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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는 다다익선?!

by 윤영진 posted Apr 0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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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다다익선입니다.

진공관 앰프에서 최고의 음을 뽑기 위해서는 우선 두 가지를 꼭 유념해야 합니다.
트랜스를 아끼지 말고, 출력 욕심을 버리는 겁니다.

진공관 앰프에서 출력 트랜스의 가치는 상식이지만, 이에 비해 전원부의 트랜스에 대해서는 별 주의나 관심이 덜한 것 같습니다.

전원부의 트랜스를 아껴서는 결코 "어느 한계 이상의 음"이 나오지 않습니다.
무협지에서 "정통 내공심법의 바탕 없이 무공이 절정에 오를 수는 없다."고 하는 것과 비스합니다.

우선 메인 전원 트랜스는 되도록 충실하고 여유 있게 감아서 "전원 임피던스"를 최대한 낮춰주어야 합니다. 회로상 필요 전류를 역산해서 약간 여유를 두는 정도 말고, 최대한 넉넉하게 감아야 합니다. 빠듯한 용량으로 덜덜 떠는 전원 트랜스로 좋은 음은 만들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쵸크 역시 좋은 걸로 사용하고 되도록 플레이트 쵸크를 꼭 사용하길 권합니다.
진공관 앰프에서 가장 음질에 영향이 큰 전원이 플레이트에 들어가는 B전원입니다.
첫단의 필터 쵸크는 덜 예만한 출력관의 B전원을 책임 지지만, 한 단 더 극도로 예민한 초단관 플레이트용의 쵸크를 넣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히터용 필라멘트 트랜스와 고정 바이어스 방식일 경우 C전원 트랜스 역시 독립형으로 별도로 사용하는 것이 훨 좋습니다.
물론 좋은 장인이 잘 감은 전원 트랜스의 경우, B전원과 히터전원 권선 사이에 동판으로 철저히 쉴드를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고 감은 전원 트랜스는 두 권선 사이에 간섭이 생겨서 전원의 질이 나빠집니다.

이처럼 필요한 곳에 정공법으로 모두 트랜스를 사용하게 되면 일단 필터용 콘덴서와 디커플링용 콘덴서들이 대폭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전원 임피던스가 많이 내려가고, 음의 대역폭은 늘어나며, 음이 훨씬 부드럽고 낭창거리며 해상력도 증가합니다.
보통 "음이 좋다, 나쁘다"는 표현 말고, "음이 참 고급스럽고 우아하다!"라고 하는 쪽으로 가게 됩니다.

다음이 출력 욕심을 버리는 것인데,
이 문제는 상당히 다양한 점을 논해야 하기에 일단 한 가지만 주장(주관성도 있어서)합니다.
벌써 두 번쯤 전에 주장한 건데....

캐소드 저항에 병렬로 콘덴서를 붙이는 것을 되도록 하지 말자는 겁니다. 일본의 자작 전문가들이 기본상식처럼 만들어서 우리 모두가 별 문제의식 없이 따라하는 것이 이겁니다.
대부분의 자작 지침서에도 "장단점이나 고려할 점"은 전혀 말하지 않고, "저역이 부족하면 캐소드 저항에 바이패스 콘덴서를 넉넉히 붙여라!"라고 나와 있습니다.

"가장 손 쉽고 값싸게 저역의 양감을 늘리고 출력게인도 올리는 처방"으로 캐소드에 전해 콘덴서 한 100uF짜리 떡 붙이는 겁니다.

음식 만들 때, 좋은 재료로 맛있는 다시를 내고 재료의 향취를 잘 우러내야 하는데, 그걸 소홀히 한 경우 흔한 처방이 "화학 조미료"를 마지막에 듬뿍 넣는 것과 유사합니다.

이게 언제부터 앰프에 붙기 시작하는지는 앰프의 회로 역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빈티지 작품성 앰프"에서 "구형 제품성 앰프"로 넘어가면서입니다.
약 1940년 전후가 분기점입니다.
1950년대 이후에 만들어지는 진공관 앰프는 몇 개의 특별히 잘 만들어진 업무용 앰프 외에는
"빈티지"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는 것이 거의 다입니다. 그냥 "구형 제품" 에 불과합니다.

돈이 많이 들고, 무게도 늘고, 작업 공정도 복합한 "트랜스 사용"을 자꾸 줄이면서 저항과 콘덴서로 대체해가다 보니, 전원 임피던스 높아지고, 음질의 안정성도 낮아지고, 주파수 특성도 불안하게 됩니다. 이걸 손쉽게 보상하기 위해서 나타난 처방입니다.

부착할 경우도 되도록 용량을 줄이고 질 좋은 것을 사용하되, 질 나쁜 대용량 전해 콘덴서를 부착하는 것은 삼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캐소드 저항에 병렬로 부착하는 콘덴서는 주로 초단관과 출력관에 붙습니다.
이 콘덴서로는 신호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음질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콘덴서를 대용량(보통 47-100uF)을 붙이면 일단 출력 게인이 상당히 올라가고 중저역의 불륨감이 커집니다. 저역도 충실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양은 늘지만 질은 떨어집니다.

병렬 콘덴서 없이 캐소드 저항만 달린 상태에서는 해당 진공관에 캐소드 저항을 통해 "가볍게 국부 네거비트 피드택"이 걸린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전면적인 네가티브 피드백을 걸지 않아도 최종 음질은 매우 상냥하고 평탄하게 됩니다.
이처럼 가볍게 걸린 국부 NFB는 위상도 크게 흔들지 않아서 고역 발진 등의 위험도 적고, 이로 인해 음질에 매우 나쁜 고역발진 방지 회로를 걷어낼 수 있게 하는 효과도 줍니다.
당연히 스피커로부터의 역기 전력의 영향도 낮아져서 음이 투명하게 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전면적인 NFB가 많이 걸려 있는 다극 방렬관 앰프에서는 이걸 떼나 붙이나 별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또한 허술한 설계로 전원 임피던스가 높은 앰프라면 이걸 제거하면 저역이 눈에 띄게 부실해집니다.

따라서 잘 설계된 직렬 3극관을 사용한 앰프라면 전면적인 NFB를 제거하고, 이처럼 캐소드 저항에 의한 가볍고 자연스런 국부 NFB를 사용하는 것이 음질에 상당히 +가 되고 노이즈도 적어집니다.
물론 출력 게인은 낮아집니다.
따라서 대음량으로 시끄럽게 음악을 재생하는 취향의 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고,
클래식 등을 미세한 뉘앙스를 살려서 듣는 걸 좋아하는 분들에게 적합한 방법입니다.

좋은 앰프는 저울로 달아보면 안다는 말은 "트랜스값을 아끼지 않은 앰프"를 비유해서 말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