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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도에 대한 첨언

by 윤영진 posted Aug 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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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역대의 청각 감퇴만 얘기하다 보니 항아리님과 같은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사족의 글을 붙입니다.

말씀하신대로 해상도란 고역 감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의 귀란 것이 점차 감각이 쇠퇴하면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고역 대역의 감쇄기는 하지만, 그보다도 전체적으로 고막과 청각신경의 둔화로 전대역에서 감퇴가 일어납니다.
젊어서는 동일 음량으로도 잘 들리던 말소리가 나이들면 크게 말해야 들리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다만, 중역대가 그나마 감퇴속도가 늦지요.
청각감퇴가 아주 심해지면 보청기까지 필요해지지요.

오디오 기기중에서 가장 물리 특성이 떨어지는 기기가 스피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사람의 귀가 물리특성이 더 떨어집니다.
100명이건, 1,000명이건 정밀측정기로 사람의 귀의 청각 능력을 검사한다면,
주파수 특성이 울퉁불퉁하고, 양측 페어도 엉망으로 틀어져 있고,
동일 음량에 대한 청각 감도도 사람마다 크게 편차가 남을 알게 될 겁니다.

그러다 보니 소위 '골든이어'라는 사람도 있고....
저같은 막귀도 있고....^^

별로 이론은 싫어하지만,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해상력이란 재생대역이 충분(재생대역이 크게 좁으면 해상력 얘기보다 그게 더 급하겠지요?)하다는 전제로 ,

펄스의 연속 과정에서 변화하는 음량의 미세한 차이를 얼마나 뚜렷이 드러내는가의 차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의 요인이 필요합니다.

- 하나는 '배경의 정숙성'이라고 보통 말하는 것으로 "무음시의 노이즈 레벨"이 얼마나 0에 가까운가의 정도이고,

- 다른 하나는 하나의 펄스가 얼마나 빨리 그리고 필요수준까지 "라이즈"되었다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폴링다운"되는가의 성능입니다.

- 나머지가 왜율이 최저 수준으로 낮아야 합니다. 디스토션과 홀수차 배음 등은 음의 명확도를 많이 훼손시킵니다.(물론 정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인간의 귀는 2% 정도의 디스토션도 알아채지 못한 실험결과도 있으니, 꼭 디스토션만의 문제는 아닌가 봅니다.)

이런 해상도 필요조건의 만족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낮은 임피던스의 전원(배터리가 이론적으로는 최상)이 필요하고,
펄스 증폭도가 정확해야 하며,
순간 전원 스피드와 순간 제동능력(댐핑)이 좋아야 합니다.
당연히 왜율도 낮아야 하겠지요.

그런데 진공관을 이용해서 일반적(일반적이라는 점에 주목 필요)으로 제작되는 증폭기들은 이런 요구에 최상의 조건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전원임피던스에서도 댐핑에서도 왜율에서도 TR앰프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뭅니다.
유일하게 상대적으로 좋게 나타나는 것은 짝수차 고조파 특성 정도?.....

WE제품의 중역대 해상력이란 것도 위 이론적 분석을 통해 접근해 본다면 그다지 맞지 않는 특성을 보입니다.
즉, 중역대의 해상력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적절하지 않고, "WE의 유명 기기들에서 들을 수 있는 중역대의 매력은 '청각에 쾌감을 주는 특유의 질감 특성'에 기인한다."고 하는 것이 더 부합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WE의 좋은 트랜스들은 좋은 철심과 권선 등의 제조비법으로 해상력에 크게 기여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공관 증폭기긱의 일반적인 불리함에서는 공통적인 약점을 가집니다.

다만, 잘 설계되고 제작된 직렬관 앰프들에서는 일반적으로 '해상력'이라고 이해될 수 있는 음질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그 이유는 역시 증폭소자인 직렬3극관이 갖고 있는 리니어한 증폭특성과 "전압의 스윙을 통해 음을 압축시키는 질감", 그리고 짝수차 배음의 상쾌한 청감 등이 작용하는 바가 큽니다.

전압 스윙의 특성은 특히 펄스의 긴장감 있고 탄력있는 "라이징"에 큰 도움을 줍니다.
물론 낮은 댐핑에 의해 빠르고 명확한 "폴링다운"에는 단점을 갖지만.....

여기에 진공관 기기가 얻는 효과 하나가, 낮은 출력에 의한 "고효율 스피커"와의 매칭입니다.
고효율 스피커란 것은 그만큼 작은 펄스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기에 해상도에도 좋은 결과를 줍니다.

제가 먼저 글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오디오 애호가들이 나이들면서 상당수가 풀레인지에 싱글앰프로 단촐하게 변해가는 변화의 흐름을 단지 음을 추구하는 능력이나 열정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만 얘기하는 것은 너무 자기 입장에서 남을 쉽게 재단해서 규정하는 태도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를,

"인체의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순적응"이라고 이해하는 것도 관용적인 삶의 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말씀 드린 것입니다.

수십년간 전세계의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들과 오디오매니아들이 연인원 수십만명이 광적으로 달려들고,
들인 돈만 해도 수 조원이 달하는 열정을 바치고도 아직 소위 말하는 "궁극의 오디오 소리"를 못 찾고,
날이면 날마다 샾에는 먼저 나온 기기의 단점을 헐뜯고 "개선"을 부르짖는, 더 좋은 소리내는, 더 비싼 기기가 계속 쏟아져 나오고,
70-80년 된 오디오 기기가 아직도 최고의 소리로 상찬되는 것을 보면.....

오디오를 통한 최고의 소리는 단지 개개인의 희망과 열망과 환상 속에만 있지,
지구상 인간세계에는 없는 허구인가 봅니다.

생애에서 가장 청각신경이 최고조에 있을 청소년기부터 20대 중반까지는 돈이 없거나,
MP3만 들어도 만족하거나,
오디오보다 더 좋은 것이 많아서 별 신경 안쓰고 살다가,
점차 귀 어두워질때 되면서
소리 욕심과 소유욕이 급증하는 것을 보면 인간사 아이러니가 참 많습니다.

(해상도에 대한 이론적 설명은 아마  전문가들이 더 상세히 덧붙여 주실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