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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는 셈치고 한 번

by 윤영진 posted Feb 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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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조건을 공히 가진 분들이라면, 한 번 시간 내서 시험해 보시길...

* 2A3, AD1, PX4, RE604, RS241, PX25, DA30, 300B ......
   등등의 3극관 싱글 앰프를 쓰시는 분
* 잘 만든 충분한 게인을 가진 트랜스 아웃 프리앰프를 가지신 분
* 꼭 트랜스 아웃 프리앰프가 아니더라도 충실한 드라이브 능력을 가진 게인 여유 있는 프리앰
   프를 가진 분
* 100Hz 인근의 빵빵하고 부풀어 오른 소위 "부미 베이스"를 싫어하시는 분
* 97DB/1W 이상의 효율 좋은 스피커를 가지신 분
* 고고장 수준의 창문 깰 정도로 음악을 듣지 않으시는 분
* 주파수 대역이 평탄한 것을 원하나, 전단 풀오버 NFB를 거는 것은 극도로 피하는 분
* 이상의 파워앰프에 12AX7 같은 관내 저항이 높고 뮤 값이 높은 관으로 드라이브 하지 않는 앰
  프를 가진 분

대충 위의 여건이나 조건, 기호를 가진 분이라면,

1. 앰프의 밑뚜껑을 엽니다.
2. 초단과 출력단 모든 관의 캐소드에 걸린 바이패스 콘덴서를 전부 떼어냅니다.
3. 그리드 리크 저항은 초단의 경우 2M옴 정도, 출력관은 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20K옴 정도
   로 높게 겁니다.
4. 음악을 들어 봅니다.
5. 혹시 고역 발진 등으로 관의 불안정이 우려될 경우 그리드 스토퍼 저항을 직렬로 500옴 안팎
   에서 적당히 걸어 줍니다.

들어 보고,

1. 원하는 방향으로 음이 바뀌었다면 이 상태에서 B전압과 전류값 등을 미조정 하면서 추가로
   튜닝을 합니다.
2. 결국 원하는 음이 안 나오면 다시 바이패스 콘덴서를 원위치 합니다.끝!


제 경우를 나름대로 말씀드립니다. 물론 주관적 판단임을 이해해 주십시오.

1. 3W 정도 출력의 2A3 싱글 앰프를 위의 예처럼 바이패스 콘덴서를 모두 제거했습니다.
   (전에는 초단에 47UF, 출력관에 110UF 가 걸려 있었습니다.)
2. 초단 C3G를 써서 3결로 드라이브하고 플레이트에는 정격 200V보다 약간 낮춰 180V, 캐소드
   저항은 정역 180옴보다 약 간 높게 220옴을 걸었습니다. 바이어스는 -2V 정도 걸립니다. 다행
   히 초단관에서 마이크로포닉 노이즈는 전혀 안 납니다.
3. 2A3은 플레이트에 300V, 바이어스는 -45V를 걸었습니다.
4. 전원 필터용 콘덴서는 모두 필름타잎으로 복수 병렬로 걸었고 총 용량은 보통의 경우보다 약
   간 낮습니다. 쵸크는 2단으로 써서 리플을 충분히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필터 콘덴서의 용량을 억제하다보니 전압 상승이 크지 않았습니다.
5. 전원 라인에 쵸크를 2개 사용하다 보니 직결로 걸리는 RC회로상의 저항은 2개 쯤 제거했습
   니다.
6. 되도록 필터 콘덴서의 + 전극에서 가깝게 굵은 선으로 B전원을 배선했습니다.

* 중간에 빈티지 인터스테이지 트랜스를 걸어봤습니다. 1:3.5 정도의 트랜스라 게인 상승이 높
  고 트랜스 자체의 주파수 한계로 인해 대역폭이 너무 좁습니다. 노이즈도 많습니다. 다만 중역
  의 질감은 올이 굵으면서도 맑은, 상당히 매력적인 소리입니다.
* 1:1에서 1:2 정도의 광대역 인터스테이지를 구해서 다시 실험해 볼 생각입니다.


소리를 들어봤습니다.

