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질투와 경제력 부족으로 인한 신 포도 주장일 뿐입니다

by 윤영진 posted Apr 06,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제 의견은 다소 억지춘향격인 말이었습니다.
박성준님 말씀이 훨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의견입니다.

빈티지 기기들은 일종의 "공예품(Craft Works)"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면,
요즘 기기들은 "산업생산품(Industrial Products)"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빈티지와 최신 제품 사이에서 품질의 우열은 박성준님 말씀처럼 "수동 소자의 내구성" 때문에 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피커 같은 것은 주로 물리적 내구성에 의존하기 때문에, 보관과 사용만 잘 하면 오래 된 것도 오히려 길이 잘 들어서 더 좋은 소리를 유지하지만, 전기로 구동되는 앰프류 등은 저항이나 콘덴서 등 소모성 부품의 내구성이 시간 경과에 따라 현저히 악화되기 때문에, 그 비교가 사실 무의미할 겁니다.

사실 빈티지 기기가 이나마라도 최신 하이엔드 제품과 병존이 가능한 것은,
마이크와 녹음 소스의 발전이 구조적 문제로 정체되어 있거나 더디다는 데 의존한 바 크다고 봅니다.
음을 취입하는 마이크는 스피커와 더불어 가장 기술 발전이 더딘 부분입니다.
공기 임피던스를 전자 부하 임피던스로 바꿔서(또는 역으로) 트랜스듀스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 제한이 많은 과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전자 증폭기기의 성능을 잴 수 있는 "테스트 시그널"로서의 음원 성능이 어느 한계치 내에 머물 수 밖에 없고, 그 한계 때문에 증폭기기의 성능 또한 갖고 있는만큼 비교되어 측정될 수 없는 한계를 물려 받습니다.

만약 이상적인 성능의 마이크와 이상적인 성능의 녹음 소스가 확보된다면,
빈티지 기기들은 최신 하이엔드와 도저히 비교할 가치를 갖지 못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귀와 청감심리는 기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미학적 취향과 심리가 다 그렇습니다.

한 가지 예로 사진과 그림을 들 수 있습니다.
요즘 초정밀 인쇄술의 발달로 인해, 원본과 복제 사진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대상을 초정밀 촬영과 초정밀 인쇄로 프린트 해 놓은 것이라고 해도, 그것이 인간의 미학적 감상 대상으로 어느 수준 이상의 대우나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그림의 경우는 자못 다릅니다.
오래되어 칠이 벗겨진 것이든, 빛에 바래 색이 퇴색한 것이든, 현대의 어떤 기술로도 재현하기 힘든 아름답고 영롱한 채색화이든, 모든 명품 그림들은 사진보다 덜 묘사적임에도 불구하고 더 아름답다고 느껴지며 더 감동을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빈티지 기기는 음향학적인 우열을 논하는 자리에서 곧 물러날 때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마 DVD오디오 정도만 상용화되어도, 그런 현상은 지배적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물리적 음향적 경쟁 상대로서의 가치는 상실하더라도 계속 빈티지 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존재할 것 같습니다.

조금 부족한 듯 하지만, 그로 인해 조금 더 편한듯 한 소리와 음향이 주는 미덕과 가치는 산업사회가 더 치열하게 변할 수록 일종의 반대급부적 안락함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빈티지"란 애매한 표현을 그대로 답습하더라도,
지금의 최신 하이엔드 기기들도 곧 시간의 흐르면 '빈티지'가 될 후보들입니다.

"좋은 일기조건 하에서 잘 익은 포도로, 정성껏 빚어 오래묵힌 포도주"라는 조건에 부합되는 기기라면 모두가 "빈티지"의 후보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스피커는 어떨 지 몰라도, 지금 기술적으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하이엔드 앰프와 디지털 소스기기들은 결코 빈티지로 남지 못할 것이란 확신입니다.

진공관 앰프들이 지금도 현역기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진공관이라는 좋은 음질의 원시 소자와 내구성이 100년을 상회하는 트랜스에 의존하는 매우 단순한 "공예품적 생산물"임에 반해 최신 하이엔드 기기들은 일단 소모성 부품(콘덴서나 저항)들이 경년변화에 의해 열화될 경우 그 성능을 되살릴 가능성이 거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성능 소멸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스펙트럴 같은 제품의 저항과 콘덴서를 모두 새 것으로 간다고 상상할 경우, 그건 다시 새로 만드는 작업보다도 어렵고, 의미 없는 작업이 될 겁니다.

자동차도 구식 공냉식 자동차는 잘 보존하면 50년도 넘게 사용하지만, 요즘처럼 컴퓨터라이즈드된 수냉식 자동차는 10년 이상 사용하기 힘든 이치입니다.

특히 최신 하이엔드 앰프와 소스기들이 주로 "디지털 전자공학"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디지털 전자공학이란 것의 발전 속도는 점차 가속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골동품적 가치로만 보아도 '진품명품'에 나오는 오래된 주판 값보다 지금의 퍁티엄4의 값이 얼마 안 있으면 더 싸게 될 겁니다.

제 생각에는 몇 년 이래로 하이엔드 앰프의 주류는 디지털 앰프로 넘어간다고 봅니다.
디지털 녹음, 디지털 소스 등의 기술이 발전할수록 저항이나 콘덴서를 하나도 거치지 않는 디지털신호 직접 증폭의 디지털 앰프의 우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사업적으로 검토했던 기획과 관련해서 말씀하자면,
디지털 채널 디바이더를 통해 대역을 분할하고, 이를 각각의 멀티채널 디지털 앰프로 스피커 유닛을 별도로 구동하면서 동시에 스피커 유닛의 왜곡 정도를 실시간으로 피드백 시켜서 입력 신호와 비교해서 애러 정정을 하여 동질화시키는 회로로 구성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스피커에서의 물리적 디스토션을
0.003%대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아마 현재의 하이엔드 앰프로는 스피커의 디스토션을 5% 이내로 낮추기도 불가능할 겁니다.

이처럼 "전자기술에 의존한 최신 하이엔드 기기"들은 눈부시게 발전하는 더 새로운 전자기술에 의해 퇴출되는 가혹한 운명 앞에 있습니다.

그러나 1940년대 이전의 빈티지 기기들은 전자기술의 발전에서 한 발 비껴난 자리에서 나름대로의 영역을 앞으로도 지킬 것입니다.

궤변이고 자의적 전망이었습니다.^^

하도 요즘 하이엔드 기기의 성능이 너무 좋고, 가난한 죄로 구입할 능력이 없다 보니 자꾸 그것들 보고 "신 포도"라고 질투를 하는 추태를 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