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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스피커의 종결자

by 김성수 posted Jul 2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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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의 비용과 시간을 모두 투입하여 제작(의뢰)한 빈티지스피커의 튜닝기 ....

 

옛 속담에, ‘돈을 줍거나 또는 돈이 생기면 하루가 즐겁고,

새 여자를 얻으면 한 달이 즐겁고,

장(醬: 된장)을 잘 담그면 일년간 입맛이 즐겁다’라고 하였던가요?

그런데 빈티지 오디오를 잘 매칭하면, 적어도 3년 이상, 길게는 평생 즐거운가 봅니다.

 

알텍604B 유닛에 제 나름대로의 스피커통에 대한 관점을 담아 통을 제작하여,

3년 이상 들으면서 이것 저것 분석한 바를 종합⋅정리하고

그동안 매일 조금씩 빈티지오디오에 관한 나름대로의 공부를 하면서 느끼고 배운 바,

빈티지스피커의 인클로저(통) 제작에 대한 이론적인 기반이 단단해지면서

다시 알텍604B 유닛을 수납할 통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해 보자는 마음이 일어나서 ......

 

그 파일럿(pilot: 사전(事前)의, 선도적(先導的)인) 실험용으로

젠센P8P와 젠센RP302트위터 2way 구성으로 통을 새롭게 제작하였는데

종래 그 어떤 스피커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깊고 그윽하며 명징(明澄)하고 웅장하면서도 화사한 소리를 재현할 수 있게 되어서

이 스피커가 저에게는 빈티지스피커의 종결자로 다가왔습니다 ......

 그래서, 그 경험적인 지식과 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그동안 빈티지스피커에 정(情)을 주면서 느낀 즐거움에는 대략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수많은 빈티지스피커 중에서 자신의 기호와 취향 및

특별히 좋아하는 음색을 가진 알맹이(유닛)를

흙더미 속에서 진주를 건지듯이, 찾아내는 즐거움이요,

 

둘째는 그렇게 선택된 유닛에서 중역과 고역이 얼마나 명료하고 아름답게 재현되는가?

그리고 ‘스피커 통(인클로저)을 과연 어떠한 크기로 조성하여 주면

중역의 아래에 깔려있는 저역이 얼마나 제대로 형성되어 나와 줄 것인가?’를 추정하면서

스피커 통을 열심히 제작하는 즐거움이며,

 

셋째는 그렇게 만들어진 육면체의 통 속에 유닛을 수납한 후

‘유닛이 통 속에서 그 자체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재현하는가?’

즉 앰프를 물렸을 때, 통에 들어간 유닛에서 제작 당시의 상태로 온전한 소리가 제대로 나와 주고

유닛 고유의 가치가 인클로저와 상생(相生)의 조화를 이루면서

스피커의 소리가 새롭게 발견되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이요.

 

넷째는 일단 유닛과 통이 서로 어울려 조화를 이루면서 흡족한 소리를 내어주었을 때

여러 종류의 음악들을 어떤 소스(시디피, 튜너, 아날로그 등)와 매칭하고, 또

‘어떤 앰프(프리와 파워 등)와 스피커를 매칭하면 최상의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가?’를 알아내고

매칭하는 즐거움입니다.

 

다섯째, 그리하여 그렇게 완성된 오디오시스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씻어주고 영혼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멋진 음악이 흘러나올 때,

평온하고 즐거운 상태에 정신과 마음이 머무르면서

그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과 울림 및 여음(餘音) 그리고

음악의 순수함과 장엄함 그리고 진정성 등을 흠뻑 적실 정도로 충분히 맛보는 즐거움입니다.

 

간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이 네 가지 즐거움은 각각 하나의 거대한 산봉우리처럼 우뚝 솟아 있어

1)설악산 2)오대산 3)문장대 4)지리산과 같은 봉우리들을 차례대로

모두 차근 차근 넘어서야 비로소 다섯 번째의 즐거움을 음미할 수 있는가 봅니다.

