위 날뚝 하사)가 벙커 작업시 퍽 하면 우리들에게 줄 밧다를 치던 곳이다.

인간 사회라는 것이 어느 곳이나 별난 꼴통이 존재하지만 사실 계급장만 없다면

갱상도 말로

\"한주먹 거리\"

도 안되는 자였지만 교육사단인지라 퍽하면 영창을 보내는 바람에
하사가 겁이 나서 그런 것이 아니고 영창이 싫어서 사병이 첨는 시절이였다.

줄 밧다라는 것이 맞아보면 오히려  시원한 것이라서 갑자기 엉덩이가 얼얼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제 그런 추억도 그리운것을 보면 나도 늙어가는 가 보다.

요즈음은 사용치 아니하는가....
40년 만에 다시 와보니 숲만 더욱 우거져 있었다.

 



문득
노병장도 그립고
김병장도 그립고
박상병도 그립다.

 

군 생활 추억이 깃든 곳에서 40년만에  다시 노숙을 하기로  했다.


홀로 탁료도 한잔 걸치고
기분이 좋으면 아리리도 부르고

아니면
아름다운 93.1 클래식을 듣고 싶어 와인 박스에 93.1 전용 튜너 한대를 만들었던 것을 솔밭 아래 설치를 했다.
한 일주일을 사용하고도 남을 하이브리드 인산철 밧데리로 만든 40a 파워뱅크를 물리자 숲속에 아름다운 클래식이 울리기 시작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어제 같은 추억 자리에 2틀밤 노숙할 자리를 대충 마련했다.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군 추억도 되살릴 겸 2차대전 이후 독일 군이 사용하던 prc-6도 나무에 걸었다.

(무전기를 들고 다니니 아마추어 무선사가 아닌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아마추어 무선사가 아니고 캠퍼입니다)






날이 어두워 지기 시작했다

어린아이 장남감에다 led 알을 박아넣어서 만든 등이다
세계서 단 하나 뿐인 등을 소나무에 걸고 불을 밝혔다.

 

 

 


미군들이 사용하던 아나로그 등인데

잠잘 때 만 사용하려고 최소 led만 넣어서 여린 불빛을 내도록 개조한  등이다.

흔히 산 속에 사는 동물들은 인간만보면 기겁을 하고 도망을 가는 착한 생명체들이다.

허긴 

올가미이니
총으로 잡아서 살아있는 짐승 목아지에 빨대를 박아서 피를 빨아먹는 인간짐승들을
보고 기겁을 아니 할 산짐승들이 어디 있겠는가?

인간이란 자고로

자신은 뉘우치치 아니하면서 산에서 궁핍하게 사는 산짐승들을
헐뜯는 몰지각한 동물이 아니겠는가?







올해 15년 째 주말에는 산중에 들어와 죽은 사람처럼 땅바닥에 누어서 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노숙을 즐기는 사람이다.

물론 탠트 같은 것이 없다.

 


 

불판에 돈암시장에서 산 고기를 올렸다.







고기 안주에 먹어 볼까하고 낮에 보아 둔 산뽕 잎을 따서 먹기로 했다.





초승달이 잣나무 위에 떨어지고 있었다

초승달은 달 중에 생명이 가장 짧은 달이다.

그래서 인간은 초승달을 보면 다들 서글퍼 지는 것일 께다.





이런 춘절의 밤은 무척 기대되는 밤이다

왜야하면
밤새도록 우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밤이 깊어지고

이윽코

쪽박새가 서글프게 울기 시작했다.

못 살전 시절 시어머니가 아침마다 곡간에서 퍼주던 쪽박이 너무 작아서 결국 굶어 죽은 며느리가
너무 한스러워서  마을 뒷산에서 밤새도록 피를 토하면서 운다는...... 쪽박새가 울기 시작했다.


쪽박새는 우리 민족이 가장 선호하는 4박자로 운다
사람마다 사연이 있고 가슴이 달라서 우는 음율도 달리 들리는 법이다.


허기진 사람들이 들으면

\'쪽박바꿔 됫박바꿔\"

들리지만

음악인이 듣는 다면

\"도소레파
 도소레파..

로 들릴 것이다.


산중 절에 외롭게 사시는 스님이 들으면

\'번내도 홀딱벗고
 중생도 홀딱벗고...

로 들리다가도 젊은 혈기인지라 자연 염불이

\"과부도 홀딱벗고
 나도 홀딱벗고...

자꾸 바뀐다는 우스개가 있다.

그 산 아래 마을 청산과부로 사는 여인이 들으면
건너편에 3년 묵은 묵밭처럼 사는 젊은 홀애비를 그리워하는 심정으로

\'홀딱벗고 빨리자자
 홀딱벗고 빨리 자자..

로 들린다는 구전이 있다.


홀딱새가 울자

건너편에서 머슴새도 울었다.

왠종일 밭에서 소몰고 땅파면서 살았던 머슴이 죽어서 운다는 머슴새다.

아내가 마련해준 안주에 팩 소주 서너잔 걸쳤다.

이번에는 솔 숲에서 호곡새가 울기 시작했다.


(호곡새..일명 귀신새라고도 하는데 그 울음이 사믓 음산하다.
허긴 호곡새 소리보다는  부엉새가 아주 드물게 보통 때와 달리 마치 여인이 흐느끼듯이
우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우는 밤은 필히 그 마을에 누군가 망자가 된 밤에만 그런 소리로 운다.

딱 한번 들어 본 소리인데 ..마치 한많은  여인이 통곡하는 소리와 흡사하여 소리를 듣는 이는 소름이 돋게된다.

아직 왜 부엉이가 초상이 난 마을에서만  이런 울음을 우는지 ...그 연유가 밣혀진 것이 없다.)


연이어

두견새도 울고

소쩍새도 울었다.

보통 작은 새들은 동이트는 새벽에 울지만

홀딱새
머슴새
호곡새
두견새
소쩍새들은 초적녁부터 밤새도록 우는 새들이다.




어쩌거나 이 좋은 춘절에
산속에서 우는 것들은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다.

다 사랑 때문에 우는 소리들이다.
그러니 외딴 산중에 청상으로 잠 못이루는 과부도 울고
일평생 장가들어서 가정 이루지 못하고 남의 집에서 땅만 파고 살았던 머슴도 우는 것일 께다.

산중 귀인들과 함께한 시간

술도 취하고

밤도 깊어

결국

어주자도 울었다.


끝.





꽁다리 말미:

전에 이방에 사람사는 아나로그  이야기 글을 자주 올렸던 조정래입니다

우사기에  열람 회원님들이 많이 줄었네요.

오랜만에 들러서 저의  노숙산중 일기중에서 일부를  발쵀해서 올려드림니다.

최근 저는 다른 음악 동호인 방에 사람사는 글을 올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소리전자 음악 동호인들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