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

안녕하십니까

by 민창기 posted Mar 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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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설익은 오디오맨 민창기라고 합니다.
오디오에 홀린듯이 십년을 넘게 해오면서 아직도 자기가 좋아하는 소리가 무었인지도 모르는 막귀 중에 막귀입니다.
오디오력의 대부분을 최신기기만 따라다니는 하이파이를 좋아하면서 샾에만 무수히 많은 돈을 갖다 바치고 돌아보면 남은거 하나 없는 적막한 오디오력 입니다. 이제 50을 훌쩍 넘기고 더 이상 남의 말과 광고에 홀리지 말아야 겠다란 생각으로 덮썩 아무 생각없이 빈티지를 시작했습니다.
빈티지 들여 놓고 편하게 음악이나 열심히 들어보자 하는 심산이었습니다.
갖고 있던  윌슨 오디오, 오디오 리서치, 마크레빈슨 모두 내던지고  작년 봄 별 다른 사전 지식없이 탄노이 골드 모니터가 장착된  GRF를 들여 놓고 앰프는 둘도 없는 빈티지의 명기라는 마란츠 7과 8b를 매칭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랬동안 하이파이에 익숙해져 있던 귀라 그런지 탄노이에서 나오는 소리가 너무나 답답하고 멍청하게만 들리는데다가  눈앞에 뿌연 안개가 끼어만 있는듯 해서 도무지 음악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귀를 스피커에 맞춰보자 하고 열심히 열심히 들었지만 첼로 솔로곡과 현악사중주 그것도 극히 일부 소스만 들을수 있으니 점점 회의가 오더군요.
하지만 가족에게 철썩같이 한 약속도 있어서 섣불리 탄노이를 내치지도 못하고 서브 시스템을 장만 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토요일에 클립쉬 라 스칼라 스피커를 이번에 여기 동호회 회원이신 장형준(이영희)씨를 통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이 동호회도 장형준씨가 일러줬습니다.)
라스칼라의 소리가 얼마나 짱짱하게 울리는지 정말 오랜만에 마음이  후련해 졌습니다.  그리고 장형준씨의 소개로 역시 여기 회원이신 박성준씨의 리스닝룸도 방문했습니다.  길만 건너자 바로 더군요.
박성준씨를 만나면서 몇번을 놀랐습니다.
젊은 사람이 그렇게 음악에 해박한데 놀랐고 무었보다 소리에 대한 자기 주관이  뚜렸하다는 것이 놀라왔습니다.  물론 박성준씨가 가지고 있는 기기들도 대단한 콜렉션이었지만 기기에 좌우되지 않는 자기 소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참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의 주관과 자기의 소리를 남에게 강요하거나 전파 하려고 하지 않는 자세 역시 놀라왔습니다.
이 나이 먹고 십년 넘게 오디오 해면서 그동안 나는 뭐했나 하는 자책감이 다 생깁디다.  오디오 하다 만난 사람들 마다 이것이 정답이다 저것이 최고다 하며 건너주는 말에 얼마나 흔들리고 헤메어 왔습니까.  나중에 그 모든것들을 탓했으나 결국 문제는 나였구나 하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니 사람은 나이들어 젊은 사람에게 배운다는 것이 딱 맞나봅니다.
제가 우문으로 물어봤습니다.  가장 음악적인 소리가 나는 매칭은 무얼까요? 하고요.
박성준씨 대답이 걸작 입디다.  오디오에선 절대 음악적인 소리는 않나온답니다.  그냥 저음 중음 고음 구분만 나온답니다.  음악이다 하고 들으면 음악이고 소음이다 하면 소음이랍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돈을 많이 썼냐고 물으니 그냥 폼이 랍니다.  버스 타고도 가는 출근길 스포츠카 타고 가고 싶은 마음 이라나요.  허허 웃음밖에 않나오더군요.
나도 생각해보니 지난 10년 넘게 폼만 쫓아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유명한 앰프, 커다랗고 멋있는 스피커 그런거 말 입니다.  사실 내가 대학 다닐 시절 음악다방을 찾아 다니며 느꼇던 감동적인 소리는 훨씬 이전에 잃어버리고 말입니다.
라스칼라를 들이면 탄노이를 내칠까 하는 마음도 버렸습니다.
제가 풀레인지 스피커는 너무 편협한거 같다고 물어보자 박성준씨는 풀레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 스피커도 제대로 이해 할수 없다고 하더군요.  약점을 모두 깨닫고 나면 그 다음부터 장점이 느껴지는게 풀레인지라고 하니 저도 기다려 볼라고 합니다.  참! 탄노이는 풀레인지는 아니라면서요.  제가 이렇게 무식합니다.
하여간 그동안은 다른 사이트만 열심히 들락 거렸습니다만 이젠 여기 빈티지 동호회에 자주 드나들테니 무식함을 탓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현재 저의 시스템은
스피커에 탄노이 GRF(모니터골드), 클립쉬 라 스카라
프리앰프는 마란츠 7
파워는 역시 마란츠 8B와 자작 45싱글앰프
CDP는 메르디나 508(24비트)
턴테이블은 미셀 자이로덱 암은 SME 3010R입니다.
카트리지는 오르토폰 MC5000과 데논 103을 갖고 있습니다.
승압트랜스는 오르토폰 T-3000 입니다.
많은 지도와 편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긴글 감사합니다.