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어김없이 우리들 곁에 다시 찾아오는 가을
특히 이 계절은
아름다운 음악들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첼로, 비올라의 애잔한 선율이 주는 연주곡들이
더욱 애절하게 느껴지는 계절...
브라암스 의 음악들이 더욱 생각나는 계절...
창밖 너머로 보여지던 푸르르고 무성했던 나뭇가지에서
얼마있지 않아 떨어져 흩날릴 낙엽과
트렌치 코트의 깃을 세워야할 때를 상상 하면서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에 빠져보는 것도 행복이 아닐런지요.
특히 이 가을에 어울리는 시가 있어, 여기에 올려봅니다.
(정보수집. 글 편집 : 박진석)
*고 정 희*
- 출생: 1948년 1월 1일
- 사망: 1991년 6월 9일
- 직업: 시인
- 학력: 한신대학교
- 데뷔: 1975년 '현대문학' 등단
- 경력: 목요회 동인 활동
- 1988년 '여성신문' 초대 편집주간
- 수상: 1983년 대한민국 문학상 수상
* 대표작 :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실락원 기행 -초혼제 -이시대의 아벨
-눈물꽃 -지리산의 봄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
-광주의 눈물비 -여성해방출사표 -아름다운 사람 하나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으며
지금도 떠나갔음을 안타까워 하고있고
저 역시 그녀의 作品을 좋아했던 탓일까...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신학교를 졸업한 이 시인이
하나님의 사랑 속에서 모든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그렇게 고통스러웠던가 하는 겁니다.
노천명 시인이나, 그녀나
그 여인들이 바랐던 사랑은
단지 한 사람의 영혼 이었을 텐데...
그 소박한 사랑을 절절한 고통 속에서
지내야만 했던 것이 참으로 안쓰럽습니다.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서
시를 썼다는 고정희 詩人은
어쩌면 자신의 시를 통해서만
구도의 삶을 살다간 것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녀의 작품을 접하면서
이 시인이
단지 사랑얘기 뿐만 아니라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암울했던 시대를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구구절절히 표현 하면서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성찰했던 것이
고맙기도 하단 생각이 들뿐만 아니라
또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이 시인의 詩가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까닭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 한국 문학사에
‘ 페미니즘 ’문학의 길을 처음 열었고
누구보다도 그 뜻을 이루기 위해, 모범적으로 실천했던 시인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절망하지 않는 강한 의지와
생명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노래했던 여자
그러나
자신의 작품 세계를 위해 즐겨찾던
작가가 그리도 좋아했던 지리산 등반 급류에
43세의 아까운 나이로
생을 마감했던 한 시인의 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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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편지 / 고정희 *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가을이
흑룡강 기슭까지 굽이치는 날
무르익을 수 없는 내 사랑 허망하여
그대에게 가는 길 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길이 있어
마음의 길은 끊지 못했습니다.
황홀하게 초지일관 무르익은 가을이
수미산 산자락에 기립해 있는 날
황홀할 수 없는 내 사랑 노여워
그대 향한 열린 문 닫아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문이 있어
마음의 문은 닫지 못했습니다.
작별하는 가을의 뒷모습이
수묵색 눈물 비에 젖어 있는 날
작별할 수 없는 내 사랑 서러워
그대에게 뻗은 가지 잘라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무성한 가지 있어
마음의 가지는 자르지 못했습니다.
길을 끊고 문을 닫아도
문을 닫고 가지를 잘라도
저녁 강물로 당도하는 그대여
그리움에 재갈을 물리고
움트는 생각에 바윗돌 눌러도
풀밭 한 벌판으로 흔들리는 그대여
그 위에 해와 달 멈출 수 없으매
나는 다시 길 하나 내야 하나 봅니다.
나는 다시 문 하나 열어야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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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 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