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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EC스피커와 JENSEN우퍼

by 윤영진 posted Nov 2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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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텍 스피커와 Jensen우퍼

  빈티지 스피커 유닛 중에서 가장 좋다고 하고, 또 가장 고가에 거래되는 WE유닛은 사실 좋은 줄은 알지만 돈이 없어서 쓰질 못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WE에 상당히 많은 유닛을 공급한 Jensen의 제품은 비교적 인기도 덜하고 값도 적당해서 애용하게 됩니다.

  좋은 빈티지 유닛을 생산한 회사는 참 많습니다. WE, JENSEN, RCA, ALTEC, JBL, EV 등의 미국계 회사부터 VITAVOX, TANNOY, KLANGFILM, WIGO, ISOPHON 등의 유럽계 회사까지…
  그러나 아무래도 유럽계 모델은 일본과 한국에서 애용되는 TANNOY를 제외하고는 아직 소수취향이라 대체로 빈티지 유닛을 말하면 미국계가 대종을 이룹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ALTEC과 JBL은 쌍벽을 이룹니다.

  위에 든 정도의 수준이 되면 그들 유닛 차이에서 절대적으로 좋고 나쁨을 가른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고소영과 심은하 중에서 누가 더 좋다고 다투는 꼴인가?

  그런데 사용 환경과 사용 방법이라는 변수가 개입되면 약간의 논의의 필요가 발생합니다.

  처음부터 무슨 비과학적인 말이냐고 묻겠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저는 우퍼 유닛을 고를 때 옆에서 들고 보아 콘지의 곡선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찾고 택하는 것은 주로 콘지의 곡선이 깊게 파여서 나팔처럼 된 것들입니다. 보통 "콘이 깊다, 얕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기준에 맞는 것은 겨우 3종?…  WE, JENSEN, WIGO(독일산)의 초기형들 정도입니다.

  이런 콘지의 형상은 대체로 오디오 개발사 초기의 '풀레인지형 설계'에서 기인합니다. 하나의 유닛에서 콘지의 분할진동을 최소화하면서 '전대역'에 近似하게 음을 재생하기 위해서 고민하다가 보니 이런 모양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런 유닛은 주파수 특성을 재 보면, 콘이 얕고 센터캡이 크게 만든 다른 유닛에 비해 약간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즉, 중고역대가 상당히 높이 뻗고, 그 특성이 매우 플랫합니다.
  당연히 이런 유닛은 2웨이 이상으로 설계할 때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상대적으로 높이 잡아서 단지 트위터 하나만으로 구성하기에 매우 쉽고, 그렇게 해도 "중역대의 허전함이나 거침"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반면에 가장 많이 애용되는 JBL이나 ALTEC의 유닛들은 초기의 일부 모델이나 말 그대로 "풀 레인지로 설계"된 것들이 아니면 대체로 중역대는 욕심을 내지 않고 만든 것이 대부분입니다. 설계부터 약 500Hz 이상은 대형 혼에 맡긴다는 것을 전제로 그 이하의 대역을 얼마나 플랫하게 하느냐를 주로 고민한 유닛들입니다.
  따라서 워낙 모델들이 다양하기에 일반론으로 뭉뚱그려서 말하는 것은 무리지만 대체로 500Hz 이상에서 대역을 커팅하면 크로스오버 포인트 부근에서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기 쉽습니다.

  만약 100평 이상의 넓은 공간에서 사용할 것이라면 혼이 담당하는 대역이 넓을수록 좋습니다. 그러나 10평 이내의 가정내 공간에서 500Hz이상을 혼이 담당할 경우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습니다. 대체로 500Hz 이상을 담당하는 혼은 지향성 확대를 위해 멀티셀 형으로 지향성을 확대하기 위해 고민한 것들인데, 가정 내 좁은 공간에서 사용하다 보면 오히려 벽면반사 등이 심해서 음향 튜닝에 애를 먹습니다. 가정 내에서 여러 명이 음악 듣는 일은 별로 없고, 혼자서 듣는다면 청취 포인트가 좁아서 문제될 일 없고, 또 좁은 것이 음향 튜닝에 쉽습니다.
  더욱이 혼의 대역이 없은 경우 음압이 우퍼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서 귀가 따가운 중고역이 되기 십상입니다. 또한 828형 알택 인클로져는 프론트 혼의 역할로 중저역대의 음압이 높기에 혼과의 이음새는 매우 좋으나 150Hz 이하로 갈수록 음압이 크게 낮아져서 "알택 특유의 부족한 저음"을 만듭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알택 A-7형의 경우는 대개 수개월 이내에 소리가 안정되는데, A-5의 경우 수년이 지나도 튜닝이 잘 안 되어 사용자를 어렵게 만듭니다. 꽤 평가가 좋은 파이오니어의 익스크루시브 모델들은 대개 650Hz에서 크로스오버를 하는데 이 정도면 가정내 사용도 무리가 덜합니다.

