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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0 01:16

오디오 폐인

조회 수 600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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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쩡한 직장을 느닷없이 팽개치고 무엇에 씌었는지 오디오 제작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 있습니다. 기성 오디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기 손으로 직접 최고의 앰프를 만들어 보겠다는 당찬 꿈을 갖고 패기만으로 앰프 제작의 가시밭 길로 뛰어 들었습니다. 한사코 만류하는 부인에게 몇 년만 고생을 참고 견디면 반드시 성공해서 남부럽지 않게 호강시켜주겠다고 큰 소리쳐 안심시키고 앰프 제작의 길로 들어 선 것입니다. 아이들이 겨우 걸음마를 뗄 나이였으니 어쩌면 아직 신혼의 단 꿈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었을 젊은 시절이었습니다.


 공방 이름을 저항과 콘덴서 (R&C)로 하고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습니다. 앰프의 성능은 트랜스에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닫고 어렵사리 트랜스 설계 이론의 자료를 찾아서 배우고 검토하고 옛 명기를 분해하여 분석하고 연구하기를 몇 년. 드디어 트랜스에 관한한 이론과 실제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였다고 자부하게 되었습니다 . 앰프는 3극관 싱글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연구한 회로와 자체 제작한 트랜스를 사용하여 심혈을 기울인 1호기 파워를 드디어 완성하였습니다 . 안티폰 300b. 제 기억으로 그때가 실바 *드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닉이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즈음이었습니다. 잡지에 광고도 하고 오디오페어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작품을 열심히 홍보하였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의 관심을 어느 정도 끌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날마다 새로운 제품이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외제 유명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현실에서, 자금력을 바탕으로 엄청나게 홍보하는 메이저 수입상이 오디오 시장을 독점하는 현실에서, 안티폰 300b가 아무리 난다 긴다 해도 현실은 참으로 칼날 같았습니다. 무명의 국산, 거기다 가격마저 비싼 안티폰 300b. 웬만한 동호인 고수라면 하나쯤은 만드는 300b의 세계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버텨내기는 참으로 버거운 일이었습니다그러나 차츰 입소문을 타고 그 제품이 범상치 않다는 것이 귀신같이 지독한 동호인들에게 알려졌고 알음알음 그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겨우 겨우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 트랜스와 관련된 차폐 , 승압 등으로 영역을 넓혀 연구를 거듭해서 괄목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 그러나 몇 년이면 우뚝 설 수 있다는 처음의 자신과는 달리 속절없는 세월은 자꾸만 흘러갔습니다 .  

 

 세월 지난 오디오 잡지를 들춰보면 한 때 잡지와 매장의 진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국내외 수많은 메이커들이 지금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잊혀진 것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이런 냉혹한 현실에서 저항과 콘데서 안티폰 오디오의 300b 앰프와  차폐, 승압트랜스가 굳건하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 그러나 그 댓가는 혹독했습니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여 가산을 처분해야 했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동기들과 의절되다시피 사이가 벌어졌습니다. 생계를 위해 부인은 생활 전선으로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고 커가는 자녀들의 교육에 제대로 관심 한 번 기울일 여유가 없었음은 당연지사. 아이들은 학업을 비롯해서 모든 일을 스스로 앞가림하며 커나가야 했습니다본인 또한 건강을 크게 해쳤습니다 . 모든 것을 자신의 손 끝으로 마무리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탓에 주문받은 물건의 납기는 한없이 늦춰지기 일쑤였으며 좁은 공방에서 밤 새워 작업하며 각종 화공약품 냄새와 함께하는 일상 생활과 불규칙한 침식으로 당뇨가 심해져 먹고 싶은 것조차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저항과 콘덴서-안티폰 오디오의 정상규. 그의 불행의 원인은 두 가지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나는 뛰어난 청감의 소유자라는 점. 단순히 청력만 좋은 것이 아니라 음악과 음악성에 대한 해박한 이해를 바탕으로 오디오 소리가 어떠해야 하는 지에 대하여 확실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 째는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완벽주의. 본인의 손 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해야 직성이 풀리고 기판 제작을 용납하지 못하는 자존심. 배선을 일일이 꼬아묶은 후에 남땜하는 고전적 하드와이어링. 납득할 때까지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는 과정의 연속....... 적절히 타협하고 자존심을 조금만 숙였다면 재정적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든든한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타협'이라는 단어는 애초에 그의 사전에 없었습니다.