 

 

1) 새로운 유닛을 찾아내고 선별하는 즐거움 ......

 

알텍이나 탄노이 같은 유명 제품들은 의외로 그 선별이 쉬운가 봅니다.

 

일반적으로 유닛은 우선 ‘외형적으로 콘지가 완전한가?’

또는 찢어진 곳을 조금 수선하였다 하더라도 내구성이나 소리를 내는 데 큰 이상이 없다면

오히려 싸게 구입할 수 있어서 좋고,

유닛에서 소리가 제대로 나오는가? 만을 유의하면 되지요.

 

유닛의 편심이 틀어졌을 때나 또는 알맹이 전체 중 어느 부분이 이상이 있을 때에는

‘소리가 약간 풀려있다’, ‘약간 찌그러진 소리가 난다’, ‘고역이 뽀글거린다’ ‘저역이 찌직거린다’ 등의

여러 식별 방법으로 쉽게 구별이 가기 때문이죠.

 

의외로 빈티지 초기형의 풀레인지 경우에

유닛 선택의 즐거움을 맛보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많습니다.

 

모양이 특이하게 생겼거나, 유닛이 예쁘게 생긴 것은 일단 소리도 잘난다고 보아도 무방하고,

또는 앰프에 연결하여 음악을 틀었을 때, 맨 알맹이에서는 소리가 평범한데도

막상 통을 제작하여 유닛을 수납하였을 때 의외(意外)로 아주 좋은 특별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나만의 빈티지’에서 소개한 초기형 8인치 텔레풍켄의 경우

알맹이 소리는 ‘고역이 조금 특이하고, 중역은 그저 평범하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

이 유닛을 좀 오려 묵히면서 다른 유닛을 수납하여 사용하였던 통에 넣자마자

마그나복스 6BQ5싱글 같은 소형 앰프와의 매칭에서도

10여년간 그렇게도 찾으며 원하였던 소리가 단번에 쏟아져 나옴에

빈티지 스피커 선별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

 

알맹이만의 소리 평가에서 미처 예측하지도 못하였던 새로운 경지의 발견에

뜻밖(意外)의 기쁨과 만족을 주는 풀레인지의 여러 특징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빈티지스피커의 순례에서 얻는 커다란 환희(歡喜)와 즐거움이기에.......

 

그래서 설악산의 계곡마다 또는 각각의 등산로 마다 비록 힘이 들기는 하지만

새로운 경치와 산행의 즐거운 느낌이 각각 서로 다르듯이

수많은 유닛마다 각기 다른 소리를 내어주는 빈티지스피커 중에서

나의 기호에 맞는 진주와 같은 유닛을 선별하는 묘미와 즐거움이 바로 거기에 있는가 봅니다.

 

 

2) 선택된 유닛을 수납하는 통을 제작하면서 저역과 입체적인 소리를 만드는 즐거움 .....

 

원칙적으로는 스피커 제작회사에서 인클로저까지 제작된 완제품 스피커를 구입하면 가장 이상적이죠.

 

‘그러나 그 어떤 신제품도 처음 몇 분 동안은 산뜻하고 신선한 맛에 사람을 사로잡으나

한 시간 이상 계속 청취하여 보면 ..... 그 소리에 이내 질리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현대의 완제품은

빈티지의 정감있고 그윽하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리에는 못미치는가 봅니다.

 

그래서 인클루저도 없는 알맹이 빈티지스피커에 또 다시 관심을 돌리는 것을 보면

어찌 할 수 없는 빈티지오디오에 빠져 있는

이른바 빈티지에 중독된 인간 부류에 속해서 그런가 봅니다.


빈티지를 하면서, 오히려 완제품 보다 피아노 관악기 등의 재현에서

더욱 완벽한 소리를 만들었을 때의 성취감과 기쁨은

희열(喜悅)의 극치에 가까울 정도의 최상의 즐거움을 안겨다 주기에 .....

