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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벌판 같은 평판의 세계

by 이영호 posted Mar 2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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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의 세계: 오묘한 조화!!!

요즘 갑작스럽게 저의 귀가 호사를
하고 있습니다...
접하게 되는 많은 소중한 기회들을
한량없이 즐길 뿐만 아니라,,,
그런 경험들을 통해
소리에 대한 깨달음과 자각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런 소릴 이미 이룬 분들에 대한
경외심과 감사입니다...

지난 번 압구정 피터폴에서의 좋은 경험 이후,,,

바로 엊그제 그에 조금도 부족함없는 참으로
멋진 경험을 하게 되어 글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제목과 같이 평판에 대한 경험입니다...

사실 평판은 저도 현재 서재에서 사용하고 있기도
하지만,,,이번 경험은 정말로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소리 세계가 들려 주는 오묘한 조화가 있었기에
그 느낌을
직접적인 소리가 아닌,,,
글이라는 적절하지 않은 수단을 통해서나마
동호인 여러분들과 공감하고자 하는 소망입니다...

잠간 제가 사용하는 평판 스펙은:
클랑 405입니다...
6엘6 싱글이 힘을 내고,,,T350을 가끔 붙여 듣고 있습니다...

본론으로...

집에서 인근에 있는 성균관 대학교 주변 작은
사이 사이 골목들은
여느 다른 대학들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의 땀내음과 그들의 삶의 흔적들이
베어나는 터전입니다...

성균관 대학교 정문 근처 주변 골목을 헤집고
안으로 들어 가다 보면,,,
The Door1과 The Doors 2라는 그리 크지 않은
음악 공간들을 발견하게 됩니다...젊은이들의 카페 공간입니다...

외견상 다소 허름해서 마치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에
로돌포를 위시한 다른 두 명의 예술 지망생들이 기거하는
공간과 비슷해 보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장소에
범상치 않은 어마어마한 평판이 그 위용을
뽐내며 한 쪽 면을 모두 점령하고 있습니다...

그 반대편과 주변은 엘피들과 음악 장비들로 가득합니다...
까페지기의 음악 편력이 그대로 묻어 나는 주변 환경입니다..

평판 배플 재질은 모두 자작나무고,
한 쪽 채널당 위, 아래로 두 개의 평판이 자리합니다.
그러니까 모두 4쪽의 평판이 2개씩 조를 나누어
스테레오를 이루고 있고,
아래 평판의 두께는 25미리, 위는 20미리...
그리고, 위쪽 평판은 위로 올라가면서 살짝
앞쪽으로 경사를 이루고 있고,
위, 아래 두 평판은 약간의 공간을 두고
양쪽 측면을 지탱하는 단단한 부목에 의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평판 뒤쪽은 오랜 연구를 통해 체득된 듯한
부목들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평판을 들어 보지만, 부목을 어떻게 대 주는가가
정말로 소리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소리를 내는 유닛은 모두 독일 계통 유닛들인데,,,
아래 평판에는 15인치 풀레인지,,,
위 평판에도 15인치 풀레인지가 장착되어 있는데,,,
내부에 트위터가 달려 있었습니다...
별소리 내 줄 것 같지 않습니다...그 유명한 트위터
하나도 없이,,,달랑...그렇게!!!

각 평판의 전체적 크기는
가로가 족히 2미터가 넘어 보였고,
세로가 1미터 조금 더 되어 보였습니다...
이런 크기를 가진 평판 두 덩어리가 짝이 되어
한 채널을 담당하고 있으니,,,카페 한 쪽 벽면을 모두
내 줄 수 밖에 없더군요...

그러나,,,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물 즉 소리 아니겠습니까???

지난 번, 웨스턴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흡입해서
눈물을 자아낼 정도였었는데,,,

이 평판소리는,,,

공포감이란 서스펜스와
끝없는 자연스러움이라는
서로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요소가
모든 인간의 감정을 정지 시켜 버리는 듯한
소리다...
엄청난 힘으로 다가오지만,,,자연스러움이
끝이없다!!!
신묘한 조화이자 오묘한 조화다!!!

소리를 제대로 들어 볼 요량으로
그 까페를 찾은 것은 밤 11시가 가까이 되어서였다...
월요일 밤이고 그 시간이면
손님도 많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예상은 적중했고,,,
듣고 싶은 곡들을 종이에 신청했다...

까페에 들어 섰을 때,,,
올드 팝과 국내 가수들의 노래들이 흐르고
있었는데,,,라이브카페인가 하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노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평판만이 들어서는 이를 압도하면서 마주 서 있다...

주로 클래식과 째즈, 국악 그리고 옛 가요들을 주로 들어 왔기에,,,
올드 팝이 나오면 그리 감흥이 오질 않았는데,,,
여기에선 너무나 다르다,,,
기타와 보이스를 비롯한 모든 악기들이 공간으로
울려 퍼지면서,,,피부를 자극하는 그 맛에
올드 팝이 정말 들을 만 해졌다...

이런 저런 음악들을 청음하다,,,
새벽 1시가 넘어서면서,,,손님들이 다 가고
본격적으로 듣고 싶은 곡,,,
아니 이 평판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곡을 요구했다...

우선,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의 4악장과 이어지는 5악장!!!
참고로 평판 배플과 나의 청음 위치 거리는 2미터가 채 되지
않고,,,음량은 가끔 집에서 기분 좋을 때, 이웃 생각하지
않고 즐겨 보자 했을 때 올리는 정도의 볼륨을 요구했다...

그 지척의 거리에 그 음량이 쏟아지는데,,,
무 자극이다...거기다 더 무시무시한 것은
팀파니와 큰 북의
난타가 이어지는 부분이 너무나 또렷하게 다가오고
그 울림이 온 몸을 진동 한다...

