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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항 빈티지 앰프의 가격?

by 윤영진 posted Jun 3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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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없고, 음악도 잘 모르고, 귀도 시원찮은 신세에 겉 멋만 잔뜩 들어서 요즘은 빔관이나 5극관을 사용한 앰프는 모두 방출하고 직렬 3극관 파워앰프만 3종 집에 두고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에 사용하던 방렬관 앰프보다 지금 사용하는 직렬관 앰프들이 더 음질이 좋다는 판단은 내리지 못합니다. 그냥 겉 멋이 들어서 그럴 뿐입니다.

그러나 전에는 보다 이성적(?) 판단에 의해서 다극관 앰프에 대해 선입견 없이 몰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내린 결정이 "모든 조건에 맞는 절대적인 출력관은 없다. 따라서 가장 평균적이고 모범적인 6L6 계열의 출력관을 사용한 앰프 중에서 가장 좋은 걸 골라서 써야 하겠다."는 작정을 하고 수많은 기기를 들였다 내쳤다 하고, 좋은 앰프 있다면 귀동냥도 많이 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름대로 6L6 계열에서 '합격선'에 든다고 생각했던 기기들이 어느 정도 산정이 되었습니다. (패러 PP는 빼고 PP에 한정)

- A그레이드로는

* WE의 124
* IPC의 1011
* Altec의 124, 126, 127(개인적 기호상 333등의 가정용은 웬지 썩....소리는 무관)
* Langevin의 WE 124 카피
* 영제 방송용 모니터 앰프(그린색 바디에 검정 트랜스커버인데 제조사는 잊었음)

-B그레이드로는

* 모티오그라프, 밸런타인 등의 OEM 앰프 일부
* 미군 야전용 영사기 앰프
* 히스키트의 일부 앰프(전면 개조를 전제 조건으로)
* 모델명이 잘 기억 안나는 Capehart 의 앰프
* 영제 방송용 모니터 앰프와 Leak의 일부 앰프
* Quad 등 KT66을 사용한 영국제 일부 앰프들
* 기타.....

물론 나름대로 구분한 B그레이드라는 것은 워낙 범위가 넓고, 기기의 상태나 오버홀한 기술의 차이, 사용자의 튜닝 정도 등 변수에 따라 평가의 여지가 많습니다.

그러나 A그레이드로 구분한 앰프들은 트랜스만 망가지지 않았다는 조건이면 기본적으로 최고의 음을 낼 수 있는 소위 말하는 명기라 할 수 있습니다.

글의 주제는 가격인데......

저의 예를 들자면, A-126은 200에 구입해서 오버홀해서 한 7년 잘 사용하다가 작년에 300에 동호인에게 넘겼고, IPC 1011은 작년에 180 정도에 미국에서 구입해서 오버홀해서 200에 아는 선배에게 넘겼습니다. 더 오래 전에는 WE124를 250 정도에 구해서 쓰다가 350 정도에 넘겼습니다. 수리비를 포함해서 사용한 값을 생각하면 늘 밑지지는 않고 기기를 섭렵했으니 행운아라 할 수 있습니다.
소위 A그레이드로 평가한 앰프들이 제게 들어왔다가 나갈 때 보통 거래가는 200-300만원 선이었습니다. 저로서는 그 정도가 그 앰프들이 갖고 있는 적당한 가치라고 생각했습니다.

빈티지 샾에서 물건을 구매하거나 판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유통 가격은 잘 모르고 지냈습니다. 그러나 가끔 동호인 분들 중에서 이러저러한 기기를 좀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주로 외국의 현지 딜러들에게 부탁을 해서, 럭키하게 제 때애 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참을 기다릴 때가 더 많습니다. 애써 구해줬는데 트랜스가 죽었다든지 해서 도리어 손해를 입은 일도 있습니다. 물론 얼마 전처럼 내가 쓰려고 구해 놓은 기기의 트랜스가 죽어있는 것을 뒤늦게 알고 손해를 입기도 합니다. ^^

그동안 별 신경을 안 써도 다른 분들의 말을 통해서 이러저러한 기기들이 어떤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애기 정도는 듣고 있었지만 별로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서 외면하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규영님이 지적하신 문제도 있고 해서 나름대로 몇 군데 물어봤습니다.
단군 이래 최악의 불경기라고는 하나 생각보다 빈티지 기기의 거래 가격은 높았습니다.

