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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프리? 역시 장맛보다는 손맛!

by 윤영진 posted Dec 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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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프리 하나 만든다고 세월아 네월아 지내다가 허송세월했는데,
천성이 게으르고, 바쁘다는 핑계를 내세웠지만, 내심 지금 쓰고 있는 CR타잎보다 그다지 좋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이유가 더 큽니다.
"대체 기기"로 보지 않고, 뭔가 색다른 것을 맛볼 수 있는 "보조 기기"로 여겼던 겁니다.

결국 영설형 손에서 '작품'이 하나 되어 어제 집으로 왔습니다.
이번 트랜스형 프리앰프의 (비공식)공제에 총 9대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제가 5번이라고 합니다.
공제라고는 해도 어느 하나 똑 같은 것이 없습니다. 아웃 트랜스도 다 다르고.....

저는 그냥 가장 평범한 6J5 채용 하나, REN904를 사용한 거 하나를 만들 요량으로 해서
먼저 6J5를 출력관으로 한 범생이부터 완성이 되었습니다.
12AY7 플랫단 거치고 6SN7 에서 출력단 6J5로 직결된 간결한 회로입니다.

사실 만들어지기 전에는 별로 기대를 안 했습니다. 사용된 아웃트랜스가 REN904용에 비해 별료 유명하지도, 그다지 출중하지도 않은 트랜스였기 때문입니다.
WE에서 군용으로 제작한 트랜스로 스펙상 30-15,000 정도를 커버하는 트랜스(약 15K:600옴)입니다.
게다가 패러피브 방식도 아니고, 전류를 약간 흘리는 방식이라 대역폭이 부족할 것이란 선입감이 있었습니다.

더더욱 전에 다른 트랜스형 프리앰프들을 들어 본 경험상 그다지 CR타잎에 비해 뛰어나게  느끼지 못했던 것도 신입견에 작용했습니다,.

영설형 사무실에서 잠시 들어볼 때에도, 중역대는 나무랄 곳이 없었지만, 초고역과 최저역은 역시 부족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가져와 달려 있던 빈티지 오일 커플링들을 테플론과 필름 타잎 등으로 바꾸고 용량도 약간씩 조정해 본 결과 대역 부족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습니다.
일단 음이 단정하고, 음 정보도 CR타잎 프리에 비해 약간씩 덜 내주기는 하지만 "없어서 못 내준다"는 느낌보다는 있지만 아끼고 들려준다는 느낌이 듭니다.

CR타잎에 비해 "덜 노골적인 음"이 나오고, 약간 생략되어 압축된, 어찌 보면 지나치게 다듬어진 듯하기도 한 음입니다.
한달쯤 에이징 하고 튜닝하면 원하는 음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아웃 트랜스와 증폭관이 음질을 좌우한다는 선입견이 깨지고,
역시 부품이나 소재보다는 만든 분의 실력이 중요합니다.
한 마디로 장맛보다는 손맛!
바쁘고 몸도 불편하신 와중에 훌륭한 작품 만들어 주신 영설형님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새 기기 튜닝해가며 듣는 맛에 빠져서, 요즘 평소에 오디오 거의 못 듣다가 어제는
12시 넘게 주물럭 거리며 듣다가 마눌님에게 엄청 혼났습니다.

아- 참!
집에 진공관이 넘쳐 나던 때가 있었는데, 지저분해서 오는 분들께 다 들려 내보냈더니
막상 내가 쓰려고 하니 관이 없습니다.

그렇게 흔하게 발에 채이던 6SN7이 집에 하나도 없습니다. 5692 레드베이스도 전에는 8개쯤 굴러 다니더니 .... 이제는 딱 하나 소브텍 것이 있더군요.
혹시 미국관이나 유럽관 6SN7이 하나 놀고 있는 분은 연락 주십시오.
적당한 값에 넘겨 주시면 저도 고마움 보답하겠습니다.^^

계남형님, 승혜형님 등등 조촐하게 인천가서 망년회 잡기로 했으니 연락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