중, 저음이 엄청난 양으로 엄습해 하는데,,,
섞임이 전혀 없다,,,놀랍기만 하다!!!

공기를 타는 악기의 입자감이
사실적이고, 자연스럽다.

그 소리가 얼마나 자연스럽고 무 자극인지,,,
그 연타 가운데 집사람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아무 무리없이
통화 할 수 있었다는 사실...휴우!!!

현과 관악기들의 그 생생한 입자감이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관현악단의 무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5악장의 종소리
종소리 이전에 울려 퍼지는 현과 관악기들 그리고
타악기들의 너무나도 세밀한 합창 이후에
쥐 죽은 듯한 고요 속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
숨막히는 처형 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된다...

바그너의 뤼벨륭겐의 반지의 한 토막!!!
그 옛날 오페라 극장에 그대로 장소 이동을 한 느낌이다...
청음 거리가 2미터가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찌 그런 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인지...
그저 놀랍기만 하고,,,

중, 저음의 그 무시무시한 전율감은
경험 부족으로 아직까지 맛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지난 번 웨스턴의 장엄한 울림도 좋았지만,
이 평판의 울림은 듣는 이로 하여금
긴장하게 하는 역동감이 있다...그 점이 달랐다...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저음 현에 긴장감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정말 좋은 것은 그 긴장감이 극한의 자연스러움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이것이 바로 “오묘한 조화”다!!!

피아노 소리...말할 필요가 없다...한 올 한 올 텃치가 너무 좋다...

마리아 칼라스...웨스턴의 칼라스는 빅 마우스 성향을 보였다...
하지만, 평판에서의 칼라스는 본래적 구강에서 쏟아져 나온다.
질감에서의 차이는 거의 없다...
질리가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벨칸토의 그 호흡이 그대로
전달되면서,,,호흡에 실린 목소리의 힘과 빛깔이 그대로 느껴진다...
성악에서 정말 놀라운 점은...
빅 마우스 현상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가요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를 한영애가 부르고,,,
이미자가 “동백아가씨”를 열창하는데,,,
구강이 비 정상적으로 비대해지는 경우가 전혀 없다...

서재에 있는 나의 405가 날 원망하며 울고 있는 것 같다...

까페를 나선 것이 새벽 3시가 다 되어서 였다...

욕심같아선,,,더 듣고 싶었지만,,,
까페지기에 대한 미안함에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결론은 평판이다!!!

웨스턴???...참 좋다!!! 하지만,,,그 막대한 비용과
그 것들을 제대로 듣기 위한 공간 마련!!!...벅차다...

평판!!!...참 좋다!!! 지금이라도 당장 해 볼 수 있다...
항상 공간이 문제라 생각해 왔는데,,,그 지척의
거리에서 얼마든지 최고의 소릴 만끽할 수 있다!!!

경험 한
웨스턴과 비교시
자연스러움에서 독일 평판이 한 수 위다...
찐한 질퍽거리는 질감에서는 웨스턴 16a혼이 앞선다...
하지만, 자연스런 질감은 평판이 낫다.
악기 분리도 모두 좋다.
전체적으로 찐한 음색은 웨스턴이 조금 더 있고,
자연스런 음색은 평판이 우세하다.
각 악기의 입자감과 공활감 평판이 앞선다...
(공활감이란 어휘는 공기와 공간이 살아 있음을 의미하는
저의 신조어입니다. 음악 청취에 있어서 제가 가장 중요시
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동호인 여러분 들 중,,,혹시 그 까페를 이미 경험하신
분이 계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따라서, 위의 모든
청음 결과는 본인의 일방적인 느낌이라고
부언하고자 합니다...또 다르게 느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가서 들려 주는 곡들만 듣고 오지
마시고,,,그 평판의 소리를 시험하겠다는 자세로
선곡해서 들어 보시길 권해 봅니다...

백문이 불여일청이란 신념하에
참으로 많은 분들과 장소를 찾아 다녔다...

일산, 파주, 양평, 서울 장안 여러 장소들
미국의 웨스턴, 알텍
독일의 클랑필름(클라톤, 주니어 클라톤)
영국의 탄노이
요즘은 솔직히 용산에서 심심치 않게
하이엔드도 자주 들어 왔다...가장 최근에 들은 조합이
쏘누스 파베르의 최고 스피커와 골드문트 조합...
가격이 15억에 육박하는 조합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나름대로 많은 정리를 하게 되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근거한 개인적인 판단이다.
질감과 광활한 무대형성, 해상력, 지극한 자연스러움
거기에 과함이 없는 경제적 측면에 대한 고려
이 모든 요소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목적지를
이제야 만난 것 같다...

아직도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 올 수 있는
새로운 어떤 경험이 남아 있을 수 있기에,,,최종이란
단어를 쓴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감흥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은 지워지지 않는다...

무한 배플 평판의 오묘한 조화가 보여주는 매력!!!
독일 평판의 세계에 빠지고 싶다...끝없이...

집 거실에 있는
오토그라프와 실버 조합
그리고 알텍 A7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새로이 다지는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조만간 세컨드적인 평판이 아닌
확실한 구성의 평판으로 가야만 요즘 소위 말하는
종결자를 구현하는 유일한 길인 것 같다...
조금 더 맘에 드는 유닛들의 조합으로...

다만, 한 가지,,,
그런 소릴 만들어 놓은 분이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
딜레마다!!! 까페지기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말하질
않는다!!!...

감흥을 나누고자 하는 소망에서 비롯된 글입니다...
이미 좋은 소릴 구현하신 분들께는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경험이 부족한 저와 같은 소생들에겐 참으로
좋은 경험들이기에 이렇게 무용을 범하니,,,
너그러이 봐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