제 개인적 판단이지만 A그레이드라고 평가한 WE124, 알텍 124,126,127, IPC 1011, 랑지뱅 등등의 모든 기기의 적정 가격은 300만원 전후라고 봅니다.
그런데 유통 가격은 300부터 2,000까지 상당히 폭이 넓었습니다.

물론 Altec 124의 경우는 특별합니다. 국내에 2조 정도 있는 걸로 알고 있고, 미국 내에서도 소장자를 찾기가 드물 정도로 희귀 기종입니다. 단지 희귀하다는 것을 떠나 음질 역시 6L6 앰프 중 정점에 있는 앰프라, 그 가격 산정이 애매합니다. 만약 저보고 구입가를 불러 보라고 하면
(금전 여유가 있다는 전제로) 1천5백만원 정도 안쪽이라면 내고 사고 싶습니다.
몇 년 전 미국의 소장자와 흥정을 하다가 1만불을 불렀는데도 성사가 안 된 일이 있습니다.
물론 음질만 따지면 무리한 가격이지만 "콜렉팅 아이템"이라는 부가가치가 붙은 가격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2천만원까지 호가했다는 WE124의 경우는 다릅니다. 우선 현재 세계적으로 남아있는 재고 물량이 상당한 수량이 되고, 음질에 있어서도 "독특한 WE의 중역대 질감"이라는 장점 외에 다른 기종을 압도할 수준은 아닙니다.
아마 WE이라는 명찰이 붙으면 사람의 귀는 냉정함을 잃고 음질에도 덤을 더 주나 봅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다른 기기 모두 300만원 안팎이 적정 가격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알텍 126, 127 등의 거래가는 한 때 불경기 전에는 700, 800에 이르렀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국내에 알텍 스피커를 사용하는 빈티지 애호가의 수가 지나치게 많은 탓에 적정 매칭 앰프에 대한 과열된 수요가 가격을 부풀린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시 제가 호평한 IPC의 앰프입니다.
당시 제가 이들 앰프를 호평하고 동호인분들께 권한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당시 알텍 126, 127이 700-800까지, WE124가 1천5백만원까지 거래된다는 말을 듣었고, 주위의 애호가 분들이 그래도 좋으니 물건 좀 구해달라고 하는 걸 겪었습니다.
"그에 비해 동등하거나 더 좋을 수 있는 음질의 이런 앰프도 있는데, 가격이 200-300 선이니 좀 더 싸게 이걸 사용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의는 빗나가 버리고, 장사 하시는 분들의 매도가만 높여 놓은 결과를 낳았으니
참으로 마음이 안 좋습니다. 만약 직접적인 피해를 보신 분이 공개사과를 요구하시면 따르겠습니다.

꼭 빈티지 애호가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명성에 집착하지 마시고, 좋은 음질의 앰프를 싸게 구하되, 꼭 훌륭한 기술과 청감을 가진 분께 오버홀을 잘 맡겨서 사용하시라는 점입니다. 빈티지 앰프들 특히 극장용 앰프들은 일반 가정용 기기와 설계 컨셒이 다릅니다.
극장용이라는 특성상 무리하게 출력을 높여놨다든지, 장기간 혹사하는 것을 전제로 수리와 부품 교체의 용이성을 살리느라 "음질과 무관하게 배치나 배선을 했다"든지, 역시 혹사를 당해서 트랜스들이 내부에서 쇼트가 생겨 있다든지, 하이게인 출력의 프리앰프와 매칭 설계해서 마워앰프의 게인이 특수하다든지 하는 등의 문제를 잘 이해하고 계신 전문가의 오버홀이 꼭 필요합니다.

제가 자꾸 요즘 빈티지 기기의 값이 너무 비싸다고 불평을 하면 다른 분들이 하는 말씀이
신품 하이엔드 기기의 가격이 얼마인지 함 비교해 보고 불평을 하라고 핀단을 주십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