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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직렬관앰프와 AB급 방렬관 앰프

by 윤영진 posted Apr 0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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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가지 앰프에 대해서는 어느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로 오랜 기간 논쟁이 있었습니다.
어느 자료를 보니 이런 논쟁 끝에 전문가들에 의한 직접 청취 실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는 "잘 만든 앰프는 진공관의 차이나 그 방식의 차이에 무관하게 음질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다"로 나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오늘 하루 종일 집에서 빈둥거리는 시간을 이용해서 집에 있는 두 세 가지 파워앰프를 장시간 비교 시청해 봤습니다.
직렬3극관 PX4 PP 파워앰프는 A급 6W 출력이고 C4회로의 진공관 프리를 물렸고, 빔관 KT66 PP앰프는 AB급 18W 짜리는 마크레빈슨 고물딱지 프리를 물렸습니다.
마지막에는 2A3싱글까지...
두 가지 다 그동안 어느 정도 정성을 들여서 트웨이킹을 하고 부품 교체도 공들여 튜닝해 놓은 것들이라 각각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최상의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서로 많은 조건에서 다른 점이 많은 앰프들이라 일단 음색과 음질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꼭 어느 한 쪽이 모든 면에서 좋다는 식의 차이는 아닙니다. 각각 다른 면에서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었습니다.

두 개 모두 어느 정도 예열을 해 놓고 처음에는 30분 정도씩 번갈아 들었습니다.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이 빔관 앰프의 소리가 더 장점이 부각되었습니다.
대역도 더 넓고, 특히 저역은 최저음역까지 단단하게 내주고, 대음량에서의 다이내믹스도 더 잘 나오고, 모든 면에서 모범생다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에 반해 3극관 앰프는 음이 예쁘고 감칠맛과 탄력은 좋았으나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약 3시간씩 번갈아 들어봤습니다.
여기서 차이가 나더군요.
그동안 빔관 앰프는 가끔 듣고는 있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듣는 일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그런데 3시간 이상 듣다보니.....
솔직히 1시간 정도가 지나니까, 음악이 듣기 지겨워졌습니다. 아무리 분석적으로 따져봐도 시간이 흐를수록 거북하고 지겨워지는 원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음향적으로 그다지 나쁜 소리가 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디스토션이나 잡음이나 밸런스의 왜곡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90분 정도 넘어가니까, 자꾸 볼륨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못찾고 안절부절 했습니다. 음반도 하나를 지긋이 듣지 못하고 이것저것 자꾸 바꾸면서.....
결국 2시간 조금 넘기고 앰프를 바꿨습니다.

3극 직렬관 앰프로 바꾸었습니다.
갑자기 맥 없는 소리로 바뀌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음상도 조금 작아지면서 뒤로 아른하게 빠지고, 음의 구성성분의 수량도 더 줄어든 것 같고, 다이내믹스도 낮아지고.....
오디오 소리 듣다가 라디오 소리로 바뀐 것도 같고......

그렇게 켜 놓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면서, 음반 끝나면 갈아주고, 그러면서 3시간쯤 계속 들었습니다.

조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먼저 앰프에서는 묘하게 지겨웠고 자꾸 신경이 쓰였던 기분이 3시간 내내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편하고 별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디오 기기에는 별 생각이 쏠리지 않았고, 그냥 "응-  음악 나오는구나!"라는 가벼운 기분으로 그렇게 시간이 지난 겁니다.

갑자기 내가 오늘 하던 짓을 깨닫고, 집중해서 음을 들어봤습니다.
별로 어필하는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앰프에서 감추거나 흐리거나 모호하게 음을 내는 것을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한 마디로 빔관 앰프에서는 단시간 동안 "음향적 장점들"을 쉽게 드러내서 자랑을 한다는 기분이었는데, 직렬관 앰프에서는 처음에 장점을 찾기는 어려웠는데, 아무리 들어도 그다지 단점을 찾기 어려운 겁니다. 그냥 자연스럽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메인으로 쓰는 직렬관 앰프는 하루 14시간 이상 적정 음량으로 종일 틀어놔도, 귀가 부담을 갖거나, 심리적으로 지겨운 느낌이 들거나, 기분이 짜증나는 일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보다 음향적으로 화려한 빔관 앰프는 참고 들을 수 있는 시간이 2시간을 넘기 힘듭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짝수차, 홀수차 디스토션의 관특성 차이인지, A급과 AB급 간의 차이인지,
NFB를 안 걸은 앰프와 NFB를 적당히 건 앰프의 차이인지, 아니면 이 모든 차이가 종합된 차이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다른 메이커에서 만든 다른 앰프 사이에서 나는 차이인지, 잘 규명은 못하겠습니다.

호기심이 동해서 2A3 싱글앰프도 한 30분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30분 정도 지나니 시들해졌습니다. 직렬관의 배음 특성이 너무 노골적이라 그런 것 같기도 했고, 웬지 너무 맑고 싱싱한 느낌이 오히려 "오버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한 마디로 자연스럽지 않고, 너무 음이 실제보다 더 투명하고 아름답게 난다는 느낌이 도리어 음악 듣기를 방해했습니다.

빔관 앰프에서 느낀 장시간 시청의 불쾌감은 TR을 소자로 사용한 앰프들에서도 느꼈던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하이엔드 기기를 들어봐도 청음 시간이 오래되면 이상하게 음악 듣기가 거북해지고, 자꾸 볼륨을 만지고, 음반을 이것저것 불안하게 갈아대곤 했습니다.
책을 들여다 봐도 편하게 몰입도 안 되고....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길게 늘어놨는데, 죄송하게도 결론은 없습니다.

물리적 특성으로나 음향학적으로도 최상의 소리를 내는 기기인데도 자꾸 심리적 안정을 못찾아서 기기를 바꾸거나 손 보게 하는 시스템이 있고, 물리적 특성이나 음향적으로는 부족한듯 한데도, 그냥 편하게 아무 것도 손대고 싶지 않은 느낌을 주는 시스템도 있다는 것을 막연히 느끼고 있다가 오늘 일부러 구체적으로 경험했습니다.

아마 실제 어쿠스틱 악기들이 내는 적절한 짝수차 배음을 직렬3극관이 가장 잘 재현하는 특성이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우리의 귀와 뇌의 청감신경에 큰 영향을 미치나 봅니다.

그러나 짝수차 배음이 가장 화려하게 잘 나는 300B앰프나, 청초한 배음을 내는 2A3 싱글, 45 싱글로도, 오랜 시간을 듣는 것은 부담이 되는 것을 보면 원인은 더 모호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