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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 선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by 이성규 posted Dec 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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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청주에 이성규입니다.

얼마 전에 RCA 믹서콘솔을 대대적으로 손질을 보았습니다.
이 종합앰프는 웨스턴과는 또 다른 음을 들려주는데 명기중에 명기입니다. 다분히 주관적인
평가인줄 알지만. 일반적으로 RCA 앰프류는 평가절하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RCA 는 방송용 장비와 민수장비를 다 생산한 세계 유수의 음향장비 생산업체
였는데 그 생산된 제품들이 위낙 많았고 워낙 많이 보급되어 지천으로 깔려 발에 채이는 것
이 RCA 앰프류일 정도로 많이 생산되었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이며.

다른 회사들과는 다르게 RCA 는 진공관만 제외하고는 자체적으로 부품을 생산하지 않고
하청업체로부터 조달하여 앰프 등을 조립하여 내놓는 방식으로 하였기 때문에 그 품질관리가
다소 일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으 것이기 때문입니다.
RCA 앰프류는 트랜스의 경우 UTC 를 주로 썼는데 웨스턴 피어리스 보다는 그 그레이드가
약간 떨어진다는 막연한 일간의 평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1930년대부터 한창 전성기인 50년대를 전세계적으로 극장장비와 방송장비를 주름잡던
한창 시절에 나온 관록있는 제품들이 그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보급된 양으로만 따진다면 RCA 만큼 많이 보급된 메이커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만 따져본다 하더라도 KBS 등에 웨스턴 장비가 쓰인 적은 없고 RCA 가 주로 쓰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이 보급됐기 때문에 대접을 못받는 것이 주된 원인인 것입니다.
그러나 RCA 앰프류 중에서도 방송국에서 쓰였던 콘솔만큼은 그 음질이 입증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제가 3년 여 사용하여본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왼쪽선은 청계천표 선이고 오른쪽은 웨스턴 오리지널 실크피복 선입니다.

선을 갈기로 한 것은 앰프에 쓰인 웨스턴 출력 진공관 349A가 히터전류를 많이 잡아먹고
앰프와 전원부간에 선이 길고 하여 중간에 전압이 드롭되는 것 같고 옛날 선이 아니고 청주
모 전파상에서 몇천원에 구입해서 연결해 놓은 이선 때문에 맨날 찝찝해서 큰마음 먹고
교체작업을 하기로 한 것이죠.

웨스턴 선으로 교체하면 소리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도 작용을 했습니다.

우선 전원부에서 본체까지의 얼룩달룩한 청계천표를 걷어내고 본체에 깔려있던 같은부류의
스피피커 단자까지의 선, B+ 선, 어스 선, 히터 선을 웨스턴선으로 몇십만원씩이나 주고 기분
좋게 갈아주었습니다.

그 중에도 어스선은 굵직한 것으로 하구요.
그 작업도 몇일에 걸쳐 청주의 진공관오디오 수리개조제작 전문점 모노와스테레오  (홈피
mns.zoa.to) 사장님이 꼼지락 꼼지락 하면서 해주셨습니다.

엎드려서 고개를 앰프에 쳐박고 작업을 하다보니 나중에 허리가 잘 안펴지고 꾸부정하게
되더랍니다. 노인네 고생 엄청 시킨 셈이죠.

5.4 V 밖에 안들어오는 히터전압을 올리기 위해서 6.3V 10A 히터트랜스로 바꾸어 장착을
하여 6.3V 정격히터를 넣었고 싱글 파워와 피피 파워, 그리고 프리앰프의 B+ 전압차가 30V
이상을 오르내리는 것을 정전압관을 달아서 정격범위 내에서 작동하도록 하는 작업도 병행해
서 해주셨습니다.

지금까지 비정상적인 히터전압을 정상적으로 B+전압도 정상적으로 넣어주고 거기다가
히터선 어스선 비전압선을 청계천표에서 웨스턴으로 개비해주었으니 소리가 뒤집어질
것이라고 잔뜩 기대를 했습죠.

소리가 뒤집어지기는 했는데 글쎄 그게 소리가 꽝 쪽으로 뒤집어졌으니 미치고 팔짝 뛰겠
더라고요.
소리가 웨스턴 소리로 찐하게 나오긴 나오는데 엄청 빡씬 소리라는 겁니다.

