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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에 난 '한국진공관앰프동우회' 기사를 보고

by 항아리 posted Oct 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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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발간하는 주간시사지인데,
'참여정부'란 타이틀을 내건 권력의 초기까지 쭈욱 정기구독 대상이다가,
그 어미격인 신문이 노골적인 '당파성'을 드러내는 바람에,
신문과 더불어 인연을 끊어버린 잡지이다.

당시만 해도 정치가 국민다수의 삶을 질좋게 하리란 희망을 버리지 않은
멋모르는 면을 조금은 갖고 있었던 탓에,
초장부터 그 희망을 대놓고 거스르고 배역하고 나오는 정치권력을
오랜동안 가까이해온 신문이 편향된 논리로 옹호하는 것에 애들말로 몹시
'빡쳤던' 것이었다.

(야 이 XX들아, 니들은 그래선 안되잖아. 니들이 어떻게 태어났어? 벌써 잊었어?)

지금이야 으레 그려러니 하고 말 일이지만,
그렇다고 새삼 다시 그 신문과 잡지를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러다가 이번 832호에 (벌써 그렇게나 되었나...)

36.5도C, 소리를 찾아서
차가운 디지털 대신 따뜻한 아날로그 음향을 찾아서 진공관앰프를 손으로
만드는 사람들

이란 타이틀을 건 기사를 지극히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한 페이지도 아닌 두 페이지 한 장에 걸쳐서 떠억 펼쳐진 커다란 사진부터
눈길을 끈 것은,
가장 먼저 그 사진 속의 인물과 사진의 앰프와 스피커가 너무나도 낯이 익은 까닭이었다.
(앰프는 이 소리전자 자작게시판에 '자작앰프의 한계돌파'란 제목을 달고
올렸던 적이 있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사진 속의 인물은 당연히 그 앰프를 만든 분.)

(아...이런 기사가 이런 방향이면....)
한때 이 잡지를 얼마나 사랑했던가, 하는 감흥이 무슨 추억처럼 짜했다.

그러고보면 문화쪽 취재팀은 여전히 이쪽 신문사 기자들이 상대적으로 가장
열려있으며 깨끗하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쪽도 별 같잖고 웃긴 자들이 얼마나 득시글한지....조중동 쪽은 거의 마귀 수준...)

다만, 뒷장으로 넘어가면 역시 낯익은 한국진공관앰프동우회 회원분들 몇 분의
(필경 기자의 요구대로 연출한 게 분명한) 사진들 몇 장이 나오고,
분위기 괜찮다 싶은데, 취재한 기자가 막상 진공관앰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지 어쩐지
기사글은 짤막한 요약본과 같은 게 못내 아쉬웠다.
나름대로 취재하면서 들은 풍월들을 잘 압축했다 싶은데, 정작 취재기자 본인의 감상이나
감흥이 전무했다.

(이 녀석, 스스로 소리를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구나.)

그럼에도 정치와 사회, 경제 위주의 시사잡지에 36.5도, 따뜻함, 아날로그 운운하는
기사를 작성하고, 또 그런 방향의 기사가 실린 것은,
야, 너 꼴보기 싫다. 어서 집으로 가고 다시 오지마라, 했던 옛 여자친구를 오랜만에
다시 만나 옛정을 되새기는 듯한 감흥을 주었다.  
  
어느덧 잃어버렸던, 잊고 있었던 것들과 부지불식간에 다시 만나게 되면,
그 감흥에 그만 아득해지고 마는 나이가 된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졌던 물건들에게서 정감을 느끼고
거기서 캐내는 소리로 위안과 위로를 받고 기쁨과 희열을 느끼는 건 또 무슨 일일까.

요즘은 신문에서 보고듣지 않고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구문에게서 보고듣고 배운다.
진공관 앰프와 그 부품들 또한 그와 다르지 않다.

생을 뛰어넘어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인지-그렇다면 좋으련만...
마누라 말대로 시대에 뒤떨어져 끊임없이 뒷걸음질만 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항상 나는 틀렸고 마누라 말이 맞았으니까 후자가 맞으리.)

그래도 옛것이 좋고 옛것에 끌리며 옛것에서 찾고싶은 것을 찾고 얻고 싶은 것을 얻는다.
의식적으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처럼 그렇게 되는 것을 어쩌겠는가 싶다.



                               기사에서 동우회 회장님 사진은 기사의 마지막 페이지에
                               조그맣게 나와 있고, 총무는 회원들과 연출한 사진에
                               부분만 나오는데,
                               기사의 전면에 한 페이지도 아니고 두페이지 전장에 걸쳐
                               주인공처럼 떠억 독사진을 차지한 분은 단지 '회원'에
                               불과한 김계중님,
                               (이 또한 얼마나 비계급적이며 수평적이고 이상적인가.)
                               얼마전에 비로소 용산 원효상가에 나아가 과감하게 생활의 일선에
                               뛰어드셨는데,
                               옛것을 올바로 다루는 능력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바,
                               그나마 주간잡지 같은 주간잡지에 아끼는 기기들과 함께
                               여느 유명인들 보다 더욱 대문짝만하게 사진이 실린 것을 축하드리면서.
                              
   (컴퓨터 파일로 된 사진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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