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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기
2018.04.01 17:33

나는 태어났다!

조회 수 712 추천 수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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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orn

 

 

                                 

 

 

분명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을 때였다.

 

어느 여름날 저녁 아버지와 함께 절 경내를 거닐고 있을 때

푸른 저녁 안개 속으로부터 피어나오듯 하얀 여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우아하고도 나긋하게.

 

여자는 몸이 무거워 보였다.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나는

여자의 배에서 눈을 뗄수 없었다. 머리를 밑으로 둔 태아의

유연한 움직임을 배 위로 그려보면서 이윽고 그것이

이 세상에 태어날 그 신비로움에 빠져있었다.

 

여자는 지나갔다.

 

소년의 망상은 쉬이 비약된다. 그때 나는 '태어난다'

것이 그야말로 '수동태' 라는 사실을 불현듯 이해했다.

나는 흥분하여 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

 

"역시 I was born 이군요."

 

아버지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다시 말했다.

 

"I was born 이에요. 수동형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사람은 태어나는 것이로군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말예요."

 

그때 아버지는 아무 말없이 걷고 있다가 불쑥 이렇게 말했다.

"하루살이라는 벌레는 말이야. 태어나서 2,3일 만에 죽는다는데

그럴바에야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인지

하고 그런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본 시절이 있었단다."

나는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계속했다.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어느날 이것이 하루살이라며 확대경으로

보여주었다. 설명에 의하면 입은 완전히 퇴화하여 먹이를 섭취하기에

적합하지 못하고 위부분을 절개해보아도 들어있는 것은 증기뿐

아무리 보아도 그렇다. 그런데 알만은 뱃속에 소복이 충만하여

훌쭉한 가슴부위까지 꽉 차 있었다. 그것은 흡사 현기증 나도록

반복되는 삶과 죽음의 슬픔이 목덜미까지 치밀어 올라온 것 같았다.

차가운 빛의 알이었다. 내가 친구 쪽을 돌아보며 "알이다" 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애달픈 알이로구나"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얼마 후의 일이었단다. 네 어머니가 너를 낳자마자

그만 세상을 떠난 것은"

 

아버지의 그 다음 말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하나의 아픔처럼

끊임없이 애달프게 내 뇌리에 꽂히는 것이 있었다.

훌쭉한 어머니의 가슴팍까지 숨막히게 가득 메우고 있던

하얀 나의 육체.

 

 

 

  • ?
    손진곤 2018.04.03 01:12
    글의 주제가 무겁기도 하고 언뜻 숨은뜻이 있어 가늠하기 어렵습니다만

    시간이란게 인간 중심인것 같습니다
    하루살이에겐 그저 하루가 일생인것을 우리네 일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매미는 수년을 땅속에서 지내다 며칠만 살다 가고 ...

    어머님에 대한 향수가 찐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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