 

저역을 제대로 만들어 내는 통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일은

오대산의 산 덩어리 전체가 거대하고 풍성한 흙의 육질과 같이,

‘스피커의 소리에 어느 정도의 살을 붙여서 풍성하면서도 단단한 저역을 만드는가?’의 문제는

그 산행이 육체적으로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지만,

정신적인 사유(思惟)와 오랜 관찰 후에나 시행하여야 비로소 얻어지는 것인가 봅니다.

 

위의 사진에서 제시된 통에는 젠센 P8P와 RP302트위터를 수납하기 위하여,

네트워크를 배제하고, 다만 트위터에 1마이크로의 카플링만을 달아 P8P에 연결하였습니다.

(풀레인지류에 트위터를 매칭할 때에는, 네트워크의 장착보다, 카플링으로 직결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 ....)

 

처음 젠센P8P를 구하여 알맹이 소리만을 들었을 때에는

보이스(목소리)와 중역의 아름다움에, 그리고 중역 아래에 깔린 저역의 가능성에 도취되어 .....

기대에 찬 마음으로, 34x35x18㎝(가로x세로x깊이)의 통을 제작하였는데,

중역은 아름다우나 고역이 좀 모자라고, 저역은 영 아니게 많이 모자라서

가능성이 큰 P8P를 너무 조그만 통에 수납한 것 같아 ..... 볼 때마다 불만족스러워,

빈티지를 음미하는 즐거움을 앗아가는 화근이 되었답니다.

 

마음이 불편하면 음악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법 ......

 

그리하여 최근에 와서야 35x50x30㎝(가로x세로x깊이) 정도로 통을 키울 생각을 하면서

바이올린 등의 고역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재현하고

중역은 P8P 유닛 그 자체에서 있는 그대로의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가 저절로 나오게 하고

저역은 키운 통이 절묘하게 만들어내도록 조처해 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과거 빈티지 인클로저를 제작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의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로 알텍 류의 통에서는 통 속의 유닛 콘지 뒷면에서 발생되는 엄청난 량의 소리를

통속의 육면체 중 삼면에 흡음재를 부착하여

육면체에서 반사되는 소리의 절반을 강제로 흡수하면서 억제하는 방법을 취함으로써

통 속에서 발생되는 극히 일부의 소리만을

베플 아래의 닥터로 빠져 나오게 하는 방안을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콘지 앞면으로 생성되는 소리의 량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아서 그런지

‘알텍은 쏜다’는 느낌을 받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알텍 마니아들이 오랫동안 방황하며 오늘도 그 튜닝에 땀을 흘리나 봅니다 ........

 

둘째로 탄노이 류 등의 인클로저에서는 통 속에서 생성된 소리를 돌려서

앞면 가장자리 등의 모서리로 빼내는 방식으로 설계하여,

가두어진 유닛 뒷면의 소리를 어느 정도 살려내는 방식은

통 제작의 탁월성을 살려낸 우수한 제작방법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일부 마니아들은 탄노이 유닛의 뒷쪽에 양모를 추가로 배치하는 등의 방안을 조처하여

우퍼 콘지 뒷면에서 생성되는 소리를 어느 정도 감쇄시키는 조처를 취하는 경향도 보입니다.

아마도 이는 마니아들이 좀 더 부드러운 소리를 듣기 위한 방안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그 튜닝이 어려워, 탄노이 마니아들은 오랜 기간 고뇌하며 그렇게들 애쓰는 모양입니다 .....

 

위의 사진에서 보는 인클로저의 특징은, 위의 두 방법을 충분히 감안하여,

 

①유닛의 앞면으로 나오는 소리를 효과적으로 뽑아내기 위하여 이중 조직의 그릴을 채택하였습니다.

극히 미미하기는 하지만, 직진하는 소리가 그릴을 통과하며

미약한 시간차를 두고 귀에 전달되는 방안을 취하고 .....

