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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남 선생님댁 방문기

by 항아리 posted Mar 1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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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엔돌핀이 마구 솟아오른 하루였습니다. 이러다가 주화입마로 가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아마도 제 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쪽은 몰라도 오디오쪽은 제가 운이 굉장히 강한 편이라 이 방면에 관심가진 지 2,3년 남짓 되었지만, 부러워하기 보다는 부러움을 당하는 쪽에 가 있습니다. 오로지 운이 좋아서입니다.

공간을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소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이때에 박일남님 댁의 소리는 크나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거의 결정타...^^ 역시 제가 운이 좋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천정까지 뻗쳐오른 거대한 평판, 훔쳐가고 싶은 EL12 모노블럭 두 덩이, 나잇값 하는 피셔 400C...그 셋이 소스를 받아 어울려지는 소리는...

제가 취하고 싶은 장점만을 적겠습니다.

모든 것을 삼켜 버릴 듯한 거대한 평판의 울림은 '압도적'이란 말도 무색할 지경이었습니다.
피아노 속에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피아노 소리는 마치 제가 피아노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이 일었고, 오페라 연주에선, 객석이 아닌, 무대에 직접 올라 오페라 가수와 관현악 연주단 사이에 파묻혀 있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대단한 소리의 넓이감이었습니다.

어디에 그런 평판의 규격이 있겠습니까?
그 창조적인 모양새, 그리고 오로지 거기서만 들을 수 있는 그 소리는 '음악은 이렇게 만들어 듣는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교과서라 말해도 손색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디오가 날고 기어봤자 오디오입니다. '실연'과는 태생부터 가는 길이 다릅니다.
내 공간에서 나의 기기들로 마음껏 만들어 듣는 소리...이것이야말로 오디오 최고의 가치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것만으로 오늘의 공부는 '제대로'였습니다.

돌아와서 제 공간에서 제 기기들로 제 소리를 듣습니다.
드디어 부족한 부분, 쓸데없이 넘쳐나는 부분이 확연해집니다. 그걸 확인하는 것만으로 기쁩니다. 그럴려고 간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껏 주무르다가 지금 막 만족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한 번 인연이 닿은 놈들은 끝까지 껴안고 갑니다. 이 놈들은 어떤 부품을 쓰면 어떤 소리를 내주는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제 것이기 때문입니다. 놈들도 저를 잘 알고 저도 놈들을 잘 압니다. 이 의사소통과 교류가 또 저를 너무 기쁘게 합니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토요일 저녁입니다,
박일남 선생님께, 선생님의 창조성과 기백에 찬사와 감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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