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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성 특정 진공관 펌프질^^

by 윤영진 posted May 1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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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김선호님의 사이트에서 유럽 직렬관에 대한 평가나 기호, 각각의 특색들을 아주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맛깔나는 글솜씨와 훌륭한 전문지식이 어울려서 읽고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 때는 직접 들어본 관들보다 안 들어본 관들이 훨씬 많았으니, 주로 기대는 것이 상상력이었지만....

그런데 더욱 감동받는 것이, 점점 직접 여러 관들을 경험하면서 이제는 대부분 그런 관들을 들어보고 나니 그 글들에서 표현된 내용들이
"어쩌면 그렇게 정확하게 표현되었나!"라고 감탄하게 됩니다.

ED, AD1, DA, RE604, PX4, PX25, DA30, E406N, AC044, LK4112 등등.....

그 중에서 저를 가장 감탄시킨 관은 김선호님이 "진흙 속에 묻힌 지존"이라고 평가했던
VALVO LK4112입니다.

LK4112는 "ED와 AD1의 중간 음색이지만, 거의 ED와 흡사한 음"이라고 표현했는데,
정확도 98% 수준의 평가인듯 합니다.

대부분 진공관을 오래 경험한 분들은 "어떤 관이건 소리를 들어보지 않은 관도 일단 관의 모양새만 보면 음이 상상되고 실제로 거의 그 상상은 맞는다."라고 합니다.

조금 뚱뚱한 관은 풍성한 소리, 날씬한 관은 늘씬하고 상큼한 소리 등등....

대부분의 출력관들은 음색과 더불어 고유의 음 밸런스를 갖고 있습니다.
고역으로 치우쳤다든가, 저역으로 치우쳤다든다, 중역대로 몰렸다든가 하는.

물론 다른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서, 회로 구성이나 B전압과 전류량의 상관관계에 의해서
대역 밸런스는 변화되고 또 능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유의 대역 밸런스를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다 보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300B처럼 고역에 치우친 관의 저역을 의도적으로 키우면 고역의 장점이 그만큼 줄게 됩니다.

그런데, 거의 유일하게(제가 경험이 일천해서 더 있을 수 있는데 그냥 아는 범위에서)
LK4112는 대역 밸런스가 잘 잡혀 있고, 전압이나 전류량의 변화 등에 따라서도 변화의 관용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다시 오랜만에 김선호님이 썼던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그 글에 답이 있었습니다.

LK4112는 재미있게도, 다른 관들은 전류량을 늘리면 소리가 경직되면서 고역으로 밸런스가 올라가는데 그렇지 않고, 역시 다른 관들은 전류량을 줄이고 전압을 높이면 저역이 풍성해지고 음이 풀리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묘한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관특성 때문인지, 현재 듣는 소리는 상당히 복합적인 장점을 고르게 나타내 줍니다.

일단 광대역이면서 고역부터 저역까지 밸런스가 훌륭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관의 하나인 2A3 싱글플레이트만 해도 고역의 장점을 충실히 살리다 보면 저역이 풍성한 균형감은 주지만 역시 약간 풀리는 맛이 흠인데, LK4112는 저역의 깊이와 탠션이 유지됩니다.

더욱 마음에 드는 점은 다른 제가 좋아하는 직렬3극관들이 대부분 "색기"를 지니고 있는데,
이 LK4112는 매우 중립적이고 정결합니다.

색기라는 표현은 보통 화장발이라고도 하는데, "실제보다 더 예쁜 소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자도 한듯 만듯 살짝 화장을 한 것이 가장 예쁘다고는 하지만,
화장을 않고도 예쁜 것을 따르지 못하겠지요.

화장을 않고도 화장을 한 것보다 예쁜 소리를 내주는 관으로 LK4112는 정말 훌륭한 관입니다.
게다가 다른 유사관들에 비해서 출력이나 역감도 충분합니다.

물론 방렬형 정류관에서는 이런 개성이 더욱 강조되어 단점이 될 수도 있으니,
취향에 따라 직렬형 정류관으로 약간의 스윙감을 더해주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한탄하는 것이, 향후 이 관을 좀 더 구하고자 하는데 이렇게 글로 펌프질을 해 놓으면 구하기도 힘들고 값만 오르게 하는 '자해행위'를 스스로 한다는 생각입니다.^^

모쪼록 이 글을 "신빙성 없는 펌프질"로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