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팬티만 걸치고 트롯 다섯곡!

by 신영설 posted Oct 2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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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한페이지>

나 어린 시절
하루 종일 강가에서 홀딱벗고
까만콩 처럼 살았드랬다.

내 친구 을식이랑
물풀 뜯어 먹으며 놀던 어느날
옆동네 동갑내기 계집애 세명이(춘심이.명옥이.둘래) 지나가길래

"어이~ 이리 와봐 "하고 불렀다, 가짢은 가오리들 하며 그냥 간다.

"왜그러는데? 못난이 계집애들아!"
"어쭈, 이짜식 쪼그만게 주둥아리가 수채구녕이네..."

"그건 그렇고 너노래 한 곡 불러봐라."
"뭐야? 이년들아 미친거 아니냐? "

말도 끝나기 전 날아온 쪽발 하나
대단한 위력에 뒤로 발라당 자빠졌다
걔들이 태권도 배운다는걸 그만 깜빡!

눈물도 나오고 코피도 나오고 해서
집에 가고 싶었는데 무서워서 못갔다

결국 그녀들은 박수치고 나는 뻘줌하게 서서
팬티만 대충 걸치고 트롯 다섯곡 불렀다

고향역(나훈아) 님과 함께(남진) 고향이좋아(김상진)
돌아가는 삼각지(배호) 여자의일생(이미자)

지금도 그 노래들은 차마 잊지 못한다
노래방가서 아무리 레파토리 떨어져도 그 노래들은 안 부른다

고향에 갈 땐 대충 피해서 가는데
며칠전 고향잔치에 가다 근처로 시집간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둘레" 년에게 잡혀 막걸리 한잔 마셨다

그날도 뒤통수 탁탁~ 때리며 나더러 많이 컸다고 했다
썩을년, 한달전에 손자 본 대가리 허연 놈에게 그게 할 말인가?

그래도 아무말 못했다
요즘 다시 붙어도 솔직히 이길 자신은 없다

불파마에 몸뺑이 바지, 굵은 팔뚝, 교잣상 만한 얼굴,
엎어놓고 광팔기 고스톱 쳐도 될 넓은 등판~~
지 서방은 어찌 같이 사는지 ㅎ

마누라도 이 추억은 비밀로 하기 땜에 모른다
죽어서 무덤까지 갖고 갈 비밀이다
가을이 여물어 오니 또 그시절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