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 돈이 뭐길래

by 김한봉 posted Sep 0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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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입추였는데, 아침저녁이 서늘하다
우리 집 큰 황소덕에, 아침부터 헬리콥터 노릇하느라고 뛰어 댕겼더만, 저녁이 되니 좀 피곤하다
오랜만에 티비고 뭐고 일찍 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잠이 안 온다, 덜 피곤해서 그런가?
앰프 하나 해부해 볼까?
전에 막내 방에 갖다 놓은 카셋이 생각나서 가져왔다
음질이 정말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다
국산 S사 제품인데, 그곳 총수가 하는 짓꺼리가 맘에 안들어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지인이 준 것이고, 소리가 내 귀를 사로 잡았던 기억으로....
그놈 첫 대면 때, 외관은 그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해서, 말 그대로 엉망인 꼴 그 자체였다
그양반이 버릴려고 문간 쓰레기 통 옆에 쳐 박아 둔 것을 내가 픽업했다
다행히 김칫국물이 튄 자국은 없었다
그분은 쓰레기 처리해 좋고, 나는 해부용 실험재료를 얻어 좋고.... 누이좋고 매부좋고...그랬다
각설하고,
그 카셋을 가져다 에프엠 다이얼을 돌렸다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 돌리던 다이얼을 멈추었다
‘영일만 친구’의 주인공이였다
아니, 이 양반도 디제이를 보나?
튜너를 뉴스 듣는데만 쓰다보니 음악프로 자체가 뭐가 있는지....
‘김세원 멘트’ 들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요즘은 어쩌다 틀면 노래는 안나오고, 왠 수다만.... 그래서 더 안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게스트로 초청 된 이는 ‘만남’의 주인공 이었다
다른 프로에서 특히 오락프로에서 많이 낯이 익어, 처음엔 ‘영일만’이 게스트인 줄 알았다
약간 어눌한 멘트에 다듬어지지않은 듯한 마이크 목소리 톤에 좀 거북함이 묻어 났는데,
이내 익숙해 졌다
듣다보니, 지난시절 얘기하며, 신변잡기 멘트였다
또, 그저 그런 말장난이나 하나?.... 하며, 다이얼을 돌릴까말까 하는데....
초대 손님의 노래를 듣는다는 멘트가 나오길래, 그냥 뒀다
데뷔 후, 그녀의 히트곡인 ‘님 그림자’가 나온다
햐~~~~~ 생음악으로 나직이 깔리는 그녀의 노래가,
그 저녁의 밤공기를 가르며, 별 빛 위로 내 마음을 완전 사로잡고 있었다
그녀 표현대로, ‘오디오형 가수’의 진수를 나는 우연잖게 그렇게 접했다
티비 잘 안보지만, 넘쳐나는 비디오형 가수들 때문에 각종 오락프로하며, 드라마에
가수들이 안 나오는 곳이 없을 정도다
‘멀티 플레이’에 익숙하다 보니, 소위, 한가지 재주만 가진 연예인들은 밥 벌이나 제대로 할지 궁금하다
뭐 하나 떴다 하면 바로 보도되는 억억하는 광고 출연료가, 우리를 자괴감에 빠지게 하곤 하는데...
그녀도 내가 모르는 여느 광고에 출연 했으리라...
요즘 라디오 프로 하나 진행하는 걸 들었는데, 왠지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 저 노래를 듣고 나니, 좀 서운하다
사실, 과거 없는 현재가 없을 것이고, 현재 없는 미래가 있을 쏘냐....
뒤이어 흘러 나온 ‘만남’을 들을때는, 정말 뭉클한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내가 틀기 전, 그녀가 자신의 곡을 몇 곡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그 두 곡을 듣고나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멀티 플레이’한답시고 이짓저짓하며 만능을 구가 했다면, 그녀가 저 정도의 명곡을 부를 수 있었을까...
그나마 비디오형 가수가 되질 않아서, 방송에서 자주 초대 안한 것이 전화위복이 된 것은 아닐까?
그러고 보니, 요즘 몇 몇 프로에서 보였던 그녀에 대한 기억이, 그렇게 초라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뭣 때문에, 저런 시답잖은 프로에 나와서 몸부림일까????
수입 때문일까? 출연료 얼마나 된다고....
인기 때문에? 요즘 발표한 노래나 있나?
밤무대 때문에? 그녀 노래 중엔 끈적이는 레파토리가 없는데??, 밤무대는 무슨... 아닐텐데....
그렇다면, 뭐지?
년하의 남편과 지내려니.... 돈이라도 잘 벌어야 버티나?
방송 멘트 중에, 그런 얘기도 나왔는데... 참, 서글픔니다
누군가 그녀에게 주례를 부탁한 적도 있었다나...
내일 당장 내가 법원에 갈지 모르는데....???, 정중히 사양했답니다
제가 알기로 그녀 남편도 가수이고, 그 흔한 히트곡도 있는 거로 압니다
애도 하나라는데... 뭐가 부족해서일까?
결혼생활이란 게 약간의 긴장은 필요하다지만, 그녀 말의 느낌이, 그게 아닌 듯 했다
뭐, 아니면 어떻고 그러면 어때??? 나와 무슨 상관????...... 하여튼,
그말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가수라는 타이틀이 꼭 노래로만 한정되는 게 아닌가? 해서다
아니, 가수가 노래를 잘 해야지, 가수지.... 안 그래요???
누차 얘기지만, 요즘은 본분에 상관없이 뜨기만 하면 되는가 보죠....????
옛말에 열가지 재주 가진 늠이 굶어 죽는다는 말이 있던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아니, 이젠 열가지 재주 없으면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고 해야 할까요???
멀티잡 세대라나...
다른 분들도 느끼셨겠지만, 재주가 많은 사람들이 폭이 넓기는 해도 깊이가 없는 게 흠이라면 흠이죠?
뭐, 개중엔 깊이가 있을 수도 있겠죠
하도 능력이 출중한 분들이 많은지라.....
그녀 부친께서 생전에 당부의 말씀으로 하신 게 있다던데, 참 멋진 얘기를 전하더군요
“검은 고양이든 하얀 고양이든, 고양이는 쥐를 잘 잡아야 된다”는......
그렇죠, 고양이는 우선 쥐를 잘 잡아야 하는거죠... 참, 중요한 진리 아닙니까?
좀, 개인적인 바램이지만, 그녀가 한 우물만 팠으면 합니다
오디오 가수로서 그렇게 우아한 이미지로, 격조있게 자신을 각인하기도 쉽지 않은건데.....
이렇게 얘기하다 보니,
‘서울의 찬가’의 주인공이 생각납디다
오랜 해외생활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누님이 되신....
그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던 기억중에,
스캔들에 얽혔던 부분을 얘기하는데...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절대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부분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누구와 어찌고저찌고 했는지 나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노래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오늘까지 버텼다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세상의 모든 유혹에서 자유로왔다는 그녀의 표현은, 많은 걸 시사했다
연예인은 두말의 여지없이 인기를 먹고 산다지만, 그래도 대대로 불려질 그 우아한 노래를 생각한다면...
긴급히 말리고 싶지만, 내 사정도 여의치 않고 남의 사생활에 이러쿵저러쿵 하기도, 참 그렇네요
혹시 누가 그녀와 연결이 되신다면, 말려 주세요
어제 저녁의 별빛을 감싸던 감수성 어린 그 노래 한 소절이,
오락프로의 망가지는 그녀의 표정위로 오버랩되는 상황이 너무도 안타까워서....

에그, 돈이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