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가끔은 조현지님의 글을 읽었으면 좋겠읍니다

by 박세명 posted Sep 1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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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병원으로 전화가 왔읍니다.

'밭에 상추, 고추 따서 '셈씨'(세명씨의 보리문둥이 발음<- '평강이' 표현) 좋아하는 호박잎 하고 데쳐 갈테니,
저녁같이 먹게 기다려요 !'

병원에 오래 있다 보니 주치의, 간호사1, 간호사2, 508호 터줏대감 김선학씨, 이기복 어르신, 평강이 등등...
이제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압니다.

7시가 다 되어 복도에서 '평강이' 발자국 소리가 들려 옵니다.(보폭이 짧고 내딛는 소리가 남보다 좀 빠릅니다.)
못본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습니다.

지나가면서 발을 '툭~!'  건드립니다.
본인의 출현을 알리는 '평강이' 사용하는 몇가지 방법중 하나 입니다.

상추쌈, 호박잎 쌈을 먹으면서...  

까치 걸음으로  닭장 들어갔다 나온 이야기...
옆집 할아버지 약주드시고 논구덩이에 빠질뻔한 이야기...
이런 저런 진부한(?) 이야기들을 잇몸에 고추가루, 상추조각을 낀채 웃으며 해 줍니다.

(한때 한 남자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았던 20대의 그녀 자리에 어느덧 50줄에 들어선 아름다운 여인이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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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병원침대에 '평강이' 헤집고 올라 오더니 옆에 나란히 눕습니다.

두해전 여름에 하얀이 한테 다녀온 이야기를 시작 합니다.  
'골드 코스트'... 큰 기대를 가지고 가 보았는데...우리 해변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 실망했다는...
'브리스번 하늘이 얼마나 청명 했는지... 눈이 시릴 정도였었다는...
일몰이 되면 주택가가 을씨년스럽게 바뀌어 마치...유령도시와 같이 변한다는...


주택보다 잔디들이 더 넓고 앞마당의 잔디가 예술에 가까울 정도로 예뻤다는...

하얀이 데리고 (가우잡으러...) 식당에 갔다가 가격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슴 쓸어내린 이야기 등등...
'근데 이짜나....!'     하면서  혼자 흥이 났는지 이제는 돌아누워 이야기를 계속 합니다.

(한지붕 아래... 같이 살면서...여식한테 다녀온 이야기를 두해가 지나고서야 듣고 있읍니다. 마음이 아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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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두달하고 스물 아흐렛째 입원중 입니다.
'평강'은 제가 마음속으로 칭하는 제아내의 또다른 이름 입니다.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읍니다.

푸른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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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끔은... 이곳에서 조현지님의 글을 읽었으면 좋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