(이것은 단일조직의 그릴보다 훨씬 부드럽고 감미로운 소리로 들리는 장점을 보입니다)

 

②유닛 콘지의 앞면에서 생성된 소리가 스피커 통의 그릴에 부딪쳤을 때

부딪친 일부의 소리는 측면으로 분산되는데, 이렇게 옆으로 흘러 넘치는 소리는

유닛이 고정되는 베플의 목재 두께의 중간에 뚫어 놓은 미로형의 동굴로 흘러 들어가게 되고,

동굴 속으로 흘러 들어간 그 소리는

마침내 통의 앞면 좌우 가장자리에 세로로 좁게 파서 마련한 홀을 통하여 빠져나오도록 하는

특별하게 고안한 울림판을 제작하여 활용하였습니다.

이른바, 탄노이의 오토그라프 또는 로더의 백로드 방식의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③통의 상⋅하⋅전⋅후의 사면은 단단한 낙엽송 합판으로 두껍게 집성(集成)하고

다만 통의 양쪽 측면은 얇은 합판 사이에 한지(韓紙)를 넣으면서도 조금 얇게 집성하면서

왼쪽의 측면에는 손바닥만한 원목을 속의 아랫면에 부착함으로써,

장구나 북을 오른쪽 가죽 판을 막대기 채 등으로 쳐서 울릴 때

왼쪽의 가죽판에서 동시에 울리는 것을 왼손으로 어느 정도 제어하듯 설계하였습니다

 

이는, 양쪽 동질(同質) 두께의 목재가 동시에 울리면 공진(共振)파가 생기는 데 .....

이를 제어하기 위함입니다.

 

우리악기 장구에서는 양쪽 가죽의 종류를 서로 다르게 하거나

그 두께 또한 왼쪽은 두껍고, 오른쪽은 얇게 하는 등의 상이(相異)하게 제작함으로써

왼쪽 가죽에서는 저음(低音)을 만들어 내고,

오른쪽 가죽에서는 고음(高音)을 만들어 내는 원리(原理)를 원칙으로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유닛의 뒷면에서 생성된 소리가

통 속에서 다방면으로 반사되었을 때 생성된 소리의 파장이 겹쳐서

상쇄되는 소리파를 방지하기 위한 조처를 가함으로써

통의 양쪽 측면에서 북이 동시에 하모니를 이루면서 울리는듯 하는 효과를 노렸습니다.

 

④우퍼 콘지의 뒷면에서 생성되는 소리는 통 속에서 반사될 때 그 구석 등에서 맴도는 소리,

즉 정재파(定在波)가 생기지 않도록 비밀스런 방비책을 마련하였지만,

여기에는 흡음재는 전혀 넣거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유닛 콘지 뒷면에서 만들어지는 소리가 통속에서 반사되면서 충분히 울리도록 조처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통 속의 소리가 아래에서 위로 차오르면서 넘치는 소리가

통의 뒷면 상부에 파놓은 F홀 등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조처하는 방안을 채택함으로써

유닛에서 만들어진 소리가 통의 앞면과 뒷면 그리고 베플 울림판 속의 동굴(구멍)에서

각각 흘러나오는 소리가 입체적인 소리로 재현되어

결과적으로는 스피커의 3면에서 나오는 소리를 앞에서 한꺼번에 들을 수 있도록 설계하였답니다.


⑤통의 조립을 일단 마치고 나면, 통의 외부에는 예전과 변함없이 독일제 천연바니쉬 등을 여러 번

약 보름간의 시일에 걸쳐 적당한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바니쉬를 통 외부에 도포하였습니다.

 

위 사진의 인클로저 최대의 특징은 이 방법을 동원하여

스피커 통을 악기의 개념으로 제작한 점입니다.

수작업으로 완성되는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경우,

바니쉬를 칠하지 않은 백통을 일단 절반의 완성으로 제작한 후

여기에 현을 걸고 연주하여도 그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활로 보잉을 세게 하여도 음색도 제대로 안나오고, 거칠고, 소리도 멀리 뻗지도 않고 .....