  물론 알텍이나 JBL 모두 "근거리 모니터용"의 모델들을 다양하게 제작했습니다. 혼이 담당할 음역을 줄이는 방법, 또는 중역대에 별도의 콘(8인치 내외)을 설치하는 방법 등으로 용도에 맞는 설계가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제조된 소위 '스튜디오 모델'들은 아무래도  A-7, A-5과 같은 극장형 모델에 비해 썩 매력적인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 말하는 "혼다운 개방적 음질"을 덜 내준다고 할까 …

  경험상 가정 내 공간에서 혼형 스피커를 중고역에 사용할 경우 컨트롤이 가장 쉬운 것이 약 700-800Hz 전후에서 크로스오버 시키는 경우였습니다.
  크로스오버 포인트가 올라가면 갈수록 우퍼는 중역대 재생의 부담을 안아 고생을 하게 되고, 혼과 드라이버는 고생이 줍니다. 같은 크기의 혼에서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올리면 훨씬 평탄한 재생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중역대 재생한계가 높이, 그리고 평탄하게 설계된 우퍼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주관성이 강하지만 다른 유닛들에 비해 JENSEN의 유닛들은 사용하기 쉽습니다. 초기에 프로페셔널 모델로 발매된 PMJ 시리즈의 18인치, 15인치 우퍼들은 '명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고, WE에 납품되었던 18인치, 15인치 필드형 우퍼들은 워낙 음이 깨끗하면서도 품위가 있어서 高價만 아니면 늘 탐을 낼 유닛들입니다.
  그러나 이후 발매된 P-15LL이나 F-15LL 같은 우퍼들은 음질도 PMJ 우퍼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며, 알텍의 고급 우퍼들에 비해서도 훨씬 낮은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권할만한 우퍼들입니다.

  알텍 A-7이나 A-5를 사용하는 분들이 우퍼만 JENSEN으로 교체해서 상당히 만족해하는 걸 쉬 봅니다. 음질도 좋지만, 약간 밝고 경쾌한 맛이 좋은 알텍이나 JBL유닛에 비해 약간 어두운 듯하면서도 우아한 맛이 나기 때문에 이런 쪽의 음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맞습니다.
  알택과 JBL의 음색은 역시 영국 혈통의 미국인인 J. B. Lanshing의 영향인지 유사성이 큰데, 덴마크 출신의 JENSEN이 만든 유닛들은 어쩐지 유럽 대륙계 음색을 연상하게 합니다. 절대 화려한 음색은 아니지만 '우아한 맛'이 특징입니다.

  문제는 JENSEN의 경우 중고역대를 담당할 혼과 드라이버들이 썩 '명품'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극히 적다는 점입니다. 알텍이나 JBL의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의 다양한 유닛에 비하면 JENSEN은 유닛 별로 2-3종 이상을 들기도 힘듭니다.

  초기형 필드타잎 드라이버나 포탄처럼 생긴 1001형 드라이버는 매우 좋고, 초기형 필드타잎 Q시리즈 혼트위터는 물론 후기의 RP302도 하나의 정점에 오른 트위터지만 이들 몇 모델 외에는 대개 그냥 '괜찮은 유닛' 이상이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이중 초기형 필드타잎 유닛들은 지나치게 값이 올라서 구입하기가 힘이 듭니다.

