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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세번 째로 좋았던 음향 공간

by 윤영진 posted Dec 2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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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평생 "대형 음악공연장(콘서트헤보니 라스칼라니 하는 곳)"을  빼고
음악 공연의 음향을 가장 좋게 느낀 곳이....

1위는 폴란드의 폐광된 소금광산의 중앙홀,
2위는 독일 시골의 어느 오래된 교회...

그리고 3위가 천진의 '광동회관'이었습니다.

천진은 북경의 문물이 드나드는 요지에 있었고
전국에서 손꼽는 부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
예로부터 '유흥문화'가 발달한 곳입니다.
당연히 연희가 열리는 극장도 발달했지요.

지은 지 약 100년 정도되는 광동회관은 이런 천진은 물론
중국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고의 극장으로 꼽힙니다.

이 곳의 음향은 정말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얼핏봐서는 중국 전통 가옥형태인 사합원을 기초로 한 공간이라
정재파 등에서 불리한 구조인데....
직접 음향을 들어보면 대단합니다.

약 4층 정도의 높이를 가진 직방형 공간인데,
가장 주목할 곳이 천정입니다.
돔형 천정이 나선형으로 맴돌이 구조로 되어 있어서 단지
回音만 시켜주는 것이 아니고 음을 전 공간에 고르게 방사시켜줍니다.

또한 극장답게 내부 공간에 기둥이 없는데,
무거운 지붕을 받치기 위해 두공(枓栱/서까래와 기둥을 여러 목재로 겹쳐서
구성하는 다포 형태)을 아주 정교하고 복잡하게 만들었는데,
이것들이 다 각기 위치에 따라 구조와 모양을 다르게 하고 있습니다.

바닥과 벽면 등 공간을 이루고 있는 면체도 거의 황금비율을 따르고 있고.....

이 곳에서는 어느 위치에서 앉아 듣거나 무대 위에서의 발성음이
거의 고르게 들리고, 무대와의 거리감이 아주 가깝게 느껴지면서
원근감도 삽니다.

제가 평생 목표로 하는 저의 음향공간 디자인의 원형 모델이
바로 이 곳 광동회관입니다.

물론 규모나,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 목조 구조나 정교한 조각 등은
엄두에도 못내지만,

이 공간이 내재하고 있는 음향적 요소와 구조적 장점 등은
계속 연구하고 공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