1. 게인이 꽤 낮아졌습니다. 프리앰프의 입력 볼륨을 전에는 10시 정도에 두었는데, 이제는 오
   후 2-3시 방향까지 올립니다. 물론 출력 볼륨을 같은 위치에 두었을 때입니다.
2. 험이나 화이트 노이즈는 프리앰프의 입력, 출력 볼륨을 함께 완전 개방해도 들리지 않습니
   다. 싱글앰프의 교류 히터 점화에서 경험한 가장 낮은 노이즈 수준입니다. 물론 프리앰프의
   낮은 노이즈 레벨도 한 몫 했습니다.
3. 전원단에 전해 콘덴서를 안 쓴 덕인지, 저항을 최소화 한 덕인지 화이트 노이즈가 없고, 매우
   곱고 투명한 고역이 재생됩니다.
4. 5극관 PP앰프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깊고 굴곡 없는 저역이 나옵니다. 부미 베이스가 없어
   지니 중저역의 뱃살이 드러나지 않고, 30HZ 인근의 초저역까지 방바닥을 기어서 나옵니다.
   전에는 저역이 많이 녹음 된 소스에서 방문이나 창문이 그르륵 거렸는데, 지금은 더 낮은 저
   역이 나오는데도, 전혀 그런 증상이 없고, 단지 방바닥이 우퍼와 연동해서 울립니다.
5. 보컬음에 군더더기 노이즈가 묻어나지 않고, 현악 합주에서 악기간의 거리나 음색 차이가 잘
   구분됩니다. 해상력이 좋아져서 음 정보량이 대폭 늘었습니다.
6. 전에는 음장이 중앙 뒷쪽으로 통로처럼 빠지고, 옆으로는 고역과 저역이 따로 놀면서 들렸는
   데, 지금은 음장이 나를 중심으로 스피커 뒷편에 부채살 모양으로 정리됩니다. 음상이 앞으
   로 나대지 않습니다. 전에 자주 가수가 샤우팅을 할 때, 목소리와 함께 가수도 같이 앞으로 나
   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가수의 서 있는 위치가 고정되어 들립니다.
7. 재즈나 클래식 팝스, 국악 등등 장르 편식성도 적어졌습니다. 특히 대편성에서 좋아졌습니
   다. 관현악곡을 좁디 좁은 방에서 상당히 큰 음량으로 재생해도, 각각의 악기들이 중저역대에
   서 엉켜서 뭉게지던 것이 대폭 줄었습니다.
8. 발음 스피드가 좋아졌습니다. 음의 임펙트가 있고 나서 빠르게 다음 음이 이어져도 앞의 음
   이 뒤에 영향을 잘 주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우퍼 댐핑이 좋아졌습니다.

결론은 흡족합니다.
싱글앰프로 원하는 음을 찾다가 수없이 실패하고, 결국 PP앰프를 메인으로 10수년 듣고 있는데, 이제 싱글앰프가 메인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파워앰프를 손댄 덕만은 결코 아닙니다. 훌륭한 만듬새의 프리앰프가 없었으면 안 될 일입니다.

혹시 제가 바이패스 콘덴서를 전부 제거한 것이 잘못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에게 물어도 그로 인해 앰프나 진공관에 해가 될 일은 없다고 합니다.

완전히 제거한 것보다, 중간에 이리저리 실험하면서 앰프 내부에 들어가지도 못할 크기의 필름 콘덴서(굵은 건전지보다 큰 20uF짜리 콘덴서를 1개부터 4개까지 병렬로 번갈아 달아 봤음)를 임시로 캐소드 바이패스로 달아 본 때가 어찌 들으면 더 좋았습니다.

그래서 느낀 것이 캐소드 바이패스 콘덴서의 유무가 문제가 아니고, 콘덴서의 품질이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크기가 작고 100uF쯤 되는 필름 콘덴서가 시중에 있다면 그걸 달고도 싶습니다. 탄탈 콘덴서도 써 봤는데, 고역 특성은 좋아지는데 웬지 중역대가 텁텁해집니다.

이러저러 문제로 그냥 바이패스 콘덴서를 제거한 상태가 전보다 훨씬 좋고, 당분간 그렇게 들을 생각입니다.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 다양한 음 취향이 있으니, 꼭 저와 같이 따라할 필요는 절대로 없습니다.

그냥 해보거나 말거나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