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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아웃 프리앰프 경험고

by 윤영진 posted Jan 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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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오디오하고는 담을 쌓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연말이 다가오면서 쌓였던 욕구가 다시 일어나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약 2주 전에 인천의 영설형으로부터 아직 포노단이 미완성인 트랜스아웃 프리앰프를 서둘러 들고와서 틈날 때마다 내 취향에 맞게 튜닝을 했습니다.

처음 기존의 CR형 프리앰프와 비교했을 때는,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결점이 많은 상태"였습니다.
우선 초고역과 초저역이 빠지고, 약간 경직된 느낌이 강하고, 높은 게인으로 인해 음에 탠션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능성'은 충분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특징은 전대역에 걸쳐서 질감의 통일성이 훌륭했습니다.
CR형 프리앰프들은 대체로 대역마다 서로 질감이 따로 노는 느낌을 줄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볼륨을 올리고 내릴 때 대역의 밸런스나 질감이 가변되는 느낌이 큽니다.

(물론 어떤 타잎이건 최상으로 만들어진 것들은 괜찮습니다. 여기서 비교하는 기준은 거의 비슷한 소재와 비용이 투입되어 비슷한 솜씨로 만들어진 앰프의 경우입니다.)

그러나 트랜스아웃 프리앰프는 입력 볼륨과 출력 볼륨을 적절히 파워앰프와 맞추고, 메인 볼륨으로 음량을 조절해 보면 소음량-대음량에서도 대역간 밸런스나 질감의 통일성이 유지됨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임피던스의 정합이 CR형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우선 트랜스아웃형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CR형 프리앰프의 섬세하고 유려하며 광대역인  음질 특성을 가미하는 쪽으로 튜닝을 했습니다.

전원부 전해 콘덴서의 용량을 약간 줄이는 방향에서 되도록이면 필름 콘덴서로 교체했습니다.
바꾸니 고역의 순도가 한층 깨끗해지고 중저역의 군살이 빠집니다.

중저역의 거부감 드는 박력을 줄이면서 스피디하고 낭창거리는 음질을 만들기가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때보다 큰 고생은 안 했습니다. 본래 가져온 상태에서도 다른 트랜스 프리와 비교해서 음이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랑지뱅 전원부를 살펴보니 잘 만든 쵸크가 두 개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전원용 쵸크이고 하나는 플레이트 쵸크입니다. 역시 유연하고 낭창거리면서도 스피디하고 투명한 음질을 얻으려면 쵸크 코일은 전원부와 플레이트 공급용으로 2개 쯤 꼭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커플링을 모두 구소련제 군용 테플론으로 교체했습니다.
협대역(30-15,000) 트랜스의 결점을 커버하기 위해서 최대한 광대역이 보장되는 커플링을 쓴 것입니다.
배선은 전혀 신경쓸 일이 없었습니다. 전부 WE 실크피복 주석선으로 영설형이 최고로 잘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WE 배선제도 유사품까지 종류가 많지만, '실크 피복'의 배선제는 다른 배선제를 생각하지 않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관 튜닝이었습니다.
관은 플랫단 /12AY7(or 12AT7) - 드라이브단 / 6SN7 - 출력단 6J5 구성입니다.

출력단은 6J5인데, 집에 50년대 군용 RCA 철관은 새것이 여러개 있지만 제 생각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6J5 동등관으로 영국제 L63 이나 미제 6C5G 가 지금까지 들어본 중에서는 가장 좋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가진 관과 부품을 마구잡이로 동호인들에게 내주다 보니 막상 내가 쓰려고 찾았을 때는 관이 없었습니다.

겨우 6C5G 1알,.... 전에 다섯알 갖고 있었는데 동호인들에게 2알씩 드리고 남은 것 같습니다.
구해보려고 했지만 자주 사용되지 않는 관이라 포기했습니다. 결국 집에 있던 6J5 철관으로....

6SN7은 많이 사용되는 관이라 수량이나 종류도 많지만 음질이 제각각이라 골라 쓰기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경험상  멀래드 ECC32 - 오스람마르코니 B65 등 영국관이 가장 좋고
미국관으로는 RCA 5692나 실바니아 메탈베이스 크롬탑 등이 좋은데,
전에 이것들 각각 여러개씩 갖고 있던 기억은 있어서 집을 뒤져봐도 역시나 전부 방출한 뒤입니다.