그전에 낭랑하고 질감있는 소리는 전부 탈영하고,
바이올린 소리는 엄청 강해서 쇳소리를 쫘-악 내고,
음은 왜그리 진한지 물을 두어박스 부어 희석을 시켜야 되겠고,
중역은 너무 튀어 나와 앞뒤 위치감이 완벽하게 무너지고,
중고역이 미친년 널뛰듯이 사방간데로 날뛰고,

웨스턴선이고 뭐고 간에 정신이 하다도 없더라니깐요.
소리를 들어보니 이건 싹수가 노래서 에이징이고 나발이고 간에 다 소용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이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되냐 답이 안나와 앞이 캄캄하더라고요.

웨스턴선으로 보기 좋기 쫙 깔아놔 잔뜩 기대를 했는데 좋아지기는 커녕 전체적인 바란스를
확 뒤잡아 놓은 사가지 없는 소리로 변해서

이걸 어떻게 해야되나 생각하니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앰엔에스 사장님과 정기원 선배, 박해석 선배, 허익성 선배 등 몇몇고수들의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종적인 결론은 히터선, 비전원, 어스선을 그 당시 옛날 선으로 다시 원상복귀시켜 놓는
것이 답이다라고 했습니다.

전원부에서 본체까지 전원연결선은 웨스턴 선과 출력트랜스에서 출력단자까지 신호선은
웨스턴 선으로 놔두고
나머지 히터선, 비전원, 어스선을 웨스턴 선을 겆어내기로 한 것입니다.
전 같으면 쓰레기통에 내다버렸을 고물 선을 어렵사리 구해서 다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작업은 제가 혼자 손수 했죠.
저녁 6시부터 시작하여 새벽 3시 정도에 끝났습니다.

우리 집사람이 자다말고 몇번이나 쳐다보더니 한심하던지 혀를 끌끌 차더군요.
하고 있는 꼬라지를 보니 내가 나를 생각해도 한심해보이더군요.
우리 집사람 왈, 벽에 못하나 박아달라는 것은 몇번을 말해야 해주는데 오디오는 밥도
안먹고 한다나, 오디오하면 밥이나오냐 돈이나오냐 하면서
이제는 아예 두손두발 다 들고 제발 먹을 것 먹으며 잘 때 자면서 쉬어가며 하라고 합니다.

제딴에는 연결을 잘 했을 거라고 했는데 이쪽저쪽 잘못갖다가 붙였는 지 히터가 여기는
들어오고 저기는 안들어 오고, 비전압이 요놈은 들어 오고 저녀석은 안들어 오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그대로 연결한다는 것이 다 헤집어 놨나 엉망였나 봅 겁니다.

다음날 40 kg이나 되는 것을 mns로 가져가니 몇가지 잘못 붙인 것을 수정하니 정상적으로
불이 들어오더군요.
전부 체크를 하고 연결을 하고 소리를 틀었습니다.

그랬더니 그제야 정상적인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나긋나긋한 정감있는 음악성 있는 RCA 소리에 웨스턴 깔이 살짝 얹혀서 묘한 뉘앙스의
질감있는 음이 되더군요.

옛날의 그 여유있고 질감있는 소리로 되돌아갔는데 전원선과 신호선 일부를 웨스턴으로
갈아주었고 비전압과 히터전압을 제대로 공급해주니 전보다 음이 밀도 감이 더 있고 균형이
잡힌 소리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느낀 것은 모든 신호선과 전기선은 적재적소에 맞는 선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웨스턴 선이라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것이죠.
RCA 믹서콘솔 메뉴얼을 보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몇번 선을 썼다고 하나하나 지정을
해놓았습니다.
당시 그사람들 나름대로 다 실험을 해보고 최종적으로 선택하여 그 선이 맞는 장소에 썼다는
것이죠.
다시말하면 웨스턴 선이 모든 곳에 다 좋다면 그 사람들도 그 선으로 도배를 했겠지만 그게
아니다라고, 지지고 볶구고 다 해본 결과 끄집어낸 결론을 절대로 무시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청주에서 이성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