 

악기의 백통에 바니쉬를 도포하여 악기의 제작이 완성되면

비로소 음색이 잡히면서 부드러워지고 또 소리도 멀리 뻗어나는 ......

 

백통의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 악기 외부에 천연바니쉬를 12-18회 연속적으로 도포할 때,

바니쉬 2회 도포후 사포질로 균질하게 하고, 또다시 바니쉬를 도포한 후 사포질하는 등 반복.....

그 후 일정 시일이 지나서 천연바니쉬로 도포된 악기가 제대로 건조되면

비로소 아름답고 악기 특유의 예쁜 소리를 내어주는 것으로 보고 ......

 

바로 여기에 착안하여 스피커 통(인클로저)의 외부에도 이러한 천연바니쉬 도포 방법을 활용하면

더없는 통울림 소리를 내어주겠다는 판단에서, 현악기에서의 바니쉬 도장 방법을 그대로 도입하고,

다만 통의 목재 두께가 첼로 등의 악기보다 몇 배 더 두꺼운 것을 감안하여

악기의 바니쉬 두께보다 5-6배 정도 많이 칠하면서도 여러 차례 얇게 도포한 것이 더블(200%)로 적중한 것입니다.

 

(다만, 이태리산이나 독일산 천연바니쉬 구입 비용과 그 소요 물량이 많아서,

그 경비가 의외로 엄청나게 들어가는 것이 옥(玉)의 티 ....)

 

 

3) 유닛과 인클로저의 상생(相生) 효과를 맛보는 즐거움 ....

 

완성된 육면체의 통 속에 유닛을 수납한 후 음악을 감상할 때,

유닛에서 생성되는 소리가 통 속에서 알맹이 그 자체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재현되고

거기에 통의 용적이 만들어주는 저역의 소리를 감상하여 보면,

즉 스피커에 프리와 파워 앰프를 물렸을 때

유닛 고유의 소리가 통의 입체적인 크기와 상생(相生)의 조화를 이루면서

스피커의 소리가 새롭게 발견되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은

이러한 방법을 시도해 본 사람만이 오로지 느낄 수 있는 희열과 흡족함을 줍니다 .....

 

이 과정은 문장대 등산과 같이, 통의 조립 시일에 비하여 그 시간은 그렇게 많이 소요되지 않는데

그 중간에 깔딱고개도 있고 또 절경을 음미하는 장소도 있어서

그야말로 지옥과 천국을 넘나들며 오가는 과정을 겪게 마련입니다.

통과 유닛의 조화와 상생을 위한 튜닝 과정에 여러 방안의 노우-하우(know-how)가

축적되지 않고는 문장대의 정상을 밟을 수 없는 험난함이 숨어 있습니다...

 

 

4) ‘스피커와 어떠한 소스와 앰프들을 매칭할 것인가?’의 즐거움 ........

 

“스피커는 죄가 없다” / 제가 잘 쓰는 말입니다.

 

아무리 좋은 유닛을 선별하고, 또 비장(秘藏)의 처방을 깃들여 통을 잘 제작하더라도

그것을 어설픈 앰프와 조악한 소스에 매칭하면

막상 스피커에서 나오는 그 소리는 차마 눈뜨고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나게 마련이죠.

 

멋진 앰프와 소스를 잘 만들어진 스피커에 매칭하면 천상(天上)의 소리가 나오고 ...

아무리 좋은 스피커라 하더라도 엉망의 앰프 등에 물리면 지옥같은 소리가 나오기 마련 ....

그래서 ‘스피커는 죄가 없다’고 한 것입니다.

 

따라서 빈티지오디오에서 스피커와 앰프, 소스의 적합한 매칭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 ....

