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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업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합니다

by 윤영진 posted Aug 2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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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기기를 수리하거나 자작을 의뢰하는 경우, 또 자문을 구하거나 질의를 할 경우 적절한 전문가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분들이 있는데, 대개 이런 분들은 불친절하거나 값을 높게 받거나 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뭐라도 물어보면 답을 안 하고 그냥 기기를 갖고 직접 오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솜씨나 전문적 식견도 높은데, 답변도 친절하고 성실한 전문가가 본의 아니게 애호가들로부터 몹시 시달리는 일이 벌어됩니다.
특히 주변에서 쉽게 도움을 받기 힘든 지역의 애호가분들에게는 집중 표적이 됩니다.

실제 겪은 예입니다.
약 두 달 전 아날로그클리닉의 박준후사장께 기기 하나를 제작해 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었습니다. 별로 바쁘게 필요한 일도 아니고 새로 연 샾도 구경할 겸, 오디오 얘기도 나누고 식사도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는 시간에 박사장의 휴대전화가 쉴 틈 없이 울려서 함께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옆에서 들어 보면 내용이 거의 파악이 됩니다. 애호가 분들이 기기를 운용하거나 튜닝하거나 제작이나 구입을 하는 데 있어서 이것저것 자문도 구하고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물어오는 전화입니다.

하도 전화 통화에 힘들어 보여서 물어봤더니 조금 바쁜 시즌에는 하루 평균 30여 통 이상은 늘 이런 전화를 받는다고 합니다. 더구나 이런 내용의 전화는 통화당 평균 시간도 일반 통화보다 상당히 깁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본인이 의뢰받은 작업은 지체되기 일쑤입니다. 기기 제작이나 수리를 직접 해 보신 분들은 잘 알겁니다. 인두 달궈놓고 작업 하다가 중간에 전화받느라고 수도 없이 일이 중단되다 보면 일도 잘 안되고 정신도 산만해지고, 끝내는 일을 집어치우게 됩니다.

결국 제가 맡긴 일도 두 달 넘게 지체되고 있습니다.

저만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나 했더니 아닙니다. 박사장에게 일을 맡기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 속 사정은 잘 모르기 십상이고....
어떤 분들은 "다 그렇게 하는 것이 비지니스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효과보다는 실질적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어봐서 대충 본인이 해결하지 가져와서 돈 내고 고쳐달라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같은 아마추어 애호가라면 얼마든지 답변도 해 주고 공짜로 수리도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일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전업 전문가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발신자가 유료로 통화하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만약 프로 전문가에게 "실질적 가치가 있는 질문과 응답을 구하는 전화"를 할 경우 '유료전화'로 이용토록해서 이들 프로(업자)들이 자신이 쌓은 전문지식을 알려주는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서 문의 전화의 수를 줄여서 작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자는 의견입니다.

물론 저 같은 사람이 이런 제안 하기 전에 업자들이 먼저 그렇게 하면 될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오디오판이라는 곳이 그런 상황이 되면 비논리적인 비난이나 험담이 나올 수 있는 곳이라 업자들이 먼저 나서지 못하는 것을 잘 알기에 이렇게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