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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왜 자작을 접고 기기를 사모으는가?

by 윤영진 posted Dec 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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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지만,
한 동안 열낼 때에 비하면 접은 수준입니다.

일단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큽니다.

자작을 하다보니,
기획된 기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나 부품 딱 그만큼만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 하더군요.

여벌 부품과, 비교 선택할 부품이 몇 배나 더 소요가 됩니다.

물론 자작 경험이 오랜 분들이면 계획과 실행 사이의 편차가 적겠지만,
저처럼 초보자는 그게 잘 안됩니다.

예를 들어 출력트랜스포머만 해도 꼭 복수로 구해서
비교 후 선택하게 됩니다.

계속 자작을 하다 보면, "부품 욕심"이 끝간데 없이 갑니다.

당장 필요 없는 부품인데도,
언젠가 요긴하게 쓸거라고 계속 사모으게 됩니다.

당연히 활용도는 거의 없습니다.

이슬비에 옷 젖는다고 이렇게 들어가는 돈이 쌓이면 큰 돈이 되더군요.

문제는 더 이상 쌓아놓을 곳이 없을 정도로
모이는 부품들을 조금씩 파는 것도 귀찮고,
필요한 분들 조금씩 나눠주고....
그러다 보면 왜 모아놨는지 스스로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습니다.

이번에 대청소하면서 내쉰 한숨이 1백번은 될 겁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비교적 헐값에 남에게 넘긴 빈티지 기기들이
일정 시간이 흘러서 유통되는 것을 옆에서 보면 몇 배 씩 가격이 올라있습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자작 한다고 돈 쓰느니 그냥 전에 소장했던 기기들
보관하고 있던 것이 몇 배는 이득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자작은 줄이고,
오래된 기기들 구해서 오버홀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결국 자작한다고 모아놓은 부품들이
오버홀 하는데 다 쓰이니 불용자재 활용도 되고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되고....

그리고 자작도 어느 정도 하다보니
내 짧은 실력으로 할 수 있는 건 얼추 다 해본 느낌입니다.

트랜스결합 프리앰프 4-5대 만들고,
파워앰프 7대 쯤 만들고,
고생해서 LCR이큐 만들고....

자작품은 직접 사용하면 이득인데
팔면 손해더군요...ㅠㅠ;

근래에 독일과 영국의 빈티지 스피커 유닛을 알게모르게
좀 구해 놓았습니다.

오버홀을 마친 ADC 300B PP도 제 구입가와
유통가를 비교해 보니 3-4배 이상 유통가가 더 높은 수준이더군요.

자작할 때 1년에 2천만원쯤 적자였다면
빈티지 기기 구해서 오버홀해 팔면 정 반대로 이득이 됩니다.

이런 생각이 지나치게 너무 경제적 관점에만 몰입된 것이라는
부끄러움도 들지만, 빚에 쪼들리다보면
소시민적 양심도 좀 무뎌지더군요....^^


최근 BTH 풀시스템 구입한 직후,
이에 더해서 바이타복스 극장용 스피커(가정용 CN....아니고...)와
데카 PX25 PP앰프를 더 들여오려고 교섭중입니다.

이상하게 전 영국산 기기들에 기호가 쏠려서....^^

이런 얘기는 역시 빈티지동호회 란이니까 쓰게 되고,
자작게시판에는 쓸 수 없지요...^^

쓰고 나니 참 부끄러운 "돈에 구속된 약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 쑥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