 

스피커와 앰프 및 소스의 매칭은 그 여정이 흡사 지리산 산행과 같이

지루하고 긴긴 코스 .... 그러나 곳곳에 수도 없이 많은 비경(秘境)이 숨어 있지요.

 

매칭 또한 하나씩 일일이 맞추어 보면서, 그 각각의 매칭을 며칠씩 예의주시하며 들으며 관찰해야

각각의 매칭에 대한 장단점의 비교분석과 느낌이 비로소 보이고, 그제서야 제 평가가 나오기에 ....

 

수줍어 얼굴(낯)가리는 빈티지 제품들은

몇 일 동안 서로 계속 붙여 놓아봐야 겨우 그 매칭의 적합 여부를 알 수 있는 것도 있어서 .....

(빈티지들은 만난지 5분도 안되어, 소위 궁합이 맞다 안맞다고 섣불리 판단했다가는

영영 낭패보는 경우도 여러 번 경험하여 ........ )

매칭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 속에서, 그리고 많은 수업료를 지불하고, 뜨거운 맛을 보고난 뒤에야

확실하게 배운 것 같습니다.


①프리앰프는 그 선정이 가장 까다롭고 힘든가 봅니다.

시중에서 흔히들 말하는 이른바 두어 점의 명품 프리는 그 개성이 너무 강하여 ...

소스와 파워가 가진 고유의 성질은 물론이고, 스피커가 가진 특성마저도 깡그리 장악함으로써

전체 시스템의 조화와 하모니를 깨트리는 경향을 두세 번이나 경험하여 ....

 

저 개인적인 생각은, 아무리 명품 프리라 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무래도 그 용납이 어려웠습니다.

 

저의 성향은, 프리는 좀 밝고 화사하면서도 해상력이 좋아 명료하면서도

그러나 파워와 소스의 개성을 장악하거나 결코 지배하지 않는

비교적 중립적인 성격을 유지면서, 

음색의 측면 등에서 조금은 하이엔드적 요소가 가미된

빈티지적인 프리를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프리에 대한 방황을 아직 계속하고 있는 형편이고

지금의 프리도 비교적 중립적인 것이라 85-90% 정도 만족하고는 있지만 .....

(저의 성향에 맞춘 새로운 101D 프리를 3월에 특주하였는데 아직도 제작 도중 ...... )


②파워앰프는, 그야말로 그 고유의 개성을 발휘하면서 스피커와 직결되는 것이라...

그 중 두세 개의 파워앰프와 매칭한 소감만 말씀드리면 ......
 

ⓐ 6V6은 화사하고 온화하며 빈티지적인 소리를 내어주어

튜너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포근하며, 기분 좋은 소리를 연출해 줍니다.

 

(제 구미에 맞는 전문가 제작의 6V6싱글 앰프는 4대나 연속적으로 구입할 정도로 좋아하였는데

거절할 수 없게 친한 지인들이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다른 프리와 스피커를 한 시스템으로 하여 통째로 업어가 버려서..... )

 

현재 사용하고 있는 6V6앰프는 마그나복스 장전축에서 적출한 싸구려임에도 불구하고

그 성능은 하이엔드보다 오히려 출중한 측면도 보여 여간 애착이 가지 않는답니다.

 

6V6PP 앰프는 필코 필드15인치 스피커와도 궁합이 엄청 좋고

알텍604B와 매칭하여도 살랑살랑 밀어주며 예쁘고 젊잖고 질리지 않는 소리를 내어주어,

그 어떤 빈티지 스피커와도 상생의 작용을 쉽게 하는,

그야말로 아주 확실한 빈티지 앰프임을 피부로 느낍니다.

