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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B 비청회를 마치고

by 윤영진 posted Oct 2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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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너무 좋은 분들과 행복한 시간을 갖다 보니
과음을 해서, 오전 내내 숙취와 전투를 했습니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속은 울렁거리고.....ㅠㅠ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26분 정도 참석하셨습니다.

역시, 300B라는 관이 좀 연세가 있으신 분들에게 인기가 많은지
참석하신 분들의 평균 연령이 55세쯤 되지 않았나 유추됩니다.

먼저 모임 공지에서도 밝혔지만,
300B 비청회는 사실 '핑계'였고,
오히려 복각 15A혼, 신도 페트루스 프리와 지스쿠르 프리의 비청,
WE 618B 실버와 독일 특주 은선제작 승압트랜스,
소노다인의 한지로 만든 풀레인지....

등등, 다양한 기기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습니다.

2시부터 5시 반까지 3시간 30분이나 되는 오랜 시간이었는데,
대부분 끝까지 경청해 주시고
뒷풀이까지 모두 20분 정도나 남아주셔서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과음하고 주사를 부렸나 제일 걱정이 됩니다.
혹시 실례를 저질렀다면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참으로 걱정된 것이 그래도 주제를 "300B 비청회"로 했는데,
자세히 평가를 올리기도 그렇고
그냥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애매하게 지나가기도 그렇고....

그래서 그냥 제 개인적인 인상만으로
두루뭉실 평을 하겠습니다.
제 의견은 절대로 어제 참가하신 분들의 의견을 취합한 것이 아닙니다.
이 점 꼭 확실히 합니다.

300B 각인관, 신관, 중국관 3종(슈광, 풀뮤직, 계광)
등을 들어봤는데....
(동구권 관은 잡음 때문에 제외...)


본래 기획과는 달리 "블라인드 테스트"는 안 했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 적합한 시청 조건을 만들기가 상당히 어렵고,
혹시나 블라인드 테스트가 기존의 관에 대한
평가와 다를 경우 빚어질 난감한 상황도 우려가 되었습니다.

우선 간단히 몇 가지 추려서 제 개인적 평가를 설명드리자면


- 300B 각인관은 역시 차별적인 고급 소리를 낸다.(다른 분들도 모두 인정)
돈이 원수라 개당 300만원 정도 하는 가격 때문에 그냥 그림의 떡이지만,
나도 로또 맞으면 이걸 4개 구해서 앰프에 꼽고 싶다.
음의 콘트라스트를 잘 드러내주고,
각각의 소스마다 갖고 있는 미적인 요소를 잘 재현한다.

(블라인드 테스트가 아니라 내가 선입견으로 좋게 듣는 것은 아닌지
계속 스스로를 의심하고 들었다. 스스로를 믿을 수 없어서
나중에 혼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볼 생각이다.)


- 풀뮤직 벌룬형 관은 300B의 계보와는 상당히 다른 캐릭터의 관이다.
음은 상당히 좋은데, 다른 관들과 음색의 차이가 크다.
여타 300B들이 211 비슷하다고 비유하자면, 풀뮤직 관은 845 와 유사한 음색이다.
다른 관들이 EL34라면, 풀뮤직 관은 6L6 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300B의 좀 화려한 소리와 기호가 안 맞고, 좀 젊잖은 음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잘 맞는 소리이다.
만약 WE 300B라는 오리지널 관에서 유래한 고유의
음색 캐릭터만 배제하고,
순수하게 이 관만의 음을 독립적으로 논한다면
상당히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 300B 신관과 슈광은 음의 캐릭터에서 혈연성이 느껴졌다.
즉, 음의 캐릭터가 비슷한데 품격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는....

만약 블라인드 테스트였다면
둘의 차이를 구별하기 거의 어려웠을 것이라는
순전히 주관적인 판단이다.

슈광이 좀 더 여성스러운 질감을 보인다.
어찌 생각한다면 2A3의 음색이 약간 가미된 듯 하다.
혹시 이런 쪽의 음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WE 신관보다 싼 값에 슈광을 쓰는 것을 권하고 싶다.

따라서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측면에서
슈광의 300B는 WE 신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보인다.
만약 PP앰프라면 슈광을, 싱글이라면 WE 신관을 권하고 싶다.


- 계광의 300B는 풀뮤직 관처럼 WE 300B의
고유한 캐릭터에서 좀 벗어난 소리였다.
신관 상태에서 사용 기간이 며칠 정도에 불과해서
에이징이 안되어서 그런지,
원래 관의 캐릭터가 그런지,
좀 음색이 강하고 고역이 뻗친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좀 젋은 소리다.
풀뮤직 관과는 서로 대척점에서 상반된 캐릭터를 보인다.

타이트하고 고역이 뻗는 소리를 좋아한다면
잘 맞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7만원은 좀 넘는 한 10만원짜리 소리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한다.


.......

사실, 음악의 장르나 소스의 특성에 따른 미분화한
관의 특성이나 개성 등을 보다 세밀하게
평가하고 이를 공표하는 것이 옳겠지만,

제게 그런 정도의 보편적이고 뛰어난 청음감각도 없고......

참가하신 보든 분들의 평가를 다 취합하고
분석, 정리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래서 그냥 대충 제 개인적인 인상평만을
간략히 올렸습니다.

참가하신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됩니다.

어쨌든, 본래의 목적보다
동호인들의 친목을 다지는 데에는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좋은 자리였습니다.

특히 좋은 자리를 "공짜"로 마련해 주시고,
일일이 기기 세팅, 플레이....등을 해주신
피터 폴, 앤 페어리의 한계남사장님의 공헌이 없었다면
이런 자리는 불가능했습니다.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게 미리 금지했지만,
말을 안 듣고 술을 가져오신
황경수님, 한상희님, 이영호님....

2차를 화끈하게 쏘신 황경수님,

멀리 정읍에서까지 오신 심상용님  ....등등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