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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센 실버 오일 콘덴서 흉내내기

by 윤영진 posted Feb 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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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만에 맞은 꿀 같은 연휴를 앰프 배따고 땜 지지느라 허비했습니다.
그동안 바쁘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나중에 시간나면 해 봐야지 하던 짓을 거의 다 했습니다.

겨우 오늘 저녁에야 원하는 소리를 만들었습니다.
주로 트랜스 프리와 2A3 싱글, 두 가지 기기를 주물렀는데, 겸사로 한 쪽 채널의 음이 조금 크고 찌그러지던 CR형 프리앰프도 고쳤습니다. 정전압 공급단의 4.7uF 짜리 탄탈 콘덴서가 불량인 것을 그동안 원인을 몰라 헤맸습니다. 고치고 나니 이 프리앰프가 이리 좋은 소리를 내는줄 몰랐습니다.

그동안 한 달 이상 튜닝해서 거의 완벽히 튜닝했다고 생각한 트랜스 프리보다 한 수 위입니다.
물론 서로 장단점이 있어서 절대 비교는 안 되지만, 중고역의 미감과 10hZ-30kHZ 이상을 평탄하게 재생하는 대역 특성은 트랜스 프리로는 재현하기 힘든 장점입니다.

말이 옆으로 샜는데.....

앰프 튜닝하면서 마지막으로 손댄 것이 커플링 콘덴서입니다.
애호가들이 커플링 고르며 고민하는 이상형은 하나입니다. 필름 같은 광대역과 오일 같은 나긋함을 함께 가진 커플링을 찾습니다. 그런데 이게 꿈처럼 쉬운 것이 아닙니다.
이런 이상에 맞는 것은 젠센에서 개당 50만원 쯤에 파는 "실버 오일" 정도입니다.
아무리 좋아도 그 정도 가격이면 그림의 떡입니다.

전에 MIT 의 RTX 콘덴서를 사용하면서 생각해 준 것을 실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잘 알다시피 MIT 콘덴서는 10개 정도의 작은 용량 콘덴서를 내부에서 병렬로 연결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음질에 큰 영향을 주는 DA값이 극도로 낮아지고 충방전이 빠릅니다.
스피디하고 해상력 좋은 콘덴서의 대명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MIT콘덴서는 고역이 좀 지나치게 뻐치고 나긋거리는 맛이 너무 없습니다.

마침 집에 몇 가지 다른 용량의 같은 메이커제 오일 콘덴서가 여러개 있었습니다.
상당히 품질이 좋고 용량 오차도 거의 없는 우수한 오일 콘덴서입니다.
이것들을 파워앰프에 필요한 0.22uF 를 기준으로 여러가지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1) 그냥 0.2uF 짜리 하나(일부러 0.22 중에서 콘덴서 미터로 0.2짜리를 일부러 골랐음)
2) 0.1 + 0.1   2개 병렬
3) 0.15 + 0.05   병렬
4) 0.1 + 0.05 + 0.05   병렬
5) 0.05  4개 병렬

이렇게 다섯가지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 정밀한 콘덴서 미터로 정확히 각각의 용량을 2-3% 이내에서 맞췄습니다. 물론 같은 회사 같은 제품입니다.

다섯개의 샘플을 한 쪽에 모두 초단관 플레이트 아웃에서 모아 붙이고, 다른 5개의 끝은 공중에 개방해 놓고, 출력관 그리드 쪽에서 집게 라인을 연결해 빠르고 손쉽게 5개의 조합을 번갈아 실험하기 좋도록 설치를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5)의 4개 병렬이 가장 좋았습니다.
MIT의 RTX 콘덴서에서 느꼈던 넓어진 대역, 빠른 스피드는 물론이고 중저역의 부밍감도 크게 줄었습니다. 게다가 필름콘에서 느끼는 뻣뻣함과 고역의 거친맛도 없습니다.

1) 은 대역도 좁고 특히 중저역대가 풀어지고 부푸는 느낌이 안 좋습니다.
2) 는 1)보다 약간 단점이 개선된 소리입니다.
3) 과 4)는 조금 헷갈리는 소리입니다. 개선이 된 듯도 하지만 약간 얼룩이 느껴지거나 어색한 느낌도 들어서 갈피를 잡기 힘듭니다.

5)의 경우 말하자면 오일콘과 필름콘의 잡종 소리인데, 양측의 장점만 계승한 잡종이 나왔습니다. 전에 남의 것을 잠깐 들어봤던 젠센 실버 오일 콘덴서가 부럽지 않은 소리입니다.

이렇게 오일 콘덴서를 다병렬로 커플링을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1) 위의 조합 중 3), 4)와 같이 서로 다른 용량을 병렬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웬지 어색한 음이 될 수 있습니다.

2) 병렬의 개수는 총 합계가 적을수록 오일 본래의 성격을, 같은 용량에 개수를 많이 나눠 묶을수록 필름콘의 특성에 가까워집니다.

3) 꼭, 정밀 미터기를 사용해서 각각의 용량과 전체 용량을 페어로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4) 리드선은 각각의 콘덴서가 일정하게 짧게 모아질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5) 필름콘과 오일콘 같은 서로 다른 특성의 콘덴서를 병렬로 묶는 것은 가장 피할 일입니다. 서로의 장점이 섞이기 보다는 단점이 섞입니다.

6) 기본적으로 고급 오일콘을 사용해야 합니다. 미 군용 오일콘은 크게 CP-형번과 CQ-형번을 볼 수 있는데, CP-형번은 오디오용으로 보기는 어려운 콘덴서입니다. 그러나 오디오용인 CQ-형번의 콘은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 구할 수 있는 가장 값싸고 품질 좋은 오일 콘덴서는 구소련제 군용 메탈캡 콘덴서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조금 아까까지 음악을 들었는데, 이 멀티 오일 콘덴서가 약 6 시간 이상 에이징이 되면서 아주 좋은 소리를 들려줍니다. 특히 아스라히 아지랭이 피어오르듯이 천정으로 떠오르는 바이올린 최고역 배음을 놓치지 않고 들려주며, 스피디하고 단단하며 댐핑 좋은 저역도 듣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