겨우 찾은 것이 오스람 B65 1개, RCA 군용 회색 플레이트 1개, GE 막관 1개 입니다.
그나마 B65를 찾은 것에 환호하며 테스터로 측정해 보고 이상 없어서 꼽아보니 .... 험은 없는데 지글거리는 잡음이 복장을 긁습니다.
결국 동호인 최영학님께서 주신 RCA 플랫 플레이트 키다리 관으로 쓰고 있습니다.
기회를 봐서 좋은 걸 구해야 할텐데 요즘 시세가 알아보니 장난이 아닙니다.
언제 그리도 관 값이 폭등했는지....ㅠㅠ

플랫단도 의외로 음질에 영향을 많이 줍니다.

플랫단에 사용할 수 있는 관은 설계시 설정된 12AY7, 12AT7 외에도 12AX7, 12AV7, 12AZ7 등이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캐비넷 구석의 박스를 열어보니 각종 초단관 모아 놓은 것이 약 100개쯤 남아 있습니다.
구석에 쳐박혀서 처분을 피한 것 같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관을 꼽아 들었습니다.
12AT7이 가장 먼저 탁락했습니다. 텔레풍켄, 멀래드, 암페렉스, 텅솔, RCA,,, 별 걸 다 꼽아봐도 마르고 거친 중고역이 거슬립니다.

12AY7 이 가장 번민을 주었습니다. 워낙 개성이 강한 관이라....
음을 찰떡처럼 탱글거리고 매끄럽게 만드는데, 이게 어찌 들으면 좋고, 어찌 들으면 기분이 나쁩니다. 결국 "치아라-"로 결론.

텔레풍켄 12AX7은 역시 좋은 관입니다. 음색 한 가지로만 따지면 가장 훌륭합니다. 문제는 고역인데, 상당히 초고역까지 확보된 라인엎에 이게 들어오니 약간 털이 빠져서 까실거리는 듯한 고역이 초고역으로 주욱 뻗지도 못하며 거슬립니다. 목에 걸린 솜털처럼 영 불편합니다. 탈락!

12AD7도 밍밍한 맛 때문에 탈락....

마지막에 남은 것이 12AZ7과 12AV7입니다.
자세히 듣지 않으면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흡사한 관입니다.
그런데 제조사에 따른 음질이 차이가 납니다.
마침 12AV7 은 최고급 제조사 관들이 다양하게 있어서, CBS, 레이던, RCA, 텅솔....

결국 최종 선택은 CBS 12AV7로 결정되었습니다.

동호인분들도 12AY7, 12AT7, 12AZ7 등을 사용할 수 있는 회로에 12AV7을 사용해 보십시오.
잘 쓰는 관이 아니라 값도 싸고 음질은 매우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싸구려 WE 인풋트랜스를 하나 입력에 달아서 겸용으로 쓸 수 있게 했습니다.
AUX는 그냥 직접 입력, CD입력은 입력 매칭 트랜스 거치도록....
600:1K옴 짜리를 거니 거의 입출력 전압이 1:1로 들어옵니다.
입력 트랜스가 싸구려다 보니 초고역도 빠지고, 저역은 많이 도망갑니다.
그래서 중역만 놓고 들으면 훨씬 좋습니다. 소스에 따라서 번갈아 들을만 합니다.

이래저래 음 튜닝을 원하던 방향의 90%쯤 마치고 신정 반나절을 음악을 들었습니다.
마누라 잔소리 ....
평소에는 회사일 핑계로 매일 새벽까지 술 취해 들어오더니 휴일에는 안 하던 오디오질 또 시작했다는....

결국 이렇게 지지고 볶은 소리가 너무 오버해서 멀리 가버렸습니다.
아무리 들어도 전에 다른 기기에서 듣던 트랜스아웃 프리 소리가 아닙니다.
그냥 CR타잎 프리 소리가 되어버렸습니다.
구분이 되는 때는 소음량일때와 대음량일때입니다.
소음량에서도 역시 밸런스와 음색이 유지됩니다.

내일 자고 일어나서 또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오버해서 간 걸 그냥 둘지 다시 약간만
후진을 시킬지....

쓰고 나니 횡설수설입니다.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