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를 찿아온 친구의 오디오

by 이방현 posted Aug 3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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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이비엘 스피커  파라곤  >

  
    한가한 토요일 오후입니다.

   책상앞에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니 가로수 은행나무잎이 이젠 누런잎들이 달리기

   시작하는군요, 세월이 참 빠르게 달려가는 것같습니다.


   언젠가 은행잎이 누렇게 변할무렵  석양따라 가버린 친구의 모습이 아련이 떠오릅니다.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자신을 버릴줄아는 친구를 보고 나는 많은 것을 배우며

   그를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내자신이 어떨때는 부끄러워지기도했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잘해드리려고 다짐도 해보곤했지요.

   그러나 그건 언제나 공상에 지나지않은 일이었습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께 손수 진지를 차려주는 그의 행동은 범상치않은 행동이었고

   아내가 해야할 모든 부분을 책임져야하는 보기드문 효자였지요.


   어머니가 무엇이 먹고 싶다고하면 불원천리도 마다하지않고 달려가 구해다 드리는 걸보면

   이시대에 살고있는 사람이 아닌듯도싶었고 그의 어머니에대한 무한한 사랑은

   끝이 보이지않는 사랑의 진수를 보는듯도했습니다.


   일상이 아무리 고달퍼도 내색하지않고 항상 웃는 얼굴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었고

   항상 남을 배려하는 그의 행동은 그의 크나큰 자산인듯도했습니다.


   난 그의 그러한 철학이 존경스러웠고 친구의 사려깊은 행동은 나의 존재감을

   생각케하는 스승같은  행동이기도했습니다.


   허나 그렇게 얼굴에 웃음을 간직하며 살아가던 친구의 뒤안길엔 가슴을 짓누르는

   일이 있었으니 어디에서 살아가고있는지 모르는 그의 아내 생각이었습니다.

  
   언제나  만날지 모르는 기약때문에 뻐스정거장을 매일 그시간에 기다리던

   일이라던지, 그의 주업인 건축일을 접고 택시운전을 의도적으로 해보기도했던 것은

   뭇사람을 실어 나르다보면 아내를 만날것같은 상상에서였었다는 얘기를 해주었던

   기억이 새로워집니다.


   언젠가는 아내를  만날것같은 여러 직업에 종사를 해보며 마냥 기다리며 살았다고

   말하던 기억을 해보면 그가 얼마나 아내를 그리워하며 몸부림을 쳤던가

   짐작이 가고도남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몇년이 지나도 그는 아내를 만나지 못했던 허탈감에

   또다시 술도가니속으로 빠져드는 우를 범하게 되었지요.


   삶이 아무리 고달퍼도 희망이 존재한다면 하루가 의미가 있었겠지만

   그는 지쳐가는 자신의 정신적 황폐화를 콘트롤하지 못하는 무의미한 인간으로

   변해가면서 술이란 사슬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와 마주하면 술이요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를 위로하는 것이 고작 술과 함께해주는 내자신도 이상했습니다.


   세월은 그를 나약한 존재로 만들었고 하루 하루가 그의 건강을 좀먹어 갔습니다.

  
   어느날 그의 여동생한테서 청천벽력같은 전화를받았습니다.


  "방현오빠 , 오빠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어요. 빨리 빨리 ......."

   황급히 그의집으로가보니 몰골이 아니었고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그의 여동생을 불러 하던말은 지금도 믿기지않는 말이었습니다.

   "간암 말기입니다. 지금은 암이 너무 퍼져서 손을 쓸수가 없습니다,

    집에서 요양하시다가 .... "


   친구는 그렇게 아내를 찿으려고 했건만  얼굴 한번 보지못하고 조용히 가고말았습니다.

   제이비엘 스피커 매니아인 그는 창시자인 제이비엘과같은 47세를 일기로....


   장례식장에서 치매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그의 어머니가 울부짖으며 하시던 말씀이

   지금도 가슴을 저미게 만듭니다.

   " 이놈아, 내일 아침밥은 누가 해야되는겨 ? "


   친구가 가버린뒤 한달여가 지났을까요,


   친구 여동생한테서 만나자는 전화가 왔습니다.

   " 방현 오빠 , 이 편지 ! "

   " 이거 무슨 편지냐 ? "  

   " 오빠 물건을 정리하다 오디오위에서..."

    쭈글쭈글 구겨진 편지지 위엔 눈물자욱이 선명했고 또 그소리가 적혀있었습니다.


   " 친구야, 힘들때 나에게 힘을 모아준건 너뿐이다,

     무엇보다도 힘들고 괴로울땐 너를 생각하면 힘이되고 용기로 변하던 지난 날이

     행복했었다. 너같이 남을 배려할줄 아는 친구를 가졌다는 건 나에겐 큰 행운이었고

     재산이었다.

     난,  너한테 해준것도 없고 도움만 받았으니 미안하구나.

     내가 너의 도움에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될지 모르겠다 .

     여기 오디오는 너의 것이니 언제나 나를 생각해주며  영원히 사랑하며 행복했으면한다 ".


    그의 여동생은 오빠의 고마움이라며 내가 가져가기를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우리집 이층으로 다시 오게된 그의 오디오가 공간을 온통 채워버렸습니다.


    제이비엘 파라곤 스피커 , 클립쉬 혼 스피커

    노이만 프리 , 알이 604 파워

    토렌스 프레스티지 플레이어, 그외 여러가지 많은 기기들....


   내 분수에도 맞지않는 오디오를 소유한다는 생각과 ,

   친구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그리워지며 눈물이 코끝에서부터 흐르기시작합니다.

   그의 기계를 운용하는 만족감보다도 이 기계를 보는 순간부터 친구가 어른거려

   마음이 아파 내 눈앞에서 지워버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여보, 친구가 준 오디오를 처분해서 다른 좋은데에 쓰면 어떨까 ? "

   "그래도 친구는 하늘에서 당신이 자기대신 사랑해줄거라고 믿고 있을텐데.. "

   "친구의 정성을 좋은데에 쓴다면 친구도 좋아하겠지... "


   난 친구의 오디오를 처분해서 기천만원을 마련했습니다.


   며칠전에 아내가 평소 다니던 사찰에 며칠후 그 사찰에 들르겠다는 전화를 해뒀던터라

   아내와같이 그곳을 가기로했습니다.

   그곳은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탁해서 운영하는 유치원이 있었습니다.


   "김종수 선생님의 높은 뜻이 저 어린이들의 촛불이 될겁니다.

    결코 헛되이 사용되는 일은 없을겁니다.

    김종수 선생님을 기리는 일과 어린이들의 장학사업을위해서....

    고맙습니다."


   아내는 사찰관계자가 나를 김종수 선생님이라고 부르는걸보고 의아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석양이 뉘였뉘였질무렵 우리는 사찰을 뒤로하고 걸어나오다 사찰을 다시 되돌아보았더니

   그때까지도 스님은 우리를향해 합장을하고 서있었습니다.

  
   사람은 가고없어도 그 무언가가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는것같았고

   석양에 비친 아내의 눈엔 눈물이 글성 글성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것만 같았습니다.


   "여보 , 종수씨가 하늘에서 무지 기뻐하시겠지 ? ,

    그리고 당신이 종수씨가 된것도 알것만같구.. !"

   "그래 , 종수는 갔어도 이젠 영원히 살아있는거야 ! "


    

   ▷  후일 친구 여동생으로부터 들은 소식으론 아들을 앞세워 잃은 어머니는
        식음을 전폐하시다시피 하시다가 일년후 작고하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