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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A3 예찬

by 윤영진 posted May 1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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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A3이라는 관을 놓고, "초보부터 고수까지 모두 만족시키는 유일한 관"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상당수의 동호인들이 진공관 앰프 초보 시절에 2A3을 접했다가, 보다 비싸고 저명한 관들을
순례하다가 다시 느즈막해서 2A3으로 회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점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 일단 가격이 착하다.
  - 직렬 3극관 중에서 아마도 가장 많은 수량이 생산되었다고 추산이 됩니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서 전쟁에 필요한 부품으로 2A3 의 수요가 많았다 보니 대량 생산이 되었고, 재고가 많이 남아서 아직까지 "품질 대비 저가격"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300B나 유럽 직렬 출력관들이 재고 부족으로 가격이 올라, 품질이 낮은 중국산이나 동구산으로 대체되는 것에 비해서는 애호가들에게 너무 고마운 일입니다.

* 재고 수량과 값에 비해 품질이 좋다.
  - 원래 미국이란 나라가 전쟁물품의 QC에 있어서는 까다로운 나라이기 때문에, 군용 대량생산이라는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품질이 유지되었습니다.

* 관 설계 스펙이 오디오용으로 최적이다.
  - 본래 설계 및 생산 기획이 "오디오용"으로 되다 보니, 내부저항이나 드라이브의 용이성, 음질의 밸런스, 출력트랜스 제작의 편리성 등이 상당히 훌륭합니다.
  - 따라서 낮은 히터전압에 따른 교류 점화의 이점, 적절한 B전압, 드라이브 회로의 편이성 등 앰프 제작을 위한 모든 요소들이 까다롭지 않고, 이러한 장점은 최종 음질에도 기여합니다.

반면, 이런 장점 때문에 "무시당하거나", "제작비의 저투자", "대충 만들기", "스피커 등 매칭 기기 홀대" 등의 경향도 있습니다.
싸게 적당히 만들어서 싸고 적당한 프리에 역시 허름한 스피커에 물려 들을 수 있는 관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방렬 다극관 중에서 이와 비슷한 취급을 받는 것이 6V6, EL84 등이듯....

그런데, 2A3보다-물론 모노플레이트관은 제외- 훨씬 비싼 저명한 관을 사용해서
공들인 회로구성에, 고가의 부품을 써서 만든 앰프들 여러 대와 비교해서 들어봐도
어디 한 곳 빠지지 않습니다.
물론 2A3 앰프 역시 나름대로 공을 들였습니다만...

특히 직렬관 히터를 교류점화할 수 있다는 점과 출력 트랜스 1차 인덕턴스를 낮게 잡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바이어스가 좀 깊게 걸리는 것은 단점이지만....)

교류와 직류 점화 사이의 음질 논쟁에 대해서 냉랭하게 비판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최종 음질에서 교류가 일단 훨씬 좋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것은 "과학적 논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공급되는 직류가 '배터리 전원'에 가까운 임피던스가 낮은 이상적인 직류라면
당연히 직류 점화가 좋습니다.

문제는 히터점화에 필요한 정도의 "높은 전류"를 원활하게 정류하기 위한 방법론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직류로 정류하는 과정에서 "음질에 불리한 변화 요인"이 혼재되어 버립니다.

즉, 직류점화가 이론적이나 과학적으로는 좋지만, 이상적으로 하기도 어렵고 한다고 해도
워낙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입니다.

요즘 유럽 고전관을 사용한 앰프를 여러 대 만들어 놓고,
지금 말하는 2A3 앰프와 비교시청을 하다가 "울컥-"하고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그냥 이거 하나 잘 만들고 튜닝해서 들으면 될 것을, 괜히 억수로 돈 들여서
이 관, 저관 손댄 것이 마치 "헛짓"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2A3도 재고가 없어서 귀할 경우라면 가격이 지금의 3-4배는 올랐을 겁니다.

물론 싱글만으로는 경우에 따라 '출력 부족'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2A3 PP앰프 하나 더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

" 뭔 말이야? 앰프 자꾸 만들어 수만 늘이는 것에 대한 자아비판인줄 알았는데,
결론은 또 하나 더 만든다는 얘기잖아? 고연 눔!"
........

라고 나무라실 분이 많으실 겁니다.

에고! 병이 깊은 사람이 살짝 변명으로 앞을 흐리는 짓을 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