 

ⓑ 6L6은 중후하고 남성적이면서 교향곡이나 규모가 큰 협주곡 듣기에 안성맞춤이면서도

여기에 아웃트랜스의 용량이 좀 크고 탁월할 경우에는

스피커를 가리지 않고 멋진 소리를 재현하여 주어

아주 흡족한 소리를 내어주는 명기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특히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트, 피아노협주곡 제5번 1악장, 그리고 브람스나 베토벤의 교향곡,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협주곡, 드볼작의 첼로협주곡 등은

웨스턴 아웃트랜스를 장착한 6L6PP 앰프와 위 사진 스피커와의 매칭에서

영혼을 뒤흔들 정도의 감동을 안겨주어 가장 안성맞춤의 매칭이라 평가됩니다.

특히 그 댐핑이 엄청나고, 소리결의 감도 또한 빼어나서 15인치 스피커를 방불케 합니다.

 

이 앰프와 각종 스피커의 궁합이 너무 잘 맞아서 그런지

두시 정도까지의 볼륨도 충분하게 받아내며, 열 평의 공간이 떠나가도록

깊고 그윽하며 우렁차고도 엄청난 물량의 소리를 내질러 주는 특징도 보입니다.

 

게다가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에 양쪽에 배치된 스피커의 존재감이 사라지면서

양쪽 스피커의 중간 위치에 소리만의 커다란 무대가 형성되고,

가수의 노래는 또 그 무대의 정 중앙에서 튀어나오듯 음상(音像)이 재현되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합니다 ......

 

ⓒ 6BQ5의 경우에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리의 재현에 그만이라 종일 들어도 좋은 가장 범용적인 소리 ......

빈티지 텔레풍켄 8인치를 수납한 통 위에 갓 씌우듯,

젠센RP103트위터를 수납한 작은 통을 제작하여 부착하여 보았는데

마그나복스6BQ5싱글에서 밀어주는 고역과 중저역의 조화가

한층 더 풍부하고 깊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 245류(45, 345 등)는 현악의 연주에는 무엇보다 역시 발군이라,

일의 진척이 안될 때, 쇼파에 몸을 깊히 묻고, 마음 먹고 음악 들으며 좀 쉬고 싶을 때에는

언제나 미진하거나 불편한 마음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마력(魔力)적인 요소가 있더라구요....

 

현재 소장하고 있는 245는 아웃트랜스와 전원트랜스를 큼지막하게 부착하고

여기에 RCA 출력관과 정류관을 장착하여 놓았는데

이 앰프의 소리가 무척 매력적으로 가슴에 다가와서, 애착이 많이 가는 앰프입니다.

 

그런데 각종 앰프와 스피커와의 매칭 착오에 대한 스스로의 증오

또는 그 매칭이 잘 되었을 때의 애착이나 환희마저 바닥에 완전히 내려놓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호흡으로 ..... 차분히 들숨과 날숨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들여다보며 ...

(전에는 매칭이 잘 안되면 애꿎은 담배만 줄창나게 한숨 쉬듯 피워댔는데 ....

이제 그 지경은 넘어선 것 같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앰프와 스피커의 상호 기능을 관조(觀照)하면서 매칭하노라면

그 매칭에서 오는 소리의 특징들을 각각 여실(如實)하게 하나하나 살펴봄으로써

좋아하는 음악 연주의 묘미의 특징들이 눈에 보이듯 느끼게 하여 줍니다.

 

위와 같은 파워앰프들이 프리앰프와 각각 조화를 이루어

소스의 음원을 앰프가 스피커로 밀어줄 때

빈티지스피커의 즐거움이 배가되는 모양입니다.

 

(자판을 그냥 두둘기며 쓰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 소스류의 매칭 평가는 생략합니다 .... -.-;;;;)

 

 

5) 빈티지스피커의 종결자 .....

 

그리하여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완성된 오디오시스템에서

멋진 음악이 흘러나와 일상에 지친 마음을 씻어주고 어루만져 줄 때,

그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과 울림 및 여음(餘音) 그리고

음악의 순수함과 장엄함 및 진정성 등을 흠뻑 적실 정도로 충분히 맛보는 즐거움이야말로

진정 빈티지스피커의 제작과 청음(聽音)의 즐거움인가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