  3웨이 동축형인 G610도 명품으로 인정받아 가격이 매우 비싸게 거래되지만, 제 개인 생각으로는 "음질은 좋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된 유닛"이라 봅니다. 아마 일본의 모 평론가가 과장해서 이 유닛에 대해 높은 평가를 오랜 동안 해 온 탓에 일본에서 '숭상'되면서 그 영향이 우리나라에도 미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JENSEN의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는 1950년대부터 나타납니다. 그 전에 JENSEN은 WE뿐 아니라 MOTIOGRAPH, SIMPLEX, SENTURY, IPC 등 프로젝터 시스템 공급회사에 극장용 스피커 유닛을 공급했는데, 이 시기에 최고의 수준에 있던 JENSEN의 유닛들이 이후 가정이나 스튜디오용으로 주요 공급처가 바뀌면서 품질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젠센 최고의 스피커인 B-TYPE(극장용), D-TYPE(스튜디오, 가정용), E-TYPE(다용도 업무용) 등 걸작들이 단종되고 이 시기부터 IMPERIAL, RP, TRIPLEX 등등이 판매되는데, 이 모델들은 매우 공들여 잘 만든 인클로저에 비해 음질의 카르스마는 이전 모델들보다 떨어집니다.
  이유는 많지만 제일 큰 변화의 유닛 각각의 품질이 낮아진 탓입니다.
의 스피커 모델들이 개발되면서 한편으로는 '유닛 제조'에 들이는 공과 노력은 반비례로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우퍼의 품질은 그런대로 유지되었지만 중고역 드라이버와 혼은 상당히 질이 낮아집니다.

  64구멍의 대형 혼에 드라이버 2발씩, 18인치 2발씩이 장착된 집채만한 B-TYPE은 소위 "줘도 못 쓰는" 스피커라 논외로 치고, 18인치 필드에 역시 Q타잎 필드 트위터로 구성된 D-TYPE은 스피커 역사상 최고 명품을 꼽아도 3 손가락 안에 빠지지 않을 명품입니다. 국내 어느 애호가가 한 조를 소장하고 계셔서 늘 부럽게 여깁니다. 오리지널 인클로저라면 약 3-4천만원 이상 호가할 것으로 봅니다.
  이런 수준은 일반적으로 돈을 떠나 물건을 구할 수 없어서 들을 수 없지만, 소박한 인클로저에 중형 혼, 18인치, 15인치 우퍼를 쓰는 E-TYPE은 천만원 안 쪽으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같은 E-TYPE도 WESTERN ELECTRIC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가격이 수배로 폭등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유닛을 어떤 것으로 하느냐에 따라 가격차가 커지기도 합니다.

  말이 옆길로 샜는데, 대체로 JBL의 우퍼 유닛의 음은 중저역이 조금 밝고 앞으로 돌출되는 성격이 있습니다. 그것도 좋습니다만, 제 개인 취향에서는 중역에서 저역으로 이어지는 선에서 조금 더 무게감과 그늘진 음영이 나와 주었으면 하고 느낍니다.
  알텍 유닛의 경우 803이나 803A 같은 초기형은 부드럽고 우아한 맛이 좋은데 뒤로 갈수록 JBL 비슷하게 소리가 밝아집니다.
  인클로저도 평판이나 820A, A-8과 같은 베이스리플렉스 통에서는 밸런스가 매우 좋은데 A-5나 A-7과 같은 프론트혼형에서는 중-저역대 사이에서 급격히 밸런스가 무너집니다. 같은 프론트혼형이라도 820A는 더블우퍼에 800Hz 크로스오버의 덕인지 아주 밸런스가 좋습니다. 물론 설계부터 가정용을 염두에 두었다는 점도 작용합니다.
  물론 820A가 워낙 고가이고, A-8과 같은 류는 너무 뽀다구가 안 난다는 등의 단점이 있지만 가정 내에서 A-5를 놓고 분부를 하는 분들을 보면 겉으로 말은 못하고 속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과거 연조가 지극한 알택 고수님들은 속된 말로 "해볼 짓 안 해볼 짓" 다해 본 후 알텍 스피커에 JENSEN우퍼를 달아서 만족하신 분이 꽤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마그넷형인 P-15LL로 쓰다가 대개 필드형인 F-15LL로 옮겨갑니다. 재력이 있으신 분은 PMJ 18인치 등까지 가는 분도 있고...

  알텍 A-7형 스피커 쓰시는 분들, 한 번 속는 셈치고 우퍼를 JENSEN으로 바꿔서 들어보십시오. 값도 반 값 수준이라 부담도 적습니다.

  또 하나, 12인치형 JENSEN의 필드타잎 우퍼들은 워낙 기타 앰프, 오르간 앰프 등에 많이 사용된 탓에 지금도 E-BAY 등에서 헐값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걸 한 쪽에 2발씩 쓰고 알택의 혼과 조합해서 사용하면 아주 좋습니다. 15인치 한발 사용하는 것에 비해 저역이 훨씬 깨끗하고 맑습니다.
  오디오가 워낙 주관적인 거라, 모든 분이 제 의견에 맞지는 않을 것이고, 몇 분이라도 공감하시는 분이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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