 오랫만에 그를 만났습니다. 넓지 않은 공방엔 오디오 제작의 첫발을 뗄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오디오 제작의 탐구 과정이 빠짐없이 기록된 빛바랜 연구 노트와 시방서가 있고 그 위에 지금도 새로운 연구 결과가 계속 더해지고 있었습니다. 떠오르는 영감을 그때마다 적어 둔 메모지가 벽면을 빼곡하게 장식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그의 전부라고할 오디오 제작의 노하우가 기록된 것들이지만 문자로 기록된 자료 너머의 비밀은 오직 그만이 알 수 있습니다. 어느 덧 60 을 바라보는 그에게 장년의 불타던 투지는 많이 가신 모습이었습니다. 희끗한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얼굴은 많이 야위었습니다. 그러나 오디오를 향한 열정으로 불타는 그의 눈은 여전히 형형했습니다 . '태초에 소리가 있었다.'  창조 이전의 고요한 혼돈과 무음의 세계에서 소리로써 우주가 창조되었고 그 소리가 우리를 자유케하고 그 소리가 우리를 구원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신약성서 요한복음의 첫 장 첫 구절에 나오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에 대한 정상규의 재해석입니다. 오디오를 어른들의 장난감 정도로 치부하는 것을 단호히 부정하고 인간 구원의 수단으로 여기는 말입니다. 이런 주장에 코 웃음을 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오디오를 대하는 그의 치열함이 어떠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그는 더 이상 오디오로 떼돈을 벌어 크게 성공해보겠다는 욕망과 야심을 모두 벗어 버린 듯이 보였습니다. 다만 자신이 만든 오디오가 사람들에게 대를 이어 오래도록 사랑받고 기억되는 하나의 작품으로 남기를, 또 사람들이 그가 만든 오디오를 통하여  영혼의 안식에 다다르기를 바랄 뿐이라고 담담히 말합니다


 손에 잡힐듯 잡힐듯 잡히지 않는 무지개를 좇듯, 때로 열에 들 떠 신들린 사람처럼, 때론 한 없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좌절과 회의에 넋나간 사람처럼, 그의 30년은 그렇게 채워졌습니다. 바로 어제 오디오 제작의 길로 뛰어든듯한데......어언 30년. 도대체 오디오가 뭐길래! 저 좋아서 한 일이라고는 해도 한 인간이 반 평생을 오롯이 바쳤어야 했는지! 죽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데. 단 한 번 뿐인 인생을 허비한 것은 아닌지.......  지켜보는 저의 마음 한 구석이 짠했습니다.  


 제가 오디오에 미친 한 장인을 우연히 만나 근 30 여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인연을 맺으며 소리와 오디오에 대하여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에 공감했고 그가 빚어내는 오디오 소리에 감동했고 나의 오디오 생활에, 특히 A5 때문에 막막했던 때에, 그의 도움 덕분에 A5의 진수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안티폰 오디오 정상규-


 - 지금도 어디에선가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영혼을 불사르고 있을 오디오 폐인들. 어두운 밤하늘에 희미한 별이되어 오디오에 인생 모두를 건 이 땅의 진정한 오디오 장인들, 그들에게 큰 영광 있기를!

 

 

  • ?
    박영창 2020.02.20 12:43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글 올리셨네요..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 ?
    이정균 2020.02.20 23:00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2일 시청회가 성황리에 치러지기를 바랍니다.

  • ?
    박영창 2020.02.21 21:54
    넵!!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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